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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싱어는 어느 날 개를 키우는 여주인에게 초대받아 가서 질문을 받는다. "개 안키우세요?" "네, 우리는 한 번도 개를 키운 적이 없습니다." "어머, 그러면서 동물 해방 운동 하신다구여?" 그러면서 그 여인은 돼지고기 샌드위치를 건넨다.

그러자 싱어는 생각한다. "우리는 그저 동물들이 인간의 목적을 위한 수단, 마치 지금 여주인이 만든 샌드위치에 자신의 살이 들어가 있는 돼지처럼 대우받지 않고 고통과 쾌락을 느낄 능력이 있는 존재로 대우받길 원했다."

저자에게 있어 '동물 해방'은 '흑인 해방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즉, 흑인해방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자 동성연애자와 히스패닉계의 권익 운동에 익숙해졌으며, 여성 운동이 공공연하고 보편적인 운동으로 다가올 수 있게 된다.

그에 의하면, 모든 '해방운동'은 '도덕적 지평의 확장'을 요구한다. 그럼으로써 이전까지는 자연스럽고 불가피하다고 생각되었던 관행들이 정당화될 수 없는 편견의 결과였음을 알게 된다.

지평의 확대를 통해서만 우리는 우리가 속한 수많은 겹의 집단 속에서 스스로 그 집단에 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줄기차게 노력하고 있는 '실천 패턴'을 깨달을 수 있다.

예컨대, '개고기를 먹는 집단'은 줄기차게 '안티 개고기'들에 항의를 하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외국의 '개를 제외한 여러 동물의 야만적인 섭식 행태'를 고발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섭식 형태'도 부정적인 것 즉 잘못된 것으로서 비교를 한다는 데 있다. 그들의 잘못된 것과 비교한다면 우리의 것도 잘못된 것일 수 있다.

누가 더 '극악한 도살 방식'이며 '육식 섭취 방식'인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둘 사이에 어느 정도 합의된 사항 즉, '때려잡는 개도살도 송아지의 철분을 뺀 도살 방식'도 동시에 '잘못된 것'이란 기준이 명확해진다면, 자신의 이익(개고기와 송아지 고기를 섭취할 수 있다는)을 넘어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나아가 자신의 이익을 초월한 새로운 차원의 '해방 운동'의 필요성까지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동물 해방'은 '다른 해방 운동'과 비교할 때 많은 약점이 있는데,

1. 착취 집단 스스로가 자신들이 받는 처우에 반대해서 조직적으로 항의할 수 없다는 점이다(개별적으론 자기 능력껏 할 수 있고 또 하고 있지만). 예컨대 '아미스타드'란 영화를 보면 노예로 팔려온 아프리카 흑인들이 백인들의 법정에 섰으나 항의조차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 이유는 백인들에게 전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백인들의 말을 할 수 없고, 통역을 해줄 백인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은 '개'와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야생의 동물 생태계에서도 집단이 다른 집단의 공격을 물리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조직력'이란 데 있다. 그런데 인간 앞에 처한 동물들의 '조직력'은 형편없이 와해되어 있다. 그만큼 동물은 쉽게 억압당하는 것이다.

2. 동물 해방의 전망이 어두운 이유는 '억압을 가하는 집단'의 대부분이 억압에 직접적으로 개입되어 있으며 스스로를 억압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존재로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개를 먹는 것도 우리가 잡식성이란 이유로 변호한다는 사실. 즉 인간은 잡식성이므로 개를 포함 어떤 것도 먹어도 좋다).

도살된 인간 아닌 동물들의 고기를 매일 같이 먹는 자들은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리고 고기 외에 무엇을 먹을 수 있을지를 상상하는 것도 어렵다. 이 책을 읽더라도 그리고 전심전력을 다해도 '채식으로의 전환'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고기를 먹고자 하는 특정한 순간의 일시적인 욕구 뒤에는 동물에 대한 태도를 조건 지운 수년간의 고기식사 습관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습관」. 이는 동물 해방 운동이 직면하는 '최후의 장벽'이다.

