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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22년 10월 20일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밖에서 사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022년 10월 20일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밖에서 사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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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 만에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트러스 총리는 20일(현지 시각)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돼 물러난다"라며 "찰스 3세 국왕에게 사임한다고 밝혔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경제 및 국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기에 취임했다"라며 "안보 위협과 저성장 경제에 맞선 비전을 제시했으나,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만 총리직에 머물겠다"라고 덧붙였다. 

보수당 대표 선거를 주관하는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은 이번에는 전체 당원 투표 없이 현직 의원들의 원내 투표로 차기 대표를 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 주에 새 대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감세안 내놨다가 '역풍'... 바이든도 쓴소리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물러나자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트러스 총리는 대규모 감세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새 대표 선거에 출마해 승리하며 9월 6일 취임했다. 

그러나 예산 삭감이나 재정 충당 방안도 없이 450억 파운드(약 72조 원) 규모의 감세안을 내놓자 영국 경제는 큰 충격에 빠졌다.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 대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세계 경제도 충격을 받자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비판에 나섰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에 대해 "실수라고 생각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라며 혈맹인 영국의 총리에게 이례적으로 대놓고 쓴소리를 했다. 

영국의 진보 성향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많은 전문가가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고 비판했고, 트러스 총리와 경선에서 맞붙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도 '동화 같은 경제학'이라고 경고했으나 대다수의 보수당 의원들과 우익 언론은 귀를 닫았다"라고 지적했다. 

트러스 총리는 결국 최측근인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내치고 부자 감세, 법인세율 동결 등 공약을 잇달아 뒤집었다. 소득세 최고세율 45% 폐지를 철회하고, 법인세율을 올리겠다며 여론을 달랬다. 

전날 의회 발언에서 야당의 사임 요구에는 "나는 '싸우는 사람'(fighter)이지 '그만두는 사람'(quitter)이 아니다"라고 맞서기도 했다. 

그러나 여당인 보수당에서도 하원의원 10여 명이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신임 당 대표 선거를 요구하는 서한을 평의원 모임에 보내자 압박을 못 이긴 트러스 총리는 결국 하루 만에 말을 바꿔 물러나기로 했다.

흔들리는 보수당 정권... 노동당 "조기 총선하자"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사임을 보도하는 영국 <가디언> 갈무리.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사임을 보도하는 영국 <가디언> 갈무리.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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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리 후보군으로는 수낵 전 재무장관과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 케미 베디너크 국제통상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심지어 존슨 전 총리가 다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제1야당 노동당은 2024년 12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조기 총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은 보수당보다 20%p 이상 높은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마크 드레이크포드 웨일스 노동당 대표는 "보수당의 정부는 완전히 실패했다"라며 "안타깝게도 정부 내 깊은 분열로 인해 어떤 후임자가 오더라도 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조기 총선을 촉구했다. 

보수당으로서는 조기 총선의 여론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체 당원 투표 없이 원내 투표로 신속하게 차기 총리를 정하려는 의도가 있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에서 여론 반영 없이 보수당 의원들끼리 뽑는 차기 총리가 과연 국민적 지지를 얻으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영국 BBC 방송은 "국회의원들이 뽑는 차기 총리를 중심으로 뭉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며 "보수당은 빨리 새 총리가 정해져서 사태가 가라앉기를 바라겠지만,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라고 분석했다. 

태그:#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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