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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식당을 찾아 '1천원 아침밥'을 먹으며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외부인 식권(4,000원)을 구매해 식사했다. 2023.3.28 [공동취재]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식당을 찾아 '1천원 아침밥'을 먹으며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외부인 식권(4,000원)을 구매해 식사했다. 2023.3.28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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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하는 문제만큼은 젊은이들에게 국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앞으로 계속 확대해나가야겠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대학생들의 학식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서 경희대학교 학생 대표자들을 만난 자리였다. 김기현 대표를 위시한 집권여당 지도부는 28일 오전,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식당에서 경희대학교 총학생회장단을 포함한 학생 대표자들과 경희대학교 학교 측 관계자들과 '1000원 학식(비재학생은 4000원)'을 아침밥으로 먹었다. 교육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관계자들도 함께였다.

경희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병민 최고위원이 "2007년에 총학생회장이었다"라고 밝히자, 총학생회장단이 "대선배님이시다"라고 인사하는 등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줄을 서 있는 김 대표에게 다가가 "대표님 판사 출신 아니신가"라며 "저도 법조계로 나가고 싶다. 법을 알아야 정치도 알지 않느냐"라고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었다.

식사 도중에도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에 여당 정치인들은 긍정적으로 화답하며, 서로 박수를 치는 장면도 여러 차례 연출됐다. 하지만 다른 테이블에 앉아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다른 경희대 학생들의 반응은 냉탕과 온탕이 교차됐다.

경희대 총학생회 "아침뿐만 아니라 점심, 저녁도..."
 

경희대학교만이 아니라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등 서울 시내 여러 대학들에서 재학생의 아침 식사에 한해 '1000원'에 제공하는 사업을 새로이 시행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사업의 출발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대학생들의 아침식사를 지원하고, 쌀 소비량도 진작시키겠다며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당초 사업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농림부의 지원 액수도 1000원에 불과했기 때문에, 학생과 농림부로부터 1000원씩 받고 난 나머지 비용에 대해서는 각 대학들이 자체 예산으로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로 인해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른바 '1000원 학식'이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정이 나서서 예산 지원 규모를 늘리고, 다른 대학들에까지 1000원 학식을 확대하자고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식탁에 앉은 김 대표는 "아침을 결식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해서 정부에서 처음에 소규모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많이 확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결식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라며 "범위도 좀 넓히고, 질도 좀 높일 수 있도록 지원 단가도 좀 높여서, 학교 부담을 좀 줄여서 참여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사업이) 좀 더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재백 총학생회장도 "이런 사업이 비단 경희대만이 아니라 확대되어서 다양한 학교들이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아침뿐만 아니라 점심, 저녁까지도 정부나 학교에서 관심 가져 주시면 저희 학생들 부담이 줄어들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채희선 부총학생회장 또한 "사실 저도 대학생의 입장으로서 세 끼를 챙기는 게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다"라며 "이 사업이 앞으로도 관심과 지원을 받아서 지속적으로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권오병 경희대학교 학무부총장은 "학생들한테 최상의 학식을 제공하도록 최선 다하고 있다"라며 "정부에서 계속 지원해 주면 더 학생들을 잘 케어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식사를 마친 김기현 대표는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다"라며 "현장의 민심과 민생의 목소리를 바로 듣는 사람들이 정책 입안에 참여하고 정책이 현장에서 실현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가야 할 생활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총학생회와) 만날 수 있는 상시적인 채널이 필요하다"라며 "각 대학교 총학생회별로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정치적 프로세스를 의논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달라는 것을 김병민 최고위원한테 미션으로 줬다"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백그라운드 브리핑 이후, 학생들과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김기현 "청년 지지율 하락? 여론조사 샘플에 의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식당에서 '1천원 아침밥'을 배식받기 위해 수저를 준비하고 있다. 2023.3.28 [공동취재]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식당에서 '1천원 아침밥'을 배식받기 위해 수저를 준비하고 있다. 2023.3.28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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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여권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지지율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와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 모두에서 청년층의 이탈이 상당한 상황이다.

그러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부 통계에서 청년들의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 통계가 충분한 여러 가지 샘플을 다 확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청년 지지율을 높여야 한다는 건 중요한 과제"라며 "앞으로 당이 실제로 여당답게 대한민국을 살기 좋게 만들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당이 되고,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 나가면 청년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이번 방문이 청년층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현장의 경희대학교 학생들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지원 확대'를 기대하는 낙관적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쇼하러 온 거 아니냐'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상당했다.

"평소 학식을 먹으러 오지는 않는 편이지만, 지나가다가 신기해서 와 봤다"라는 한 학생은 "정치인들이 이렇게 와줬으니까, 1000원 학식 사업에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아침 학식을 자주 이용한다는 22학번 학생도 "값도 싸고 맛있어서 자주 먹으러 오는데, 힘 있는 사람들이 와줬으니까, 사업이 더 커지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학생도 "정치인을 실제로 봐서, 불편하기 보다는 좀 신기했다"라며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혼자 밥을 먹으러 온 2학년 학생은 "지지율 떨어지니까 온 것 같은데, MZ세대와 소통을 하겠다면서 기자들 데리고 사진 찍으러 온 것부터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카메라들이 있어서 아침밥 먹는 데 불편했다"라고도 지적했다.

친구와 함께 밥을 먹으러 온 다른 학생 역시 "아침부터 양복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위압감이 느껴졌다"라며 "밥 먹는 데 부담스러웠다. 진짜 별로다"라고 평했다. 함께한 다른 학생은 "총학생회장단 같은 사람들이 우리 같은 일반 학생을 그대로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소통을 할 거면 우리와 해야지, 저렇게 일부하고만 만나서 밥 먹고 가는 게 무슨 소통이냐"와 같은 질타를 쏟아냈다.

당정, 대학 등록금 인상안 논의? 교육부 "그런 적 없다"
 

한편, 대학 등록금 문제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주요 대학들은 연속적으로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물가 인상,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학들의 이런 여론을 반영해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을 위한 규제 완화 의견을 여당에 전달했다는 보도도 다수 나왔다.

그러나 막상 김기현 대표는 관련 질문에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말씀해주신 것처럼 보고받은 바가 없다"라며 "어떤 상황인지 파악해보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현장에 있던 교육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교육부가 당정협의에서 등록금 인상 의견을 전달했다는 것은 와전된 오보"라며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는 한 적이 있지만, 등록금 관련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어떻게 대학 등록금을 인상하겠느냐"라고 해명했다.

태그:#김기현, #국민의힘, #경희대학교, #1000원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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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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