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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치산치수(治山治水)는 국가 통치자의 덕목이요, 농사를 좌우하는 관건이다. 치산치수는 농촌의 미래다. 최근 연일 쏟아지는 집중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하천은 범람하고 산은 무너져 내린다.

연천 임진강변에 살고 있는 나는 경기 북부의 집중 폭우와 북한 황강댐 방류로 범람 위기에 놓여 있는 임진강의 물을 바라보며 새삼 물의 힘을 다시 깨닫고 있다. 특히 지구촌에 들어닥치는 기후변화로 예측할 수 없이 쏟아지는 폭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든든하게 보이던 오디나무도 급류에 밀려 힘없이 쓰러졌고, 온갖 쓰레기가 떠밀려 내려오고 있다. 강변 곳곳에 크고 작은 홈이 파이고 무너져 내리고 있다.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임진강 주상절리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임진강 주상절리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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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70%가 산림으로 이뤄진 우리나라는 산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물도 잘 관리를 할 수 있는 지리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1970년데 이전만 해도 산은 대부분은 헐벗은 민둥산으로 산사태가 자주 일어나 골치를 앓아왔다. 지난 2011년 서울 우면산 사태를 보더라도 잘 보호하지 않고 관리하지 않는 산은 언제든지 재해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1960년대에 우리나라는 대규모 산림녹화 사업으로 국토의 대부분이 울창한 산림으로 이뤄지게 됐다. 이는 땔감을 나무 대신 기름으로 대체한 덕도 크다. 그러나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산을 파헤치거나 깎아내리는 건설 때문에 최근에도 크고 작은 산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치산도 중요하지만, 신경써야 할 건 '치수'

급류에 의해 힘없이 쓰러지는 오디나무, 얼마전까지만 해도 오디를 따 먹던 나무다.
 급류에 의해 힘없이 쓰러지는 오디나무, 얼마전까지만 해도 오디를 따 먹던 나무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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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치산보다 '치수'에 중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게릴라성 집중 호우가 내리면서 물을 다루는 문제는 보다 고도의 기술과 자연의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치수사업은 홍수를 대비하는데 목적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상생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산과 물 그리고 인간이 하나가 되는 공생의 원리야 말로 물을 관리하는 핵심이다. 자연과 물 그리고 인간이 동등한 선상에서 하나로 통합을 하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MB 정부의 4대강 사업처럼 무조건 밀어붙이는 식으로 물을 관리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치수를 해야 한다. 앞으로는 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농촌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물에 잠긴 뽕나무가 넘어져 있다.
 물에 잠긴 뽕나무가 넘어져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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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농장에 도착하니 냇물 흘러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해땅물자연농장은 가운데와 오른쪽 산비탈 밑을 끼고 냇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평소에는 고요하던 냇물이 집중 호우가 내리자 붉은 급류가 요란하게 흘러간다.

시뻘건 물이 으르렁거리며 급류를 이룬다. 산비탈 쪽으로 가보니 일부 비탈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큰 돌이 떠 내려와 중간에 그대로 멈춰 서 있다. 물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해땅물 자연농법으로 10년 째 농사일을 하고 있는 홍려석 선생의 말로는 매년 냇물의 폭의 넓어진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집중 폭우가 쏟아지면서 장마철이면 계곡을 자꾸만 깎아내린다는 것이다.

"자연석 이용해 축대 쌓으면 물난리 피할 수 있어"

농장 옆 산이 무너져 내리며 떠밀려온 돌
 농장 옆 산이 무너져 내리며 떠밀려온 돌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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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 냇물이 흘러내리는 것은 물을 필요로 하는 농사에 좋고, 멋진 풍광을 선사해 좋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집중 호우가 쏟아져 내리면 물을 잘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농장에 피해가 없다.

홍려석 선생 : "농장에 냇물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을 받을 일입니다. 그러나 점점 계곡이 넓어지고 있어 물을 잘 관리하여야 농장이 살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농장의 자연과 가장 잘 조화를 이루는 물 관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 "어떤 방법으로 물을 관리를 할 계획인데요?"
홍려석 선생 : "시멘트나 관을 묻는 것보다 자연석을 이용해 계곡의 물 흐름에 맞게 축대를 쌓고 계곡 위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물이 급격하게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면 계곡이 허물어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사계절 물이 흘러내려 농사는 물론 농장에 생기가 돌지 않겠습니까?"
: "좋은 생각이군요."
홍려석 선생 : "앞으로 저의 꿈은 이곳에 일반 사람들이 자연농사를 체험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센터 같은 것을 조성할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자신이 지난 10여 년간 이 자연농사를 지으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게 된 경험을 살려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연을 존경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을 체험케 하고 싶습니다."
: "그렇게 하려면 역시 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역시 관건이 되겠군요."
홍려석 선생 : "그렇습니다. 특히 이곳은 저수지가 없으므로 농장 중앙에 있는 연못을 보석처럼 관리하고 이 두 계곡의 물을 자연에 맞게 조절하여 계단식 논에 어떻게 잘 활용을 하느냐에 따라 농장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집중폭우로 무너져 내리는 산비탈
 집중폭우로 무너져 내리는 산비탈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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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려석 선생은 사람들이 이 농장에 와서 자연농사를 체험하며 복잡한 사회생활에서 지친 사람들과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치유를 받을 수 있는 자연농장 힐링 센터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라고 한다. 일단 지난 10년 동안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알리게 됐으므로 앞으로 10년은 그 꿈을 하나씩 차근차근 이뤄나가는 데 주력하겠단다.

설령 그의 시대에 그 꿈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뜻을 같이한 사람이 이어 받아 지속하면 언젠가는 그 꿈이 이뤄질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그러나 역시 물이 문제다. 더구나 저수지가 없는 논과 밭이므로 어떻게 자연의 물을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 농장의 미래가 좌우된다.

농자에서 집으로 돌아와 다락방으로 올라가니 우측 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져 내린다. 치수는 남의 일이 아닌 내 집부터 해야할 판이다. 물 폭탄이 쏟아져 내리니 아마 홈통이 견디지 못하고 물이 넘쳐 지붕에 새는 모양이다. 밖에 나가 보니 물이 새는 곳이 모두 홈통이 아래로 통하는 가장 낮은 부분이다. 홈통이 있는 부분 네 군데가 똑같이 물이 샌다.

부실공사로 지붕에서 물이 새어들고 있다.
 부실공사로 지붕에서 물이 새어들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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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지붕 가운데 서까래 부분이 물이 새 앞쪽 홈통 부분을 실리콘을 이용해 막았는데 이번에는 홈통 부분이 새어난다. 지붕을 수리하는 업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장마가 끝나 그 부분이 말아야 작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선 대야를 같다가 물새는 곳에 놓아두고 수시로 점검을 하고 있다. 아마 건축업자가 이 집을 지을 때 부실 공사를 했음에 틀림없다. 내 집이 아니라고 대충 공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큰 공사든 작은 공사든 밀어부치기식 공사는 반드시 부작용을 유발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도 면밀한 계획과 물샐틈없는 공사 그리고 엄격하게 검수를 해야 부실공사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어떻든 치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부터 잘 해야 할 것 같다.


태그:#치산치수, #물관리, #물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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