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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동료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의총 참석한 주호영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동료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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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처리 이후에 국정조사 실시하는 것을 승인 받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이 23일 의원총회를 통해 이태원 압사 참사 국정조사를 2023년도 예산안 처리 이후에 실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틀 전(21일)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가 미진할 경우' 국정조사를 논의하겠다던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이 이날 의원총회를 통해 권한을 위임받으면서, 지금까지 물밑에서 진행되어 온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상도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의 반발도 여전히 있어서 실제 국정조사 실시까지는 아직 남은 과제도 상당하다.

주호영 "진실 밝히는 데 도움이 되면 과감하게 국정조사"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날 의원총회의 결과가 "예산안 처리 이후에 실질적인 국정조사 실시에 들어간다면, 그 점은 원내대표단에게 위임을 해주겠다. 구체적인 국정조사 조건들은 원내대표단이 권한을 가지고 협상해달라"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조사) 최종 실시에 대해서는 원내대표단이 위임받아서 협상을 하되, 협상에서 많이 양보를 하지 말라는 주문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간의 문제라든지, 국정조사 기간의 문제라든지 여러가지에서 우선 끌려가듯이 국정조사를 하지는 말아달라는 당부들이 많았다"라며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는 것에는 과감하게 하되, 정쟁으로 끌고 가는 국정조사는 단호히 배격한다"라는 협상 지침도 밝혔다.
 
다만 국정조사의 기간이나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특히 민주당과 정의당·기본소득당이 추진하는 국정조사의 범위에 대통령실이 포함된 것을 두고서도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주 원내대표는 관련 질문들이 나오자 "최종 합의가 되면 발표를 하도록 하겠다"라며 "협상 과정에서 오고간 이야기를 지금 밝히는 건 도움이 안 된다"라고 입을 다물었다.
 
정진석 "유가족도 울고 저도 울어... 국정조사 합의 피할 이유 없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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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불과 이틀 전 의원총회의 결론을 이처럼 뒤집은 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사이의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국정조사 요구가 제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여소야대' 정국에서 물리적으로 국정조사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현실론'도 작용했다. 야당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산안 처리 여부도 영향을 끼쳤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그저께(21일) 유가족들과 2시간을 만났다. 유가족들은 아들 딸의 영정을 들고 와서 비통한 심정으로 토로했다"라며 "제가 그 자리에서 많은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다. 유가족도 울고, 저도 울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그 유가족 중에는 '어떻게 경찰이 경찰을 수사할 수가 있느냐'라고 문제제기하는 분도 계셨다"라며 "저는 유가족들에게 '특수본의 수사 결과가 믿을 수 없다면, 국정조사든 특별검사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한 점 의혹 없이 낱낱이 그 진상을 밝히겠다고 약속 드렸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주호영 원내대표께서 민주당과 정말 어려운 협상을 이어가고 계신데, 특수본 수사 결과의 내용이 어떻게 나오든 간에 민주당은 아마 국정조사를 밀어붙이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일 예산 처리 시점과 특수본의 수사 결과 발표 시점이 그렇게 차이 나지 않는다면, 엇비슷한 시점에 이뤄진다면, 우리가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에 대한 합의를 피할 이유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전까지 국정조사를 강경하게 반대해 온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뀐 것이다.
 
주 원내대표 역시 기자들에게 "이틀 전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낸 데로, 수사결과를 보고 미진하면 그때 국정조사를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라면서도 "소수인 우리 당이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정조사 실시 계획을 의결하겠다는 그런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우리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털어 놓았다.
 
일부 의원 계속 반발... "제2 세월호 망령 이용해 권력 무너뜨리려 하는 것 아닌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마친 주호영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악수하는 정진석-주호영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마친 주호영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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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남은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명단 제출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남은 협상들이 마무리 되면 제출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시한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일(24일) 있을 본회의 표결 참여 여부 역시 "협상이 마무리되면 내일 할 수 있을 테고, 거기에서 의견 차이가 나면 못할 수도 있고 그런 것이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우리가 민주당 요구대로 다 끌려갈 수는 없다"라며 "조건이 맞지 않으면 국정조사를 안 할 수도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과의) 의견 접근이 많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정조사 원칙에 맞지 않는 요구라든지 과도한 요구는 저희가 수용할 수 없다"라며 "몇 가지 남은 문제에 대해서는 수석부대표끼리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의원총회장을 빠져나가는 의원들 중에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밝힌 이들이 몇몇 있었다. 송석준 의원은 "(경찰 특수본의) 중간 수사 발표도 안 났는데, 자꾸 정치권이 껴들어서 수사 관계자들을 불러도 '지금 조사 중이기때문에 답 못한다' 이거밖에 못 듣는다"라며 "그러면 정치권에서 괜히 간섭하는 모습만 나오는 거다. 실제로 궁금한 걸 들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채익 의원은 "최초 수사 보고도 없는데 난데없이 지금 국회가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건 다분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물타기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제2의 세월호의 망령을, 세월호를 또 이용해서 권력을 무너뜨린다는 유혹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국민들은 많이 의심을 갖고 있고, 저 자신도 의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태그:#국민의힘, #의원총회, #이태원압사참사, #국정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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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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