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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경기도 양평 한화리조트에서는 전국의 시민운동가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박2일 동안 '제2차 시민운동가 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대회는 '시민운동의 소통과 통합'이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시민운동의 대선 대응 방안 등을 둘러싸고 많은 대화가 오갔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이번 시민운동가 대회를 4회에 걸쳐 쟁점별로 연재할 예정이다. 이 기사는 그 첫 번째이다...편집자 주

▲ 총선연대 대표자들이 2000년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 낙선대상자들을 발표한 뒤 레드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0대 개혁을 실천할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약속할 유권자 100만명을 모으는 게 관건이다."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느냐에 따라 역사가 몇 년 후퇴할 것이 분명한 데 '낙선운동'을 포기해야 하는가."

지난 25일 경기도 양평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제2차 전국 시민운동가 대회'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대선후보 감시기구인 '2002년 대선 유권자연대'(www.ivote.or.kr 이하 유권자연대)의 활동 방향을 둘러싸고 120여분 동안 격론을 벌였다.

이날 '시민운동, 대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 참석자는 30여명. 유권자연대 쪽의 사업 설명에 이어 시민운동가들의 견해를 듣는 자리였다.

이에 일부 시민운동가들은 유권자연대 사업의 기본 방향인 대선 후보 정책검증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고, 또 다른 시민운동가들은 명실상부한 '정책선거'를 강제하기 위해 유권자 100만명을 모아야 한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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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민운동가들이 이렇듯 다른 의견을 표출한 것은 다름 아닌 '낙선운동'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0년 한시적 시민사회단체의 연대기구였던 '총선연대'가 낙천·낙선 대상으로 찍은 정치인 중 무려 70%의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개가를 올렸지만, 시민단체들은 그 뒤 '민주당 2중대' '홍위병'이라는 한나라당 쪽의 집요한 문제제기로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휘둘리게 된 것이다. 또 일부 시민운동 내부에서도 낙천·낙선 대상 선정 기준과 관련해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결국 지난 24일 공식 출범한 유권자연대가 '유권자운동', '정책 검증'을 구호로 내세운 것도 이런 시민운동 내의 진통의 산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일부 시민운동가들이 보인 이견은 시민사회 내에 아직까지도 합의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대선후보 정책 검증 실효성 있나?

"낙선운동 배상판결, 포용력없는 결정이다"

'총선시민연대'는 26일 서울지방법원 민사 13부가 2000년 총선연대 낙선운동에 대해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즉각 항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총선연대는 26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이종찬 전의원이 '낙선운동으로 총선에서 떨어져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므로 1억원을 배상하라"며 최열 전 총선연대 상임공동대표 등 총선연대 관계자 4명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법원이 1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총선연대는 "공익적 유권자운동에 대해 후보자에 대한 제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국민의 참정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진행되고, UN이 2000년 모범·선진적인 시민운동이라고 평가한 총선연대 활동에 부분적인 방법상의 문제를 들어 손해배상 판결은 내린 것은 우리나라 법원이 포용력을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이후 국민의 열망을 담은 입장을 정리한 뒤 각계 각층 인사들의 서명을 받아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항소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임경환 기자
김혜애 녹색연합 기획홍보국장은 "대선 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책의 차이가 모호해 판단이 어려운 경우 정책 검증이라는 방법이 유용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후보로 거론되는 4명의 대선 후보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정책 검증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김 국장은 또 "사회 전반에 대해 개혁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후보가 '10대 개혁의제'를 받아들일 경우 어떻게 판단을 내릴 것이냐"면서 "정책 검증이라는 방법으로 대선 후보를 감시한다는 것은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모호해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선 후보들에게 '10대 개혁과제'를 제시했을 때 절충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후보들 간의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면서 "개혁 과제 내에 20여 개의 하위 의제들을 만드는 방법 등의 보완제도를 만들어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인사, 부분·지역별 '낙선운동' 주장

▲ 시민운동가들이 30여명이 모여 주제토론을 하고 있다.
ⓒ 김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시민운동가들은 유권자연대 중앙조직은 정책검증 중심의 유권자 운동을 유지하고 지역조직과 분야별로 낙선운동을 벌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과감한(?) 발언을 쏟아냈다.

박상우 대전참여자치연대 기획국장은 "'누가 되면 우리 사회의 민주화는 퇴보될 것이다'는 사실을 이미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민단체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연대는 정책 검증 형태의 유권자 운동으로 가고, 지역에서는 OOO은 안 된다는 유권자 1만명을 모아 반O연대를 조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주종환 참여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남북한 문제나 평화문제에 대해 후보자의 입장을 묻고 반통일·반평화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후보는 낙선 운동을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주 이사장뿐만 아니라 강용재 광양참여연대 회장도 "의문사법 개정에 나서 달라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에 응답도 하지 않는 역사의식을 가진 후보를 어떻게 대통령으로 뽑겠느냐"며 "대통령을 누굴 뽑느냐에 따라 역사가 몇 년 이상 후퇴할 것을 분명히 아는데 그것을 보고도 낙선운동을 하지 않아서 되겠느냐"면서 분야·지역별 낙선운동을 주장하기도 했다.

10대 개혁의제 선정 어떻게 해야하나

▲ 300여개의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대선감시기구 '2002 대선유권자연대'가 24일 출범식을 갖고 향후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유권자연대는 후보자들에게 네티즌과 시민단체들이 선정한 '10대 개혁의제'를 공약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10대 개혁과제'를 잘 실천하는 후보들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약속을 한 '100만 유권자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10대 개혁의제'로 어떤 것이 선정되느냐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장에서도 '10대 개혁의제' 기준 설정을 높고 단체들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서형원 환경운동연합 환경조사팀장은 "현실적으로 절박하고 대중성이 있는 의제 4개, 대중성은 떨어지더라도 추구해야 할 대안을 제시하는 의제 4개, 전 지구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의제 2개로 '10대 개혁의제'를 구성하는 것이 어떠냐"며 '4+4+2'의제를 제시했다.

이외에도 평화·통일 운동을 하는 단체들은 대선 후보들의 역사 인식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들을 설정해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민주화 보상 관련 단체들은 최근 문제되고 있는 의문사법 개정이나 민주화 보상법 관련 법 개정의 입장을 파악할 수 있는 의제가 선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권자 100만명 어떻게 모을 것인가?

이번 유권자연대 운동이 지난 총선연대처럼 큰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10대 개혁 의제'를 잘 실천한 후보에게 투표를 하겠다는 '100만 유권자'를 모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날 토론회 자리에서는 '100만 유권자' 모집 방법에 대한 의견도 쏟아져 나왔다.

엄승제 아시아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시민들은 대선 후보자들의 정책을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기 때문에 정책 검증의 선거감시 운동방법으로 일반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 "동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배포해 사람들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식의 문화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접근 방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100만유권자위원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확대를 위해 100만 유권자 등록 수위를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오관영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은 "유권자 100만명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데 '10대 개혁 의제'에 동의하는 유권자 100만명을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10대 개혁의제'에 동의한 유권자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지역감정과 돈선거에 의해 투표하지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낮은 수준의 약속을 하는 유권자를 모으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오 국장은 이어 "유권자 100만명을 모아낼 수만 있다면 유권자연대가 어떤 의제를 제시하더라도 후보자들이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실체를 모으려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진행한 김기현 유권자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유권자연대가 출범한 지 만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 오늘 시민운동가들의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는 대선기획단이 대략 짜놓은 '얼개'에 '살'을 붙이는 소중한 자리였다"면서 "이후에도 유권자연대는 가급적 많은 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체제를 유지해나갈 것이고 여러 시민운동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면서 토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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