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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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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지주회사과를 폐지하겠다면서 내세운 사유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와 배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감시를 느슨하게 만들 명분을 주먹구구식으로 내걸었다가 스스로 모순에 빠진 형국이다. 

지난 2일 행정안전부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 소속 지주회사과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입법예고를 했다. 당시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통령령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 제31조는 중앙행정기관에 하부 조직을 신설하는 경우 행정안전부가 수요와 성과 등을 평가한 후 조직 또는 정원의 축소·폐지, 평가기간 연장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주회사과가 포함된 기업집단국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신설됐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22년 제2차 신설기구 평가결과>에 따르면, 공정위 지주회사과 폐지 이유는 성과가 미흡하거나 업무수요가 불명확하다는 것이었다.

행안부의 2022년 제2차 신설기구 평가 대상은 9개 부처 15개 기구였다. 지난 7월 심의가 이뤄졌다. 그 결과는 3곳을 폐지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지주회사과가 포함됐다. 지주회사과 정원은 11명이다. 행안부는 지주회사과를 폐지하고 관련 업무를 하는 인원을 5명으로 줄여 기업집단국 내에 재배치하기로 했다.

<'22년 제2차 신설기구 평가결과>에서 지주회사과 폐지와 관련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행안부는 성과 측면에서 "대기업집단 지주체제 전환 등을 추진했으나, 기구 신설 이후 지주회사는 소폭 감소, 행위제한 위반 조사·처리 실적도 신설 전보다 감소(했다)"라고 밝혔다.

수요 측면에서는 "지주회사,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등 제도개선이 상당 부분 완료되었고, CVC 설립(3건) 및 벤처지주회사의 설립신고(0건) 건수가 많지 않아 향후 업무 수요 불명확(하다)"라고 평가했다.

행안부는 이어 "기업집단국 내 역할분담 수행이 가능하며, 대기업집단 및 지주회사 이중규제 해소(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설득력 떨어지는 평가 결과...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와도 어긋나
 
행정안전부 <2022년 제2차 신설기구 평가결과>
 행정안전부 <2022년 제2차 신설기구 평가결과>
ⓒ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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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평가결과를 자세히 보면, 오히려 지주회사과 폐지의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우선, 조직을 폐지할 정도로 관할 대상이 줄거나 성과가 미흡하진 않았다. 행안부가 성과 미흡의 근거로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2018년 173개에서 2022년 168개로 5개 줄었고, 행위제한 위반 조사·처리 실적은 2013~2017년 연평균 12.8회에서 2018~2021년 11.5회로 소폭 감소했을 뿐이다.

향후 수요 측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행안부는 CVC와 관련한 향후 업무 수요가 불명확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지주회사 CVC 제도의 빠른 시장 안착 지원 및 공시제도 재정비"가 담겼다. CVC 설립을 지원하겠다는 정부가 한편으론 CVC가 늘지 않을 거라고 전망하고 있는 셈이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공정위 내 지주회사 전담 부서를 폐지한다면, 대기업집단에 대한 감시나 법집행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CVC 활성화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데도, 행안부는 향후 수요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면서 "지주회사과 폐지의 근거는 그 설득력이 떨어진다"라고 비판했다.

조성욱 전 공정거래위원장도 퇴임 전날인 7일 취재진에게 "(지주회사과는) 법 적용이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등 여러 제도 관련해 충분히 해야 할 일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폐지되는 것이 아쉽다"라고 말한 바 있다.

태그:#공정위 지주회사과 폐지, #국정과제, #저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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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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