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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생 커플이 놀러 왔습니다. 너무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어쩌지요. 마침 반찬이 거의 떨어져 버렸습니다. 아뿔싸. 순간 아이디어를 하나 냈습니다.

 

'그래, 오랜만에 카레 라이스를 해보자!'

 

저희 가족은 카레를 모두 좋아합니다. 이제 겨우 다섯살이 된 딸아이도 카레를 참 좋아하지요. 어린이집에서는 두 그릇이나 먹었다고 자랑을 해대지요. 하지만 적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던가요. 제 분신과도 같은 아내는 카레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카레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싫다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 나온 덜 부담스러운 카레를 골라 보았습니다.

 

집안의 모든 재료를 총 출동시켰습니다. 카레는 재료를 잘게 썰어주는 게 일입니다. 우선 감자를 썰어주고요. 햄, 양파, 당근 등 입맛에 따라 재료를 준비해 맛나게 볶아 줍니다. 이 때, 양파가 노릇해질 때까지 구우면 적당합니다. 아, 이 주부 9단의 노하우여~

 

카레를 만들 때의 두 번째 문제는 카레를 물에 충분히 잘 풀어줘야 한다는 거지요. 이번에 고른 카레는 물에 작 녹는다고 자랑을 해댑니다. '어디 요녀석 얼마나 잘 녹나 보자' 하면서 물에 풀어보았습니다. 오, 정말 생각보다 잘 녹습니다.

 

 

물에 충분히 풀어주었고, 잘 저어주면서 끓여 주었습니다. 이제 슬슬 고소한 냄새가 나지요. 이미 볶아졌던 야채 냄새와 함께 솔솔 풍겨 옵니다.

 

카메라를 확인해 보니 아내가 제 요리하는 모습을 찍어 두었더군요. 아, 이 열정적인 모습!  물론 면도를 안 해서 조금 부담스럽긴 합니다만 열정과 사랑을 담아 카레를 잘 저어 주었습니다. 과연 요리가 잘 되었을까요? 아, 저도 궁금합니다~

 

 

짜잔! 이제 완성되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별로 맛나 보이지 않는 데, 밥 위에 얹어 놓고 보니 괜찮네요. 그럴 싸해 보이죠? 제가 맛난 저녁을 제공하고 싶어 밥도 새로 했답니다. 잘 지어진 새밥 위에 정성을 담은 카레. 아내와 동생 커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때? 먹을만해?"

 

잠깐의 적막이 흐릅니다. 가장 긴장된 순간이지요.

 

"오~맛있는데!"

 

아싸뵹~ 대성공입니다! 반응이 아주 좋네요. 맛나다 하면서 두 그릇씩 먹습니다. 딸아이도 한 그릇을 금새 먹었습니다. 저 역시 맛나게 먹었지요. 내가 한 요리를 잘 먹는 걸 보는 건 요리사의 가장 보람된 순간입니다.

 

카레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칼질을 했습니다. 약간의 피곤함은 있지만 참 기분이 좋습니다. 내 작은 노력으로 여러 가족을 기쁘게 하니 참으로 좋습니다. 이런 게 행복이지요. 재료비로만 따지면 1만 원도 들지 않았지만 우리의 행복은 10만 원짜리 외식보다 더 컸습니다. 향긋한 카레, 오늘 아빠가 준비한 저녁이었습니다 ^^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하늘바람몰이(http://kkuks8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카레 만들기, #전업주부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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