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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조부 박성빈씨가 동학의 접주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대표가 동학혁명 유족등록 신청여부로 고민중이다.

박 대표의 조부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선친인 박성빈씨는 22살이던 1892년 동학의 접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주란 각 지방 포교소(접소)의 책임자로 교인들을 모으고 교육하는 역할을 맡았다.

비문-선산군지 등에 동학 활동 기록...박 전 대통령, 동학기념탑 세우기도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씨가 동학의 접주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박씨의 비문과 해방 이후 작성된 경북 선산군지에 기록돼 있다. 선산군지에는 "고령 박씨로 자는 화익이고, 관직에 제수됐으나 세난으로 불취하여 동학난에 연좌되어 성주와 선산에 우거하여 교류를 끊고 독서 과농으로 종로하였다"고 적혀 있다.

또한 박 전 대통령도 이러한 사실을 글로 남겼다. 자신의 전기 편찬을 위해 썼다는 '나의 소년시절'이란 글에는 이렇게 기술돼 있다.

"선친께서는 소시에 무과 과거에 합격하여 효력부위 벼슬까지 받았으나 당시 부패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반항도 하여 20대에는 동학혁명에도 가담하였다가 체포되어 처형 직전에 천운으로 사면되었다고 한다. 선친께서는 가사에도 관심이 적고 호주(好酒)로 소일하면서 가산을 탕진하였다. 하는 수없이 외가의 양해를 얻어 외가의 선산인 상모동의 약 1600평짜리 위토를 소작하기로 하여 상모동으로 이사를 했다. 내가 태어나기 1년 전의 일이다."

박씨는 동학의 접주를 그만둔 뒤 인근의 경북 칠곡으로 거처를 옮겼다가 박 전 대통령의 회고처럼 다시 상모동(경북 선산군 구미읍)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박씨는 46살에 박 전 대통령을 낳았다.

동학혁명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관심은 남달랐다. 그는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전북 정읍을 방문해 "우리 아버지가 동학농민전쟁에 농민군으로 참여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고 한다. "동학은 혁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전북 정읍 황토현과 충남 공주 우금치에 동학기념탑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박씨의 동학운동 참여는 사실확인이 더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정남기 동학농민유족회 회장(현 언론재단 이사장)은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심증은 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어서 확인이 필요하다"며 "비문도 박 전 대통령이 집권한 후에 세워진 것이라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대표쪽 동학농민혁명재단과 수차례 접촉...과연 유족등록 신청할까?

박근혜 대표쪽은 동학농민혁명재단 쪽과 수차례 접촉하며 재단 방문까지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남기 회장은 "보좌관인가 하는 사람이 전화로 만나자고 해 시기가 적절치 않다며 거절했다"며 "그쪽에서 '박 대표가 재단을 방문하면 어떠냐'고 물어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정 회장은 "작년 연말인가 한나라당 대변인이 재단 사무처 직원들과 통화하고 접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작년 9월께 재단에 10만원의 후원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대표의 재단 방문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 회장은 박 대표쪽에 "'동학농민혁명 명예회복 특별법'이 시행된 후 유족등록 신청을 받고 있는데 유족신청을 하면 심의위원회에서 조부의 동학활동 여부를 심의할 것"이라며 "정부도 노력해야겠지만 유족도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박씨가 동학운동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면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단의 한 관계자는 "아버지의 어두운 과거문제를 덮기 위해 조부의 동학행적을 활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3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국무총리 소속으로 명예회복심의위가 구성됐다. 또 같은 해 11월부터는 유족등록신청을 받고 있는데 오는 9월 5일 마감한다.

이에 따라 박 대표가 유족등록 신청을 할지가 관심사다. 조부의 동학운동 참가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유족등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부친에 이어 그 역시 작년 동학혁명 110주년 기념행사 때 서면으로 축사를 했을 정도로 동학혁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마감 전에 신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당내에서 여권의 과거사 청산 흐름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부정론과 오히려 부친 과거사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긍정론이 상충하고 있어 박 대표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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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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