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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2년 차를 맞는 윤석열 정권의 첫 번째 국방예산이 57조143억 원으로 확정됐다. 윤석열 정권은 2023년도 전체 예산을 전년도보다 3.8%p 감소한 5.1% 증액률로 편성하면서도 국방예산만큼은 오히려 1%p 늘어난 4.4% 증액률을 적용했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는 속에서도 윤석열 정권은 아랑곳없이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확장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전체예산의 증가율은 감소했지만,국방예산의 증가율을 늘어났다.
 전체예산의 증가율은 감소했지만,국방예산의 증가율을 늘어났다.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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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정권처럼 윤석열 정권도 북한 위협을 국방예산 팽창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로부터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팽창의 타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남한은 이미 핵전력을 포함한 북한 군사력의 위협과 도발, 침공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대결과 강압으로 북한을 굴복시키려는 불필요하고 부당한 대북정책에 매달리며 대군 체제를 유지하고, 미·일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대중 포위전략에 편승해 이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대형, 고성능 공세 무기를 도입하면서 숨 가쁜 군비증강이 이뤄지고 국방예산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군비확장과 국방예산 팽창이 한반도 평화와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안보 딜레마의 늪에 빠져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민생을 희생하며 전쟁으로 민족공멸을 초래할 수 있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바로 그 바탕에 윤석열 정권의 '힘에 의한 평화' '억제를 통한 평화'라는 시대착오적이고 왜곡된 안보관이 있다.

'힘에 의한 평화' 정책과 국방예산 팽창

문재인 정권의 모든 정책을 폐기하고 단죄까지 하는 윤석열 정권이 유일하게 계승하고 있는 것이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안보 공약으로 '힘에 의한 평화'를 주창했으며, 이를 위해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다시 주적으로 명시"하고 "한미연합훈련을 강화하겠다"며 대결적인 대북 안보관을 주저 없이 드러낸 바 있다. 그가 취임한 후 한미연합연습 야외 기동훈련을 재개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주도의 다자연합 연습에 한국군을 적극적으로 참가시키고 있는 것도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을 구현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그러나 '힘에 의한 평화'는 인류가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은 후 전쟁을 국가정책 수단으로부터 배제하려는 부전조약을 체결(1928)한 후나 2차 세계대전 후 인류 생존을 위해 무력 위협 또는 무력 사용을 금지한 유엔헌장(1945)을 채택한 후부터는 국제사회가 배척해 온 안보관이다.

'힘에 의한 평화'와 짝을 이루면서 이의 구현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이 소위 '억제를 통한 평화정책(억제정책)'이다. 억제정책이란 힘을 사용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과시해 상대방이 그 의지와 능력을 믿게 함으로써 성립한다. 달리 말해서 상대방을 겁주고 위협해 이른바 '도발' '침공'을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힘에 의한 평화', 곧 억제정책을 통한 위협은 그 자체가 상대 국가에 대한 위협으로, 무력 위협 또는 무력 사용을 금지한 유엔헌장 2조 4항에 정면으로 위배 된다.

그런데도 미국은 세계 패권을 위해 '힘을 통한 평화'를 정당화 해왔고 일본도 일본판 '힘을 통한 평화'인 '적극적 평화주의'를 표방하며 군비증강과 군사대국화의 길로 나서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이 결합해 소위 '인도·태평양전략'으로 구체화되고, 여기에 나토의 아태지역 진출까지 더해져 냉전 시대의 지역별, 진영 간 대결이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신냉전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한국의 나토 참여에 더 깊숙이 발을 담그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것은 미국의 요구와 압력에 이끌려가는 것과 함께 '힘에 의한 평화'라는 이 정권의 안보관이 일본 정권의 안보관과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힘에 의한 평화' 정책→공세적 군사전략과 작전계획 운용→군비증강→국방예산 증대에 매달릴수록 위협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된 안보 딜레마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미소, 미중, 남북간 군비경쟁은 모두 '힘에 의한 평화'정책의 산물이나, 이를 통해 안보위협이 해결되기는 커녕 확대 재생산됐을 뿐이다.

북한이 핵 선제공격을 표방한 새로운 핵 법령을 채택(2022.9.8.)한 것은 한미동맹의 확장억제 강화와 대북 (핵)선제공격을 명시한 새 작전계획 수립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크다. 북한도 경제를 희생시켜가면서 핵무기를 포함한 군비증강을 계속해왔으나 초 공세성을 띤 핵 교리를 도입해야 할 만큼 안보와 체제가 되레 위태로워진 것이다. 이제 한반도는 핵 선제공격으로 맞서는 최악의 초 공세적 대결 상태로 접어들었다. '힘에 의한 평화' '억제를 통한 평화'가 국가와 민족을 대결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결국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을 막고 남북이 평화와 번영,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과 북한이 모두 '힘에 의한 평화'와 억제정책을 폐기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 이는 '힘에 의한 평화'와 억제정책의 하위 개념인 초 공세적 군사전략과 작전계획, 이를 수행하기 위한 공세 무기 도입 등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증액도 함께 철회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와 동맹 구축,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군사 활동 강화, 대만 해협 등 동북아지역의 군사대결장화와 여기에 한국군이 가담하는 것도 지양돼야 한다는 걸 뜻한다.

