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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를 강타한 수해로 당초 인제소양호에 가서 붕어낚시를 계획했던 휴가를 취소하느냐? 마느냐? 며 상의를 하다 이런 때 일수록 피해를 입은 곳을 방문하여 수재민의 마음을 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동을 조심하며 지역경제에 보탬을 주어야 한다는 어느 신문기사를 핑계삼아 일정대로 7월 23일부터 2박3일간의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

대신 당초 계획했던 소양댐 붕어 낚시는 워낙 피해가 많은 지역일 뿐 아니라 낚시를 드리우고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도리가 아닌 것 같아, 동해안 최북단 통일 전망대와 부근 바닷가 구경이나 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게 되었다.

통일 전망대나 가보자 하며 속초에서 1박을 하고 북으로 북으로 7번 국도를 타고 달리던 중 우리나라 최북단 화진포 해수욕장 표시판을 보고 어린 조카들이 해수욕하고 싶다는 바람에 화진포 해수욕장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 관광안내소 앞 주차장에 있는 화진포 전경과 8경을 안내하는 안내판이다.
ⓒ 양동정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관광안내소에서 집어든 고성군에서 만든 화진포 관광안내 팸플릿 제호 밑에는 "짙푸른 소나무 숲, 넓은 호수, 명사십리와 청정 바다가 만나는 동해안 최대의 자연 웰빙 관광지"라고 적혀 있다.

옛날 옛적에 화진포 열산이라는 마을에 이화진이라는 마음씨 고약한 시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시아버지가 건봉사 스님에게 시주는 하지 않고 골탕만 먹이자 마음씨 착한 며누리가 시아버지 몰래 시주를 하려고 따라갔으나 스님이 보이지 않아 마을로 돌아와 보니 마을 전체가 물속에 잠겨 호수가 되어버렸다. 며느리만 혼자 살아남게 되었으나 결국은 자살을 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진다. 그때의 마을 이름을 따서 한때 열산호라고 부르기도 했으나 지금은 시아버지 이름을 따서 화진포라고 부른다는 너무도 아름다운 호수다.

화진포 호수는 수만년 동안 바위와 조개껍질이 부서져 만들어진 석호로 동해안의 화진포해수욕장의 바닷물과 호수의 민물이 직접 통하는 72만평에 달하는 넓은 호수다.

▲ 화진포 호수 전경 안내표지
ⓒ 양동정
호수 남동 방향의 야트막한 산 송림 속에 위치하며, 한때 김일성의 별장이었다는 화진포의 성에서 우측 1시 방향을 보면 광개토왕의 능이 있다는 금구도와 명사십리 해수욕장의 금빛 파도와 모래사장이 손에 잡힐 듯 하고, 좌측 10시 방향으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울창한 송림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그 안으로 해당화가 지천으로 핀다는 아름다운 화진포 호수가 펼쳐지니 이 보다 아름다운 절경이 또 어디에 있을까?

▲ 전면의 바다가 화진포 해수욕장으로 물속의 해초가 들여다 보일 정도로 물이 맑으며 멀리 보이는 섬은 광개토대왕 릉이 있다는 금구도이다.
ⓒ 양동정
조선시대 방랑시인 김삿갓이 화진포의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어 화진팔경을 읊은 사연을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 화진포의 성 전시관내 화진포.금구도 전경사진
ⓒ 양동정

▲ 호수 주변의 철 늦게 핀 해당화 모습
ⓒ 양동정
김삿갓이 노래한 화진팔경 중 아직도 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제5경인 금구도 앞바다(화진포해수욕장)에 부서지는 파도를 보는 금구농파(金龜弄波)와 호수 주변에 해당화가 피는 모습이 영롱하다는 평사해당(平沙海당)이 있다.

제1경인 월안풍림(月安楓林)이나 제2경인 차동취연(次洞炊煙), 제4경인 장평낙안(長坪落雁), 제6경인 구용치수(口龍治水), 제7경인 풍암귀범(楓岩歸帆), 제8경인 모화정각(茅花亭閣)은 주변이 현대화 되어 그 정취를 느낄 수 없음이 아쉽기만 하다.

