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화물연대 소속 화물노동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생명안전 후퇴 윤석열 정부 규탄, 노동자 참여 입법 촉구 결의대회’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ㆍ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자신의 차량 번호판을 목에 걸고 참석하고 있다.
 화물연대 소속 화물노동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생명안전 후퇴 윤석열 정부 규탄, 노동자 참여 입법 촉구 결의대회’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ㆍ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자신의 차량 번호판을 목에 걸고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생존권을 위해 안전운임제 확대 정착을 요구하는 화물연대 파업이 14일째 이어지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7일 "정부가 물밑 대화에도 응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이날도 강경 대응 일변도였을 뿐 사태를 풀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 분야 손실액이 3조 5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면서 화물연대를 압박했다. 특히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화물 노동자들을 향해 "신변 보호에 나서겠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연일 화물연대를 '귀족노조'로 몰고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화물 노동자 김윤진(33)씨는 정부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비조합원임에도 불구하고 화물연대 노조의 안전운임제 파업을 지지해 오늘까지 2주째 차를 세우고 있다. 7년 차 화물차 노동자인 그는 컨테이너 운송을 3년 6개월 여 했다. 컨테이너 운송은 시멘트와 더불어 지난 3년간 안전운임제가 적용된 분야다. 그는 안전운임제가 분명 자신의 삶을 더 낫게 했다고 강조했다.

"안전운임제가 도입 되기 전, 2019년 상황을 얘기할게요. 저를 비롯한 장거리 컨테이너 운행 노동자는 기본 코스가 경기도~부산 왕복이에요. 화물차로 가면 편도로 적어도 5~6시간 걸려요. 그렇게 짐 싣고 내려가고, 컨테이너 교체하고 짐 싣고 올라오면 최소 하루 14시간 이상 일해요. 대기 시간 다 빼도 운전석에 앉아있는 시간만 최소 12시간 넘어요. 그렇게 왕복하는 걸 일주일에 최소 네 탕 이상 해야 겨우겨우 생계가 돼요. 집에도 못 가요. 월요일 아침에 옷 싸들고 나와서 토요일까지 일하고 나서 집에 들어가요. 빨래하러. 한 달 내내 계속이에요.

잠도 잘 못 자요. 우리끼리 농담으로 2시간 자면 좀 적게 잤다고 하고, 3시간 자면 평균적으로 잤다고 하고, 4시간 잤다고 하면 많이 잤다고 얘기해요. 왜 못 자냐고요? 잘 데도 없어요. 화물차는 커서 아무데나 못 세우니까 밤 늦게 휴게소 가거나 졸음쉼터 가야 하잖아요. 근데 자리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또 나와야 되는 거예요.

그런데 안전운임제 이후에 그나마 일주일에 최소 네 탕 뛰어야 되는 게 세 탕 뛰어도 되는 정도가 된 거예요. 내 몸이 정 아니다 싶으면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정말 잠이 부족하면 하루쯤 쉴 수도 있고."


"우리가 정말 귀족 노조입니까"
    
비조합원 화물 노동자 김윤진(33)씨가 7일 국회에서 열린 화물연대 총파업 증언대회에 참석했다.
 비조합원 화물 노동자 김윤진(33)씨가 7일 국회에서 열린 화물연대 총파업 증언대회에 참석했다.
ⓒ 김성욱

관련사진보기

 
비조합원인 김씨가 7일 국회에서 열린 화물연대 증언대회에 참석해 한 말이다. 화물연대는 이 자리에서 "정부가 조직된 노조에 대한 혐오, 또 구시대적인 귀족노조 프레임으로 화물연대 파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국회 등 정치권의 사태 해결 노력도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 좀 올랐다고 좋아하고 있는데, 보통 시민들은 노동자를 적으로 돌리는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 탄압으로 보수층을 결집해 순간 지지율은 오를지 모르지만,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는 아니다"라고 했다.

안전운임제는 화주, 운수사업자, 화물 노동자들이 함께 화물 노동자들의 적정 임금을 결정해 화물차의 과적, 과속, 과로를 줄이고 도로 위 안전을 확보한다는 제도다. 과거엔 화주와 운송사가 일방적으로 운임을 결정했다면, 안전운임제 하에선 화물 노동자도 적정 운임을 매기는 데 참여한다. 이로써 다단계 하청 구조가 만연한 화물 운송 시장 가장 밑바닥에 있는 화물 노동자들의 임금이 지나치게 줄어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2020년부터 시멘트와 컨테이너 운송 화물차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돼온 안전운임제는 올해 말 없어진다. 이른바 '일몰제'다. 화물연대는 현재 이 일몰제를 폐지하고, 사고 위험성이 높은 '위험물' 등 5개 분야에도 안전운임제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내의 전체 화물 노동자는 약 42만 명이다. 현재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화물연대 조합원 수는 약 2만 5000명이다. 정부 측 주장과 달리, 화물연대 측은 이번 파업이 비조합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우리가 정말 이기적인 귀족 노조였다면 조합원들이 있는 사업장에서 개별적으로 임금 협상 투쟁을 하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조합원, 비조합원 관계 없이 함께 잘 살기 위해 안전운임제 파업을 하는 것"이라며 "비조합원의 동참이 없었다면 물류대란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화물연대가 안전운임 확대를 요구하는 5개 품목(위험물, 곡물사료, 카캐리어, 철강, 택배) 운송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하루 14시간, 시간당 운임은 9932원, 월 운행일수는 24일, 월 운행시간은 343시간, 월 순수입은 월 342만 8000원 정도라고 화물연대는 밝혔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우리보고 '귀족'이라는 정부 얘기를 듣고 있으면 열불이 다 난다"고 입을 모았다. 

"저는 비조합원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안전운임제 이후에 제 스스로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비조합원이지만 지금 파업에 동참하고 있어요. 2주가 지나니까 좀 힘든데… 꼭 좀 이 파업을 승리로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김윤진)

[관련기사]
"우리가 겪었던 갑 중의 갑... 윤 대통령, 딱 그 사람 같아" 

태그:#화물연대, #총파업, #안전운임제, #화물노동자, #파업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