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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 시점을 놓고 설왕설래 중이다. 당초 2023년 1~2월로 거론됐던 전당대회 시점은 최근 4~6월 개최설로 이어지고 있다. 다음 지도부가 22대 총선 공천의 '키'를 움켜쥐는 만큼, 당권주자들과 용산 대통령실 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오마이뉴스> 취재에 따르면, 집권여당의 전당대회 시점이 안개 속으로 빠진 주된 이유는 '유승민 견제' 혹은 당장 당권경쟁을 할 수 없는 주류 인사들의 묵시적 합의 탓이다.

조강특위에 당무감사... '시간' 벌면서 유승민 견제?
 
유승민 전 의원. 사진은 2021년 11월 3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직장인들에게 거리인사를 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유승민 전 의원. 사진은 2021년 11월 3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직장인들에게 거리인사를 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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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은 (전당대회) 시점은 관계 없으니 '유승민 당선을 막아달라'는 주문 하나만 (당에) 한 것으로 안다."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여권 관계자가 한 설명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미국 뉴욕 순방 중 불거진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에 대한 사과 요구부터 시작해 각종 현안에서 윤 대통령과 당내 친윤(친윤석열)과 각을 세우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식민사관 논란 발언에 대한 사과 요구, 김진태 강원지사발(發) 자금시장 혼란에 대한 비판, 27일 대통령 주재로 생중계 진행된 비상경제민생회의까지. 유 전 의원은 현재 거론되는 여당 당권주자 중 거의 유일하게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다.

그런데 유 전 의원은 최근 여러 여론조사업체의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1위 혹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당 지지층이 아닌 이들의 '역선택'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보수층의 응답만 따로 봤을 때도 유 전 의원에 대한 지지세는 상당한 편이다.

당장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공정'에 의뢰해 여당 지지층과 무당층 5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당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24.1%를 얻어 1위인 나경원 전 의원(24.3%) 바로 뒤에 자리했다. 3위를 기록한 안철수 의원(13.8%)과도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p) 밖 격차였다(10.24~25, 휴대전화 100% 자동응답 전화조사, 응답률 3.7%,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조). 참고로 현재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당원투표 70%+일반 여론조사 30%' 방식으로 치러진다. 

이 때문에, '정진석 비대위'가 27일 공석인 69개 당원협의회의 조직위원장을 선임하기 위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아래 조강특위)를 구성하고 당무감사를 추진한 이유가 '유승민 견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석·유승민 등 비윤계 인사에 우호적인 당협위원장은 교체하고 친윤계에 우호적인 당협위원장을 채우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여기다 원외 당권주자인 유 전 의원에 대한 지지세가 누그러질 때까지 시간을 버는 효과도 있다. 통상 조강특위에 의한 사고 당협 정비와 당무감사는 각각 3개월 정도 소요된다. 이에 따라 이날 구성된 조강특위가 바로 새 당협위원장 모집 절차에 바로 나서더라도 내년 2월 말에서 3월 초에나 완료된다. 또 그 직후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꾸려서 '룰'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내년 4월은 돼야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당무감사까지 추가로 진행된다면 그 준비시간은 곱절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한 국민의힘 의원은 "자리에 앉으면 오래 하고 싶은 게 사람이다. 전당대회 연기는 정진석 위원장이 개인적인 욕심과 유승민을 떨궈내고 싶은 용산의 이해가 맞물린 것이라고 본다"면서 "정 위원장 입장에선 당협에 자기 사람을 꽂아 넣음으로써 차기 당대표에게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유승민의 기세를 꺾는 효과를 어느 정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월 이후 전당대회 때는 당권주자 더 늘어날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3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 시정연설을 마친 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 대통령,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3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 시정연설을 마친 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 대통령,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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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등판을 위해 전당대회 시점을 늦추길 바라는 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윤핵관(윤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로 대표되는 권성동 의원이 그중 하나다. '내부총질 문자' '연찬회 술자리' 등 각종 구설로 리더십 논란에 부딪혀 지도부에서 물러났지만, 당 안팎에선 권 의원이 당권을 노리고 있다는 말이 솔솔 나온다.

이에 대해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권성동 의원, 주호영 원내대표, 정진석 비대위원장 모두가 당권에 욕심이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주 원내대표나 정 비대위원장 같은 경우는 심판이 어떻게 선수로 뛰느냐는 비판을 받고, 권 의원 같은 경우는 당 위기를 자초한 사람이 어떻게 또 나올 수 있느냐는 비판을 받는다. '정치적 변수'가 생기길 바라며 전당대회 연기에 힘을 싣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권영세 통일부장관, 원희룡 국토부장관 역시 내년 4월 이후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당권 경쟁에 '참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내년 초 정도 개각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만큼 이들이 개각 대상에 포함된다는 전제 하에서다.

두 장관 모두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사들이다. 특히 권 장관은 서울 용산구를 지역구로 하는 4선 중진 의원으로, 지난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대선 승리에 일조했다. 당 안팎에선 당의 안정적인 관리·운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당대표 후보로 꼽힌다.

이와 관련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와 한 인터뷰에서 "권영세 장관과 국토부를 맡고 있는 원희룡 장관 같은 경우는 (차기 전당대회에) 참전할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국민의힘 대표의 주차자리가 비어 있는 모습.
 지난 7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국민의힘 대표의 주차자리가 비어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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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전당대회, #국민의히, #유승민,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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