▲ 우리나라 초대 이 승만 대통령의 별장으로 화진포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자리잡고있다.
ⓒ 양동정

▲ 4.19로 붕괴한 자유당 정권의 2인자였던 부통령 이기붕의 별장으로 호수와 해수욕장 사이 송림속에 위치하고있다.
ⓒ 양동정

▲ 화진포의 성이라고 불리는 이 건물은 김일성이 처 김정숙과 묵은 적이 있다하여 김일성의 별장으로 불리며, 최근 입구 계단에서 김정일이 어렸을때 찍은 사진이 공개되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양동정
이러한 아름다운 풍광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화진포 호수와 해수욕장 반경 약 500m 이내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별장과 이기붕 부통령의 별장이 있고, 같은 시대에 북한에 공산정권을 세웠던 김일성의 별장이었다는 화진포의 성이 바로 인접해 있다.

이렇게 한 시대를 통치했던 권력자들의 별장이 모여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정학적으로 보았을 때 이곳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나 북한의 평양에서 거리가 매우 멀기 때문은 아닌지. 하지만 이렇게 멀리에 당대 최고의 권력자들의 별장이 있는 점으로 보아 한반도에서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 정녕 여기가 아닌가 싶다.

뿐만 아니다. 금모래가 반짝이는 명사십리 화진포해수욕장 바로 앞 500m 거리에 잡힐 듯이 떠있는 금구도에는 만주와 중원을 호령했다는 고구려 최고 번성기 국왕인 광개토대왕 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한반도의 실력자는 모두가 이곳을 안식처로 삼았다 할 수 있으니 금수강산 삼천리에 최고 절경이 화진포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 광개토대왕릉이 있다는 화진포해수욕장 앞의 금구도라는 섬.
ⓒ 양동정
최근 들어서는 인근의 고인돌 유적지등의 유물을 전시한 자연사박물관과 해양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어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산 교육의 장으로도 손색이 없는 듯하여 통일 전망대 가는 길에 꼭 한번 들려 볼만한 명승지가 아닌가 싶어 권하고 싶다.

오늘 아침 어느 일간지에 "수재민 돕고 싶으세요? 강원도로 피서오세요" 하는 강원도 지사의 호소를 실은 1면의 제호를 보고 이번 주말에 강원도로 낚시나 가볼까 하는데 또다시 호우가 내리니 걱정이다.

덧붙이는 글 | 화진포 팔경.

화진포 팔경(八景)의 제 1경은 원당리 마을 앞, 호수에 비친 반달 그림자와 누런 가을곡식, 단풍나무가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다워 '월안풍림(月安楓林)', 제2경은 화포리 찻골에서 저녘 밥을 짓는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모습이 한폭의 그림과 같다하여 '차동취연(次洞炊煙)' 제3경은 호수 주변 모래밭에 피는 빨간색 해당화가 봄에 피는 모습이 영롱하여 '평사해당(平沙海棠)'. 

제4경은 호수동편에 있는 장평부근에 찾아오는 많은 기러기의 울음소리가 청명하여 '장평낙안(長坪落雁)', 제5경은 화진포 앞바다에 떠있는 금구도(金龜島)의 모습이 한가로워 '금구농파(金龜弄波)', 제6경은 화진포 호수의 물이 바다로 빠지면서 바닷물과 부딪치며 물길이 솟아오르는 모습이 마치 용(龍)이 물을 차는 듯하여 '구용치수(龜龍治水)', 제7경은 풍암별장에서 보이는 돛단배가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이 정겨워 '풍암귀범(楓岩歸帆)', 제8경은 모화정리(茅花亭里:지금의 죽정1리)의 호수변의 모래밭에 아름다운 정자가 있어 '모화정각(茅花亭閣)'이라고 하는데 조선시대의 풍류시인인 김삿갓이 화진포에 머무르는 동안 이를 읊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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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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