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일 국제 앰네스티 등 국내 9개 인권단체가 '밀양 송전탑 인권침해조사 결과 보고회'를 연 가운데, 피해주민인 김영자(왼쪽) 씨가 "철탑이 우리 마을 한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니까 막는다, 우리가 뭘 더 바라겠느냐"고 호소했다.
 3일 국제 앰네스티 등 국내 9개 인권단체가 '밀양 송전탑 인권침해조사 결과 보고회'를 연 가운데, 피해주민인 김영자(왼쪽) 씨가 "철탑이 우리 마을 한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니까 막는다, 우리가 뭘 더 바라겠느냐"고 호소했다.
ⓒ 강신우

관련사진보기


8년여 밀양 송전탑 건설 갈등으로 한국전력공사와 주민 간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피해주민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제앰네스티 등 국내 9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밀양 765kV 송전탑 인권침해조사단'은 3일 오후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인권침해조사 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피해주민 절반 이상 '매우 심한 불안증상과 공포증상' 보여 

조사단이 밀양시 산외면·상동면 등 4개 면 피해주민 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매우 심한 불안증상과 공포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대상자 중 59.5%는 한전·시공사·용역 직원 등으로부터 위협적이고 무례한 행동을 겪었고, 44.3%는 욕설과 모욕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뺨을 맞거나 발로 차이고 주먹으로 맞은 경우'와 '칼 가위 등의 흉기로 위협을 당하거나 상해를 입은 적이 있는 경우'도 각각 15.2%나 됐다. 공사를 막으며 고소·고발을 당한 경험은 34.2%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사단은 피해주민의 3분의 2 이상(69.5%)이 위험 수준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매우 위험한 수준의 장애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35.4%나 됐다. 이는 9·11 사태를 겪은 미국 시민(15%)과 걸프전 참전 미군(3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조사단은 "밀양 어르신들이 전쟁보다 더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공사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주민과의 협의 과정이 거의 없었고 ▲피해보상도 비현실적이었으며 ▲한전·시공사·용역 직원들의 폭력과 괴롭힘, 경찰의 과잉 공권력 등으로 밀양 주민들은 심각한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인권침해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조사단은 전했다.

국제 앰네스티 등 9개 국내 인권단체로 구성된 '밀양송전탑 인권침해조사단'이  3일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발표자는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국제 앰네스티 등 9개 국내 인권단체로 구성된 '밀양송전탑 인권침해조사단'이 3일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발표자는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 강신우

관련사진보기


"뒷짐 지고 있는 정부와 국회 나서 달라" 

인권침해 조사결과 발표에 앞서 이날 밀양에서 올라온 마을 주민들이 발언에 나섰다.

상동면 옥산리 여수마을에서 고추 농사를 하는 김영자(57·여)씨는 "우리가 보상 더 받으려고 이렇게 싸웠다면 2011년 연말 쯤에 125억 보상금 얘기 나왔을 때 합의했을 것"이라며 "철탑이 우리 마을 한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니까 막는다, 우리가 뭘 더 바라겠느냐"고 호소했다. 김씨는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 걸리는 그 가파른 길을 기어 올라가며 8년 간 공사를 막았다"며 울먹였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산외면 대책위원인 안영수(58)씨도 "이미 합의한 마을과 합의하지 않은 마을 사이 갈등이 크다"면서 "상조사 있어도 서로 무시하고 길 가다 만나도 고개 돌리며 인사도 없다"고 한탄했다. 이어 그는 "국책사업이라면 이런 주민 피해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조사 결과를 대표로 발표한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밀양 송전탑 건설 추진사업을 재검토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박진 활동가는 "단순히 법이 부족한 측면도 있지만 이것을 집행하는 사람과 기관들, 이 전 사업 과정을 방관하고 방치하는 정부와 국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하면서 "뒷짐을 지고 있던 정부와 국회가 나서달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조사단은 지난 5월 20일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 재개 이후 주민 20여 명이 부상을 입는 등 피해가 커지자 인권침해 등 문제의 심각성을 살펴보기 위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단은 5개 면 10개 마을 132명을 인터뷰했고, 12개 송전탑 공사 예정지를 찾았다. 조사기간은 지난 6월 8일부터 나흘간이다. 현장 조사와 주민건강권실태조사를 겸하고 국회와 한전 등 관련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거나 국회자료 등을 참조하기도 했다.


태그:#밀양 송전탑, #765KV, #인권침해, #한국전력공사,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