그러나, 동물 해방을 하면 우리는 동물뿐만 아니라 착취 당하는 일부 지역의 인간들도 이익을 얻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컨대, 부유한 국가는 식용 동물 사육에 역점을 둠으로써 음식을 몇 배씩 낭비하고 있다. 따라서 식용으로 동물을 사육해서 죽이는 것을 중단하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잉여 식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을 제대로 분배하면 이 세상의 기아와 영양실조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동물 해방은 인간해방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간이 '육식'에서 '채식'으로 바꾸는 것은 '식물'은 동물에 비해서 '열등한 의식'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그 '식용 여부'가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 사회 시스템에서 '육식'을 먹기까지 불필요하게 착취당하는 '식물'까지를 '해방'시키려는 목적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무척 재미난 연구서다. 마빈 해리스의 인류학적 연구서들을 단행본으로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피터 싱어도 그렇게 다가온다. 소위 사회 생물학자로 일컬어지는 데스몬드 모리스가 주는 '공평치 못한' 시선은 어디에도 없다. 담백한 맛. 모리스는 그게 결여되어 있으며 연구자 같지 않게 지나치게 기름기가 많이 들어간 문체로 독자들을 자신의 독선적 편견으로 인도한다. 그러면 안된다. 애초에 끌리기는 하겠으나 뒷맛을 씁쓸하기 그지 없다.

이 책은 '복날'에 그 진가를 재발휘한다. 지난 57년에 처녀출판되었지만 이 책에서 싱어가 역설하는 내용은 아직도 먼나라 얘기처럼 들리는 것은 특히 복날에 있어 심하다.

견공들을 잡아먹느냐 마느냐에 있어 다른 나라의 칠면조고기나 달팽이 요리, 송이지 요리 등과 비교하고만 앉았으니 그렇게 변호하면 까마귀가 까치더러 니가 더 검다고 한다 해서 그게 검은 게 허얘지는 것도 아닌 데 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관건은 '동물 해방을 급진적이로나 감정적으로 촉구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고 '철학과 그 분과인 윤리학'를 전공한 사람답게 최대한 이성에 호소한다는 점이다. 감정에 호소하긴 정말 쉬운 일이다. 글이란 걸 읽히기 위해서 쓰는 사람들은 이 점을 매우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성에 호소해서 이성을 움직이는 일이란 커다란 바위를 움직이는 것 만큼이나 힘겨운 일이다. 게다가 그것을 마치 게임을 하듯 흥겨운 분위기 속에 서 이끌고 있다는 것. 그것은 그의 '순수성'과 '감각'이 고차원적이란 것을 암시한다.

Green Peace의 대원들 혹은 채식주의 환경론자들의 급진적 투쟁같은 급진적 환경운동이 또 하나의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들이 지나치게 격앙된 나머지 폭력적인 시위로 육식주의자들과 환경에 별 관심이 없는 무식한 대중들을 질타하는 것은 그 심정은 이해가 가나 사실 그런 급진적인 태도는 오래 견뎌낼 수도 없고 효과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지나친 행위와 설득은 사람들에게 불안감과 위화감을 야기하기 쉽다. 그럴 바에야 안하는 게 낫지 않을까? 몇몇 육식주의자들은 실제로 자신들이 채식주의자들에 비해 '현명하며' '현실적인' 사람들이라며 자위하며 산다. 채식주의자들을 일종의 노이로제 환자로 취급하면서 말이다. '풀만 먹는 **들' 하면서 인간 취급도 안하지..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거부반응까지 야기해 가면서 마치 전도사처럼 이리 저리 우왕좌왕하며 동물해방을 파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실천하되 조용히 물 흐르듯... 그것이 모든 해방운동의 성공비결이 아닐까?

피터 싱어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모든 비폭력 운동(간디와 같은)들이 종국에 승리를 거둔 이유는 그들 주장의 정의로움이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며 그들의 행위가 반대자들의 양심마저도 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운동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의 여부는 폭발물로 두려움을 야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주장하는 바가 올바른가에 달려 있다. "

덧붙이는 글 | 마지막에 인용한 싱어의 말은 마치 유나 버머나 티모시 맥베이를 염두에 둔 말인 듯도 하다. 

필자는 그의 책을 소개하면서,'동물 해방 운동의 성서'라는 구태의연한 홍보문구를 썼지만,

성서란 표현에 있어서도 싱어는 이 표현이 자신을 우쭐하게도 하지만 한편으로 불편하게 하며, "나는 어떠한 성서도 숭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책도 진리를 독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이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는 한 그 책은 무엇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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