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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214편 착륙사고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사고 초기에는 기체 결함과 조종사 과실이 유력한 이유로 떠올랐으나 사고기의 착륙 직전 비행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현지 비행 관제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 이틀째인 지난 8일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사고 항공사인 아시아나 측은 각각 사건 경과 브리핑을 가지고 사고 원인에 대해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수거한 블랙박스 분석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와 NTSB는 이르면 오늘(9일)부터 블랙박스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에 앞서 아시아나 사고를 둘러싼 여러가지 궁금증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들어봤다.

[미스터리①] 왜 '초보 기장'에 조종간을... "관숙 비행과는 연관성 낮아"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8일 공개한 아시아나 사고 여객기 관련 사진.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은 지난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 중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 미국 교통안전위가 공개한 현장사진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8일 공개한 아시아나 사고 여객기 관련 사진.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은 지난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 중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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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SB가 8일 밝힌 초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기는 이상하게 낮은 고도와 속도로 활주로에 접근했다. 직접적인 비행기 파손 원인은 충돌 1.5초 전 사고기가 착륙을 포기하고 고도를 다시 높이기 위해 기수를 높이면서 동체 꼬리 부분이 공항 방파제에 부딪혔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상황이 공개되면서 사고 원인이 조종사 과실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렸다. 당시 착륙이 조종사가 주도하는 '시계 비행' 상태였고 1.5초 전 기수를 높이려고 시도했던 것이 정황적 근거로 꼽힌다. 뒤이어 사고기 기장이 해당 항공기를 40여 시간 몰아본 '초보'였으며 당시 일종의 훈련 비행인 '관숙 비행' 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토부와 아시아나 측은 이런 논란을 부정하고 있다. 사고기 기장이 기본적으로 우수한 조종사인데다 사고 당시 풍부한 비행 경험을 가진 교관 기장이 동석했다는 이유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관숙 비행은 국제 항공업계에서 통용되는 훈련 과정"이라면서 "이 비행의 운항 책임은 교관 기장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블랙박스 분석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가장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조종사의 운전 미숙을 꼽았다. 다만 그 미숙이 관숙 비행과는 별 연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유창경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사고기인 777은 해당 기장이 경험을 가지고 있던 737에 비해 크기만 클 뿐 이착륙 시스템에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 "해당 기장이 777기종을 몰아본 지 얼마 안 됐다고 했지만 그런 이유라기보다는 기본적인 운전미숙인 것 같다"고 말했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 항공기 기장으로 근무한 정윤식 중원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해당 기장은 (운행) 자격은 다 갖췄지만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었다"면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나온 사실로만 보면 인적 요인에 의한 사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스터리②] 갑자기 줄어든 비행기 속도...왜?

하지만 기장의 실수로 보기에는 꺼림칙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들도 많다. 유창경 교수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기 위해 규명해야 할 요인으로 착륙 당시 지나치게 낮았던 운행 속도를 지목했다.

777의 경우 착륙하다 문제가 생길 시 바로 이륙을 해야하기 때문에 활주로 도착 4km 전부터 시속 250~300km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사고기의 경우 착륙 15초 전 속도가 200km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15초 전 속도가 200km라면 착륙 직전에는 그보다 더 떨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윤식 교수는 "속도가 낮아지면 항공기를 위로 뜨게 하는 양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사고기 기장의 비행경력은 약 9000시간. 그 역시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속도를 알려주는 계기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상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시계 비행해서 착륙할 때는 보통 조종사들이 외부 관측하면서 자세나 착륙 경로, 속도 등을 인식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에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미스터리③] 낮은 고도로 착륙 시도한 이유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8일 공개한 아시아나 사고 여객기 관련 사진.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은 지난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 중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 미국 교통안전위가 공개한 현장사진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8일 공개한 아시아나 사고 여객기 관련 사진.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은 지난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 중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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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가 착륙 시 비정상적인 착륙 각도를 보인 것도 의문이다. 유튜브 등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문제의 비행기는 앞선 항공기들보다 약 200m 가량 높은 고도를 유지하다가 착륙지점을 약 600m 남기고 급격히 고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노태수 전북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사고 당시 계기가 말하는 고도와 실제 고도가 달랐던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놨다. 이번 사고의 경우 항공기의 뒷바퀴가 닿은 지점이 적합한 터치다운(착륙) 지점보다 한참 이른 곳이었는데 기장이 착륙 직전에야 그같은 사실을 안 것을 보면 계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이전 괌 사고 때도 계기가 말하는 고도와 실제 고도가 맞지 않아 비행기가 산 중턱에 부딪힌 적이 있다"면서 "이번 역시 그런 오류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스터리④] 충돌 7초 전에야 인지... 관제 실수 가능성

항공전문사이트인 플라이트어웨어닷컴의 자료를 보면 사고기 착륙 이전에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내린 777기종 민항기들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시속 370km 수준으로 날다가 차츰 속도를 줄여 약 300km 수준으로 활주로에 도착한다.

반면 사고기의 경우 활주로 도착 약 24초 전부터 항속을 양력 유지수준(시속 254km)에 한참 못 미치는 속도로 급감시키는 이상 비행을 보였다. 그럼에도 관제탑에서 '속도가 느리다'고 경고를 준 것은 충돌 7초 전이었다.

SBS 보도에 따르면 당시 관제탑은 사고기에 속도나 고도 관련 경보를 하지 않았고 사고 몇십 초 전 관제사가 바뀌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비행안전 감지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신상준 교수는 이에 대해 "기체 정비와 관련된 정보들은 관제탑에 공유되지만 속도 등 운항 정보는 기본적으로 항공기 계기 안에서만 측정이 이뤄지며 순수하게 조종사들이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관제탑은 레이더에 나타난 비행기의 시간적 위치와 고도 정도만 확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항공기의 속도나 고도 등 운행 관련 정보는 특별한 요청이 없는 한 관제탑과 공유되지 않는다. 그는 "관제탑이 고도 등을 정확하게 판단했다 하더라도 조종사들이 자율적으로 조종하고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그랬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아시아나, #항공사고, #NTSB, #관숙비행,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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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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