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꽃미남 캐스팅 오!보이>에서 연기 트레이닝을 맡을 당시의 윤희영 선생님.

tvN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꽃미남 캐스팅 오!보이>에서 연기 트레이닝을 맡을 당시의 윤희영 트레이너. ⓒ tvN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  "저는 나이 들어서도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어떤 분들은 제가 돈을 되게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나중에는 연기 아카데미 같은 것을 만들고 싶어요. 연기를 정말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어요.

연영과 입시, 대학교에 가려면 돈이 정말 많이 들어요. 어려운 형편에 있는 아이들도 연기자의 꿈을 꾸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 아이들의 내공은 정말 다른 이들이 흉내지 못할 정도로 굉장해요. 그런 아이들의 내공을 살려서 연기자로 설 수 있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요. 나중에 제 남자친구는 노래로, 저는 연기로 재능기부를 하며 살고 싶습니다."

수애·이종석·이진·안용준·정일우·황정음 등의 연기 선생님으로 유명한 연기 트레이너 윤희영(39). 그는 업계에서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욕도 하고, 호통도 치고, 잘못했을 때는 가차 없이 무릎도 꿇린단다. 하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제자, 연기를 열망하는 이들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기'라 할 수 있는 더욱 연기자의 자세를 엄격하게 가르치는 것이다.

윤희영은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96학번으로 아버지 역시 한양대 연영과 동문에, 공채 탤런트 출신이다. 아버지의 피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부모님과 브라질에 살던 중 우연히 대학 시험을 보게 됐고, 단박에 합격했다. 이후 대학교 때 용돈을 벌려고 시작한 연영과 입시 선생님 아르바이트가 그의 평생 직업이 되었다.

"처음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연기 선생님인데 선생님은 왜 연기를 안 하세요?'라고 물으면 속상하기도 했어요. 탤런트가 되고 싶어서 안달을 하다가 가르치는 쪽으로 빠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이제 당당하게 이야기해요. 한양레퍼토리에 있으면서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그런 것부터 시작했고 연극은 3, 4편정도 올렸어요.

그런데 저는 이미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물질에 물들었더라고요. 가난한 연극배우의 생활을 선택할 수가 없었죠. 또 연극을 하면서 단체 생활도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정말 연기냐 선생님이냐 결정을 해야 할 때, 가르치는 게 더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빨리 이쪽 일을 시작했습니다."

'호랑이 선생님'? 제자 시사회도 못 가는 '마음 약한 선생님'! 

 24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주말드라마 <출생의 비밀>제작발표회에서 이선영 역의 배우 이진이 제작발표회를 위해 굶었다는 홍경두 역의 배우 유준상의 말을 들으며 쑥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다.

윤희영의 제자 중 한 명인 배우 이진 ⓒ 이정민


지금도 프로 연기자의 세계에서 연기 선생님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윤희영은 과거 입시 선생님이었을 때에도 '족집게 선생님'으로 통했단다. 100% 합격률을 자랑해 입시철이 되면 그를 찾는 입시생들이 줄을 섰다고. 비법을 물으니 "아침부터 밤까지 학생들과 먹고 자면서" 엄격하게 가르쳤다고. 그의 엄격한 가르침은 어디에서부터 전수받은 것일까?

"한양 레파토리에 최형인 교수님(설경구·장동건·김태희의 연기 선생님으로 유명)이 저희를 가르칠 때, 신발도 던지고 욕도 하시고 그러셨어요. 원빈을 가르쳤던 신용옥 선생님도 그렇고….저희가 다 그렇게 배워서 그런 것 같아요 (웃음)."

특히 연기자가 수업시간에 늦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란다. 윤희영은 "'촬영장에는 안 늦으면서 수업시간에는 늦어도 된다?'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연기하고 싶고 잘 하고 싶으면 그런 열정이 어느 곳에서도 똑같이 있어야지, 촬영장이 아닌 곳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고 강조했다.

