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로이킴

가수 로이킴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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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의 후광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오디션의 희열을 뛰어 넘어 더 큰 파급력을 만들어 낼 줄 아는 가수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귀를 사로잡는 음악이나 눈을 사로잡는 스타성이 필요하다. 허각(<슈퍼스타K2> 우승)과 버스커 버스커(<슈퍼스타K3> 준우승)는 자신들의 개성을 잘 살린 음악을 이용해 성공신화를 이어갔다. 서인국(<슈퍼스타K1> 우승)은 드라마의 히트로 스타성을 입증하며 연예계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슈퍼스타K4>의 우승자 로이킴이 등장했다.

로이킴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아마추어를 벗어나 프로의 세계에 발을 들였지만 꾸준한 관심을 얻는, 말하자면 <슈퍼스타K> 출신 성공 스토리의 계보를 잇는 가수였다. 앨범을 발표하기 전부터 각종 광고에 모습을 드러냈음은 물론, 마침내 발표한 싱글 '봄봄봄'은 당시 무려 싸이와 조용필을 넘어서 음원차트 '올킬'을 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로이킴의 스타성이 입증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슈퍼스타K>의 우승자가 되는 그 과정 역시 로이킴의 스타성에 기반했다. 가창력이나 음악성보다는 호감형 외모에 뛰어난 학력, 재력 있는 집안 배경까지 갖춘 로이킴이라는 브랜드가 뿜어내는 조건들에 얼마간 우승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엄친아' 이미지는 로이킴에게 있어서 굉장한 강점이었다. 그리고 '봄봄봄'은 음악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곡은 아니었지만 제법 로이킴의 이미지와 계절에 잘 어울려 듣기 편안한 노래였고, 무엇보다 로이킴의 자작곡이라는 점에서 플러스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강점이었던 '엄친아' 이미지, 독이 되다

그러나 엄친아답게 상당히 똑똑한 행보를 이어가는 듯 보였던 로이킴이 연이은 논란으로 대중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특히 신인가수로서 발매한 첫 번째 자작곡부터 표절 논란이 일어나며 로이킴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이미지에 상처를 입혔다. '봄봄봄'은 발매 당시부터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노르웨이 밴드 아하의 'Take on me(테이크 온 미)' 등 무려 다섯 곡과 비슷하다는 논란에 시달렸고 로이킴은 논란에 대해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논란을 우회적으로 피해갔다.

이때부터 대처 방법은 잘못되었다. 표절 논란의 해명을 원했던 대중들에게 그의 답변은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표절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를 밝히거나 차라리 비슷한 점을 인정하고 '주의하겠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했다. 이후 논란은 흐지부지 되는 듯 했지만 최근 어쿠스틱 레인의 'Love is canon(러브 이즈 캐논)'이라는 곡을 표절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표절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비슷한 멜로디에 대중들은 이미 한 번 있었던 표절 논란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더 이상 로이킴의 입장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이미 대중은 이 곡을 표절로 규정지었다. 설사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 할지라도 이런 우연을 만든 책임은 단순히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지나갈 수 없는 것이다.

 슈퍼스타 K4 우승자인 로이킴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IFC몰 엠펍에서 가진 쇼케이스에서 첫번째 정규앨범 < Love Love Love >에 수록된 곡들을 열창하고 있다. 로이킴의 자작곡들로 채워진 이번 정규앨범은 '봄봄봄'으로 호흡을 맞췄던 프로듀서 정지한(원모어찬스)이 또다시 함께 하며 음악적 완성도를 높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이킴이 지난 6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IFC몰 엠펍에서 가진 쇼케이스에서 첫번째 정규앨범 < Love Love Love >에 수록된 곡들을 열창하고 있다. ⓒ 이정민


이 문제가 더욱 악화된 것은 바로 로이킴의 콘서트에서의 발언과 행동 때문이었다. 로이킴은 지난 13일 자신의 팬이 모인 자리에서 자작곡 '축가'라는 곡이 장범준의 노래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 "버스커버스커 장범준이 곡 중간에 '빰바바밤'이라는 결혼식 축가 멜로디를 넣어 축가를 부른 것을 보고 영감을 얻어 작곡한 노래"라고 해명했다. 로이킴은 "'축가'는 내가 전부 작곡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하지만 불편하다면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장범준을 언급하겠다"고 말하며, 실제로 노래 중간 "장! 범! 준!"이라고 외쳤다.

이를 녹취한 팬이 파일을 한 사이트에 올리면서 논란은 재점화되었다. 물론 로이킴이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행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표절 논란을 유야무야 넘어가며 가볍게 여긴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더군다나 자신보다는 선배격인 버스커 버스커 장범준의 이름을 부르며 심각한 표절 논란에 가벼운 농담조로 대응한 것은 비아냥거리는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로이킴은 이에 대해 "나 역시 (장범준) 선배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의도치 않게 팬들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앞으로 모든 행동과 말에 신중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사과를 전했다. 그러나 이미 로이킴의 이미지는 상당부분 훼손된 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엄친아'라는 로이킴의 배경은 그가 말실수를 하고 표절 논란으로 곤욕을 치를수록 스스로에게 독이 되고 있다. 처음부터 '엄친아'는 로이킴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타이틀이 됐고, 지금의 똑똑하고 바른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경솔한 발언을 하고, 다른 사람의 곡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만으로도 타격이 될 만하다. 처음부터 '엄친아'로서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까지 구축하려고 한 그에게 있어서는 큰 실책이자 손해다.

대중들은 아직 그를 싱어송라이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만약 그가 이미지의 전환을 원했다면 독보적인 그의 음악적 영역을 인정받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오히려 엄친아 이미지로 굳어진 그에게 음악적 재능이라는 또 다른 매력이 덧씌워지는 플러스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의 표절 논란은 그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 되었다. 표절이 아니라고 부인해도, 맞다고 인정해도 이미지 손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그가 연예인으로서 대중의 호감을 얻으려면 이 논란을 깔끔히 해결하고 가야 한다. 설령 그것이 그에게 '표절가수'라는 오명을 덧씌우는 일이라도 말이다. 그러나 자작곡을 강조하던 로이킴이 이제와  갑자기 공동작곡가의 존재를 밝히는 등의 모습은 논란을 피해가기 위한 처세로 보인다. 그는 온전히 스스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로이킴의 표절 논란에 얽힌 어쿠스틱 레인은 "유튜브에 아이디 하나씩 가지시고 자기 곡은 꼭 업로드 하시기를 바란다"고 인디 뮤지션들에게 당부하며, "로이킴씨에게는 아무 감정도 없고 더 잘되시길 기원 드린다"고 전했다. 주류인 로이킴이 인디밴드 측에게 손해를 끼치는 느낌을 줘서는 안된다. 로이킴의 엄친아 이미지를 회복하고 다시 대중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는 이번 표절 논란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한 쟁점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엄친아'에 싱어송 라이터라는 지나친 욕심이 로이킴의 이미지를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은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구별하는 것도 어쩌면 프로의 능력일 수 있다. 로이킴의 고민이 깊어질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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