한미동맹과 초공세적 전략, 제동장치 없는 군비증강·국방예산 팽창의 직접 원인
 
지난 20일 한반도 인근에 전개한 미국 B-52H, F-22, C-17이 비행하고 있다.
▲ 한미 연합공군훈련 지난 20일 한반도 인근에 전개한 미국 B-52H, F-22, C-17이 비행하고 있다.
ⓒ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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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군의 군사전략은 북한위협 부풀리기에 기초한 초공세전략으로 제동장치 없는 전력증강과 국방비 증액의 직접적 원인이다. 맞춤형 억제전략과 4D(탐지→교란→파괴→방어) 작전에 토대한 작전계획 5015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할 징후만 보여도 선제공격한다는 초공세작전이다.

여기엔 참수작전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 제거 작전과 북한군 격멸 작전이 포함된다. 그렇지만 맞춤형 억제전략과 4D 작전, 작전계획 5015에 따른 선제공격은 무엇보다도 불법이며, 모험주의적이고 실효성 없이 고비용만 초래한다.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은 북한이 공격 징후만 보여도 대북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것인 만큼 이는 평화통일을 천명한 헌법 4조와 무력 침공을 부정한 헌법 5조, 선제적 무력 행사를 금지한 유엔헌장 2조 4항 위반이다. 국방부와 군은 북한이 핵·미사일 사용징후를 보였을 때만 선제타격하겠다는 것이니만큼 반드시 선제공격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한미연합군으로서는 북한의 어느 미사일에 핵무기가 장착돼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모든 미사일 발사에 대해 4D 작전을 전개해야 하므로 전면적인 선제공격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군을 격멸하겠다는 것은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북한군에 대한 불필요한 과잉 살상으로 이어져 전시국제법(헤이그법)의 위반이 된다. 전시국제법의 원칙을 제시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선언(1868)은 "한 국가가 전쟁 중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유일하고 합법적인 목적은 적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으며, 이는 이후 전시 불필요한 과잉 살상을 막기 위한 헤이그법 원칙 중에서도 기본 원칙으로 자리잡는다. 이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선언은 "이러한 목적 - 적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 을 위해서는 병력(부대)의 주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대북 선제공격은, 설령 제한적인 핀포인트 공격이라고 해도, 반드시 전면전으로 비화한다. 북한이 이미 남한은 물론 일본과 태평양 미군 및 미 본토까지 보복할 수 있는 핵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조건에서 대북 선제공격은 남북한의 모든 생명과 자산, 미일의 일부 생명과 자산을 담보로 하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전략이자 작전이다.

한미연합군이 제아무리 대북 정찰 능력을 강화해도 산악지대 등을 이용해 은폐·엄폐된 고정식 발사대와 수백 대에 달하는 이동식 발사대를 모두 탐지해 발사 전에 파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북 선제공격은 분명 실효성이 전혀 없는 전략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맞춤형 억제전략과 4D 작전을 실행하기 위한 이른바 3축 체계(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 대량 응징보복) 구축에 2017년~2022년에 약 30조 원(국방부 발표 액수 기준)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썼고, 2023~2027년에 30조 원을 추가로 지출할 계획(신원식 의원실, 2022.10.21.)이다.

그러나 안보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북한도 계속 재래식 전력을 증강하며 군비경쟁에 나서고 있고 핵 선제공격을 표방한 '핵 법령'까지 채택함으로써 남북이 안보 딜레마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더욱 고착되는 형국이다. 군비증강과 국방예산 팽창이 안보를 개선하기는커녕 악화시킨다는 방증이다.

2023년도 방위력 개선비는 16조9169억 원이다. 이 예산 대부분 대북 선제공격용 최첨단 고성능 무기체계 도입에 사용된다. 이른바 '3축체계' 수행을 위한 무기 도입비는 이중 31%인 5조2954억 원(연합뉴스, 2022.12.24)에 달한다. 
 
국회에서 통과된 2023년 국방예산
 국회에서 통과된 2023년 국방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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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고성능 공세 무기는 천문학적 액수의 도입비가 들어갈 뿐 아니라 도입비의 최소 4배 이상(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 국회 국정감사 회의록, 2019.10.7.)의 막대한 운영유지비가 들어간다. 국내 개발 중인 KF-21 사업 예산은 무려 18조 원이며, 운영유지비는 얼마가 소요될지 가늠조차 안 된다. F-35A 40대의 운영유지비는 40조~80조 원(홍영표 의원, 국회 국정감사 회의록, 2019.10.7)으로 추산된다. 10~20년 후에는 국방예산 대부분을 고성능 첨단무기 운영유지비에 쏟아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고성능 공세무기 대신 방어전략과 작전에 상응하는 무기체계를 도입한다면 방위력개선비와 운영유지비를 50% 이하로 줄여 국방예산을 크게 삭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북 선제공격전략과 작전을 폐기하고 방어전략과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야말로 헌법과 국제법 준수로 민족의 공멸을 막고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는 대전제요, 국방비 삭감을 통해 국민경제와 민생을 도모하는 길이자 판문점·평양 선언, 군사 분야 합의서의 준수와 이행으로 군축과 평화협정 체결,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이기도 하다.

[2023년 국방예산 문제점①] '힘에 의한 평화' 정책과 국방예산 (하) 로 이어집니다. http://omn.kr/224es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평통사 월간지 '평화누리통일누리'(12/31 발행)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국방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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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비핵화 #평화협정 실현 #사드철거...성역화된 국방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감시와 대안있는 실천으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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