"수업 시간에 늦으면 전화로 혼을 내거나, 문을 잠궈 두고 못 들어오게 했어요. 문 밖에서 무릎 꿇고 손들게 시키기도 하고요.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그런 자세는 절대 용서 못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 '호랑이 선생님'의 이면에도 또 다른 모습이 있다. 수업 시간에는 누구보다 엄격하지만, 연기를 가르치는 게 가장 즐겁고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다.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아이들과 같이 논다고 생각해요. '선생님 이렇게 하는 게 어때요' 하면서 캐릭터와 대본을 두고 이야기하며 노는 것이죠. 솔직히 말해 제자들의 작품의 시사회를 단 한 번도 간 적이 없어요. 너무 떨리고 긴장되고 가슴이 터질 것 같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영화관 가서 따로 봐요.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연기를 잘 하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정말 신기해요.

배우들은 머물러만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성장하고, 다른 선생님에게 가기도 하죠. 우리가 연기를 함께 고민하면서 연기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는 이야기, 속마음, 고민 등도 함께 나누거든요. 그렇게 서로를 알아 가는데 떠나면 굉장히 서운할 때도 있었어요. 지금은 그런 것에 대해 욕심을 내려둔 편입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많이 두니까 상처를 많이 받겠더라고요. '이 직업이 맞지 않나'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가면 가고, 오면 온다고 생각해요." 

 배우 안용준.

윤희영의 제자 중 한 명인 배우 안용준 ⓒ 마스크 엔터테인먼트


연기 트레이너 윤희영에게 듣는다…'좋은 연기자'가 되려면? 

① "네 멋으로 살아!" 남들과 비교하지 말 것 : 윤희영은 연기자라면 '자기 멋'으로 살아야지 스스로를 못났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늪에 빠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못 해도 즐겨야 해요. 주눅 들지 말고요. 비교하는 순간 괴로워집니다. 연예인 되겠다고 올라온 사람들은 각자 그 동네에서 제일 예쁘고, 제일 잘생겨서 자신 있어서 올라온 사람들이에요. 사실 예쁜 사람들 다 모아놓은 데가 여기잖아요. 그런데 '아 내가 예쁜 게 아니었어' '내가 연기를 잘 하는 게 아니었어'라고 비교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행복은 없어지는 거죠. 연기를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비교하면 패배자가 됩니다. 연기자는 내가 제일 잘 났다고 생각하면서 때를 기다리면 기회는 와요. 각자에게 돌아오는 운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잘못 해도 즐기면서 스스로를 단련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② '연예인'은 '연기자'가 아니다…"너 뭐 되고 싶어?" : 윤희영은 자신이 이 일을 하고 싶은 목적이 무엇인지 먼저 뚜렷하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예인이 연기자는 아니다'는 것. '연기자가 왜 되고 싶은지'에 대한 목적을 먼저 세우라고 조언했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건지, 연기자가 되고 싶은지 우선 알아야 합니다. 박하선·이종석 같은 배우들은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외모로만 봤을 땐 화려한 연예인이지만, 그들은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그 목적을 먼제 세우면, 방법은 찾으면 돼요."

③ "너 장점이 뭐야?!" : 연기자가 되기로 작정했다면, 자신의 장점이 뭔지 알고 덤벼야 한다. 윤희영의 마지막 조언이었다.

"예를 들어 못 생긴 애가 왕자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런데 희한하게 터프하게 생긴 애들이 종석이와 같은 연하남 역할을 하고 싶어 하기도 하고, 여성스럽고 수수한 아이들이 자신의 원래 모습에서 일탈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 하기도 해요. 연기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럴 땐 '네 인생이나 제대로 살라'고 합니다. 본인의 성향, 본인이 갖고 있는 것도 제대로 표현하고 연기로 잘 못 드러내면서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자기가 사는 인생을 먼저 잘 살아야 남의 인생도 잘 살 수 있는 거라고 봐요."



윤희영 수애 이종석 정일우 연기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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