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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국무위원들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국무위원들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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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이태원 압사 참사 후 꼿꼿했던 책임자들의 허리가 일제히 숙여진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참사 당일(10월 29)의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된 날이었다.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겠다며 아무 말 없이 분향소만 돌던 윤 대통령도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를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격앙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논란의 중심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있었다. 참사 다음날인 10월 30일 이 장관은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언→두둔→사과... 이상민·한덕수의 말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며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며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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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책임 회피성 발언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장관은 다음날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10월 31일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그것(경찰 인력 배치 미흡)이 (사고의) 원인이었는지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같은 자리에서 이 장관을 감쌌다. 한 총리는 "경찰 인력들이 여러 가지 수고를 많이 하는 과정에서도 투입이 됐다는 것을 (이 장관이) 설명하는 취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경찰 인력 배치 관련 지적에도 "많은 반론이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의 수장인 정진석 비대위원장도 분향을 마친 후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니라 추모의 시간"이라며 이 장관을 두둔했다.

대통령실도 엄호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후 3시 30분 브리핑을 통해 "현재 경찰에게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사고를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판 여론이 계속되자 오후 4시 이 장관은 세 줄짜리 입장문을 내놨다. 그는 이 입장문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이태원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이태원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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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1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기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전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던 윤희근 경찰청장은 오전 11시 30분 기자회견을 열어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며 "국민 안전에 대한 무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곧장 112 신고 녹취록이 국회와 언론에 전달됐다. 이상민 장관은 오후 2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역시 허리를 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직접 사과하진 않으면서도 "무한 책임"을 거론했다. 그는 오후 3시 외신 기자회견에서 "국민 안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무한대로 책임지는 것이 우리 정부"라고 말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농담 섞인 발언과 웃음기 띤 얼굴로 질타를 받았다.

눈물의 오세훈, 당당하던 박희영도 "송구"
 
오세훈 서울시장 1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입장 발표를 하던중 한 사망자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눈물 닦는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1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입장 발표를 하던중 한 사망자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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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을 전후로 태세를 전환한 이들은 더 있었다. 참사 지역의 지방자체단체장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희영 용산구청장이다. 전날까지 "상황을 정리하고 수사 결과도 나온 후 제 입장을 말하는 게 순서"(오세훈),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 핼러윈은 축제가 아닌 현상"(박희영)이라던 두 사람이었다.

오 시장은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열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눈물을 흘렸고, 박 청장은 오후 2시 입장문을 통해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밝혔다.

아래 10월 29일~11월 1일 대통령, 정부, 여당, 지자체장 등 참사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을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10월 29일] 오후 6시부터 이어진 신고, 오후 10시부터 참사 본격화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긴급상황점검회의에서 보고 받고 있다.
▲ 핼러윈 인명사고 긴급상황점검회의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긴급상황점검회의에서 보고 받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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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 오후 11시 30분, 이재명 부대변인 브리핑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중략)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10월 30일] 참사 다음 날, 행정안전부 장관 책임회피성 발언
 
윤석열 대통령
/ 오전 10시 30분, 대국민 담화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낮 12시 정부합동브리핑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다."

[10월 31일] 윤 대통령 침묵 선언, 굽히지 않은 장관과 두둔한 이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이태원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이태원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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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 오전, 김은혜 대변인 서면 브리핑
"도어스테핑(출근길 질의응답) 하지 않겠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오전 10시, 서울광장 분향소 참배 후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라기보다 추모의 시간."

박희영 용산구청장 / 오전, 녹사평역 광장 분향소 참배 후 MBC 인터뷰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 핼러윈은 축제가 아닌 어떤 하나의 현상."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오전 10시 15분, 서울광장 분향소 참배 후
"정확한 원인 나오기 전까진 선동성 주장을 해선 안 된다는 취지."

한덕수 국무총리 / 오전 10시 15분, 서울광장 분향소 참배 후
"경찰이 수고 많은 과정에서도 (이태원 참사에) 투입됐다는 것을 설명하는 취지."

오세훈 서울시장 / 오전 10시 15분, 서울광장 분향소 참배 후
"조금 상황을 정리하고 수사 결과도 나온 다음에 제 입장을 말하는 게 순서."
  
윤희근 경찰청장 / 오전 11시, 서울광장 분향소 참배 후
"이런 결과가 일어난 상태에서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차관 / 오전 11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
"(기자들) 질문 나온 건 다 소화를 해야 되는 건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오후 4시, 입장문
"염려할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

[11월 1일] '112 신고 녹취록' 공개된 날, 일제히 바뀐 기조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윤 경찰청장은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사고로 인해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윤 경찰청장은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사고로 인해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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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 오전 10시, 국무회의(대통령실 관계자 전언)
"(경찰 조치가 미흡했단 보고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라."

윤희근 경찰청장 / 오전 11시 30분, 기자회견
"112 신고가 다수 있었지만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 무한 책임을 통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오후 2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

박희영 용산구청장 / 오후 2시, 입장문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

한덕수 국무총리 / 오후 3시, 외신 기자회견
"국민 안전을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무한대로 책임지는 것이 우리 정부."
"이렇게 (통역이) 잘 안 들리는 것에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째와 마지막은 뭔가요?" (농담 후 웃음)

오세훈 서울시장 / 오후 5시, 기자회견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

태그:#이태원, #압사,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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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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