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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새벽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반실명 상태'인 김영권(36)씨의 형 영준씨가 3일 오전 <오마이뉴스>에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많이 화가 나 있었다.

 

"어제(2일) 밤 <조선닷컴>의 기사를 보고 도저히 화가 나 참을 수 없었다. 내 동생이 '반실명 상태'로 보기 힘들다며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했는데, 기사 내용이 경찰 브리핑 내용과 똑같다."

 

앞서 <조선닷컴>은 2일 '물대포 맞은 환자, 반실명 상태로 보기 힘들다' 기사에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관계자를 통해 "1일 새벽 6시 해당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왔지만 응급조치를 취한 뒤 퇴원을 했고, 상태는 바로 호전되고 있고, 반실명 상태로 보기 힘들다"며 "만약 반실명 상태로 진단이 나왔다면 바로 입원 조치를 취했지, 퇴원을 시키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병원에서 검사한 김씨의 시력은 오른쪽 눈 1.0, 왼쪽 눈 0.3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물대포를 맞고 다쳤다는 것... 치료받고 회복되면 아무 문제 없는건가"

 

 

김씨의 주장과 같이, <조선닷컴>의 기사와 서울지방경찰청이 2일 오전 '불법 촛불문화제 인터넷 보도 관련2'로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은 거의 같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마이뉴스> "물대포 직접 맞은 30대 시민 반실명 상태", <뷰스앤뉴스> "신촌세브란스, '물대포 맞아 실명위기 시민 '은폐 의혹" 기사와 관련해, "집회 당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 안과 당직의사 소견으로는 CT 촬영 결과 왼쪽 눈에 약간의 출혈이 있지만 입원까지는 필요하지 않는 상태로 보아 실명 등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김씨가 2일 오전 안과 일반치료를 받은 바 있는데 담당 의사 소견으로는 실명이 우려되는 상태는 아니라 약 처방 후 귀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씨는 "경찰이 동생의 문제를 '실명'에만 초점을 맞춰 가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물대포를 맞고 다쳤다는 것"이라며 "원래 동생의 왼쪽 눈 시력은 1.5였는데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0.3으로 떨어져 사물을 겨우 구분하고 있다"고 경찰의 해명을 비판했다.

 

또 "처음에는 살수차가 진압봉보다 안전한 장비라고 주장하더니 지금은 다리가 부러지더라도 치료를 받고 회복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경찰의 해명대로라면 내 동생이 '실명'이 되어야 문제가 된다는 것이냐"고 분노했다. 

 

"법적 대응하지 않으려 했지만 마음 바꿨다"

 

입원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애초 동생이 검사를 받고 난 후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입원을 권유했지만 자꾸 기자들이 전화를 하고 해서 통원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며 "처음 진료를 받기 전에는 수술까지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라 약물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미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하게 소개된 바 있다.

 

이어 "나와 동생, 검사한 의사만 시력검사 결과를 알고 있는데 <조선닷컴>에 보도가 돼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의사한테 항의하니 자신은 인터뷰에 응한 적 없다고 하더라"며 "<조선닷컴>이 어떻게 동생의 진료카드를 봤는지 모르겠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씨는 3일 경찰의 진압으로 부상당한 다른 시민들과 함께 정부에 대한 법적대응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2일까지만 해도 동생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렇다고 경찰이 정신을 차리겠냐"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는 "경찰이나 보수언론이 사실을 왜곡하고 우리를 계속 자극해 결국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다른 부상자들과 함께 정부에 대한 손배소 등을 진행하기로 마음을 바꿨다"며 "어떻게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경찰이,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들이 이렇게 바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태그:#경찰폭력,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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