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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의 리더 가운데 한 명인 남경필 의원이 28일 보수이념의 재정립을 위한 '참보수 운동'을 주창하고 나섰다.


남 의원은 이날 오전 당내 소장파의원들의 모임 '새정치수요모임'에서 배포한 '뉴한나라당의 길 (보수의 재구성과 참보수운동)'이라는 문건을 통해 "기존 보수논리를 뛰어넘어 시대사적 흐름에 걸맞는 창조적 보수논리를 위해 치열한 당내논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10여 명의 소장파 의원들은 다음달 연찬회에서 당내 중진의원들과 치열한 사상논쟁을 거친 뒤 여당과의 본격적인 논쟁에 들어가는 방향으로 당내 전략을 수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근 한나라당 지도부가 국가정체성 문제를 의욕적으로 제기했지만 여권이 색깔론이라고 역공을 취하며 감정대립만 고조되는 상황에서 여야간의 생산적인 이념논쟁을 위해서라도 당내 수구성향 중진의원들과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 소장파 의원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생산적인 이념논쟁 위해 수구 중진의원들과 일전 불사해야

남 의원은 27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실에 안주하려고 당명 개정에 반대하는 영남권 의원들을 비판하며 박근혜 대표를 "보수의 재정립을 위해 유용한 '도구'"라고 높이 평가했다.

남 의원은 "보수를 재구성하려면 해체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3공과 5∼6공, 해방직후 친일세력 미청산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는 박근혜 의원에게 역사적 소명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남 의원은 당내 기반을 공고하게 구축하고 있는 박 대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남 의원은 "요즘 박 대표가 부친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의연함을 잃은 게 아닌가? 여당 공격에 의연히 대처했던 박 대표가 흔들린다는 생각이 든다"며 "박 대표가 그런 것들을 의연하게 풀어나가야 진정한 지도자로 설 수 있다"고 충고했다.

최근 쟁점으로 불거진 정수장학회에 대해서도 남 의원은 "딱 부러진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고 전제하고 "이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든 짚을 건 짚고 (대선 전에) 털고 가야 한다. (오래 끄는 것이) 박 대표 자신에게도 유리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내 소장파 라이벌인 원희룡 의원에 대해서는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약간의 입장 차이는 있지만, 생각이 같은 부분이 많은 정치적 동반자'로 평했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타고난 파이터',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진보'의 모습은 아니었다"고 인상비평을 전했다. 지난 4월 <일간스포츠>와의 취중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해 '오렌지 좀 먹지마라'고 일갈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해서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겸손을 잃지 말아달라"고 '한마디'를 날리기도.

<오마이뉴스>와 남 의원의 인터뷰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약 1시간 40분동안 이어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지난 넉 달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보여준 지도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모 스포츠신문과 인터뷰에서 '혹시 나폴레옹인지 지켜보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일단 (나폴레옹을) 따라가고 있는데... 나만의 독특한 시각이 있다. 박 대표는 보수의 재정립을 위해서는 굉장히 유용한 '도구'(tool)다.

예를 들어 16대에서 '국보법 개정' 얘기하면 영남 의원들이 '너 뭐냐? 나가라'고 했는데, 지금은 박 대표가 국보법 개정을 얘기하니 대다수가 동의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남경필·원희룡, 박근혜 대표가 각각 변화를 얘기한다고 가정하자. 우리가 얘기할 때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극대화된다고 하면 박 대표가 나서면 극소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박 대표의 2년 동안 굉장히 역사적인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친일진상규명법의 경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논쟁의 중심에 있다. 여권에서 연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전력, 유신통치와 관련해 박 대표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는데, 박 대표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보나?
"이번에 내놓은 개정안에는 조사대상에 (일본군) 육군소위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고, 지난번에 낸 법안에는 이회창 총재의 부친을 겨냥해서 검사서기를 넣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개인을 염두에 놓고 누구를 포함시키느냐는 식으로 논쟁을 몰아가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이런 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민들이 "일제시대에 마을주민 괴롭힌 순사들까지 전부 뒤져라"고 하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그건 지금 불가능하다'고 하면 달리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니까 자꾸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닌가? 한나라당 내에서도 찬성한 의원이 6명 나왔는데...
"당내에도 찬성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도 작년 법안이 제출됐을 때는 발의에 참가했다. 그런데 이후 논의과정을 보면서 정략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안 했다."

- 박 대표는 "끊임없이 사과했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인상에 남을 만한 게 없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인혁당 사건의 사형수 유족들에게 고개를 숙인다거나 하는 이벤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보수를 재구성(reconstruction)하려면 해체(deconstruction)가 필요한데, 보수의 중심에 서있는 한나라당의 반성과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깝게는 5∼6공, 조금 멀게는 3공, 더 멀리 독립이후 친일세력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하는데, 시간적으로 가까운 사건일수록 더 많은 반성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이 호남을 위해 예산을 많이 따내고 머리 조아린다고 해도 그건 피상적인 방법밖에 안된다. 박 대표를 비롯해 많은 의원들이 광주에 가서 5.18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것이 전제가 돼야 광주의 문이 열리고, 2007년 대선에서 20대 유권자들로부터 51%의 지지를 얻는다는 '2051 프로젝트'도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게 된다.

3공으로 가도 마찬가지다. 호남을 차별했던 전력, 반인권적 탄압의 문제를 반성해야 하는데, 한나라당 대표인 박근혜 의원에게 그와 같은 역사적 소명이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이회창 총재나 최병렬 대표가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 최 대표가 '반성하는 보수'라는 말을 처음 하길래 지지해주고 기대를 걸었는데, 막상 대표가 된 후에는 그렇게 하지 않고 반대의 길로 가더라.

이제 박 대표가 그 일을 해야 한다. 만일 원희룡 의원이 이후 대표가 된다고 해도 원 의원도 그 일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박 의원이 대표니까. 그러나 (유족에 대한 사과 등) 개인적인 문제는 개인이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다. 그리고 요즘 박 대표가 부친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의연함을 잃은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 의연함을 잃었다는 게 무슨 뜻인가?
"예전에 상생정치를 얘기하면 박 대표가 여당의 공격에 굉장히 의연하게 대처했던 것 같은데, 요즘 그런 모습이 조금 흔들린다는 생각이 든다. 박 대표가 그런 것들을 의연하게 풀어나가야 진정한 지도자로 설 수 있다."

- 박 대표가 풀어야 할 문제로, 95년 이사장을 맡아온 정수장학회를 두는 사람들도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원 소유주의 유족들이 "강탈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정수장학회가 자자손손 물려받은 재산도 아니고... 이 문제를 털고 가야하지 않을까?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수장학회는 KBS 2TV 등 방송민영화와도 관련되는 문제라 옛날부터 조금 고민을 해왔지만, 딱 부러진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 인수과정이 과연 정당했느냐에 대한 사실여부도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수장학회는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문제도 남아있기에 시간을 가지고 답변하겠다."

- 답을 찾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리지 않겠나? 어쩌면 대선에 이르러서까지 문제가 될 수 있고...
"아니다. 방향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이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든 짚을 건 짚고 (대선 전에) 털고 가야 한다. (오래 끄는 것이) 박 대표 자신에게도 유리하다고 보지 않는다."

- 어떻게 보면 이회창 총재의 아들 병역문제와도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게 아닌가?
"다른 면도 많이 있지만, 그런 것과 흡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짚고 가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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