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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회사가 독점이나 과점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독과점금지법을 만드느냐?’고 항변하면 말이 되는가? 이런 논리라면 범죄 예방을 위해 필요한 폭력범을 처벌할 법도 잔인한 살인범을 처벌할 법도 만들 필요가 없다. 사립학교법 얘기다. 대부분의 사학들이 건강한데 왜 ‘사립학교법과 시행령의 규정을 위반하거나… 학교장의 위법을 방조한 경우…’, ‘이사 승인 취소 사유’와 같은 독소조항(?)을 두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사립학교재단이사회가 이런 주장을 한다면 이익집단의 망발이라고 웃고 넘어갈 일이지만 집권을 준비하는 야당이 부패 사학 편들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꼴불견이다.

15년만에 천신만고 끝에 개정한 사학법이다. 지난 1990년 3당 야합으로 탄생한 민자당의 첫 작품이 바로 사학 악법이었다. 이후 1999년 개정되기는커녕 '임시이사의 2년 임기조항'까지 삽입돼 '개악 사학법'의 틀이 완성됐다. 개악된 지 15년만에 70% 이상의 국민 지지와 시민단체들의 눈물겨운 노력 끝에 2005년 개정됐지만 또다시 여야가 야합해 오는 7월 초 임시국회에서 개정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말이 여당이지 대부분이 탈당하고 겨우 8명만 남은 지리멸렬한 열린우리당과 유신잔당의 야합이라니… ‘하늘이 부끄럽지 않으냐?‘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며칠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경남 통영에서 한 의사가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젊은 여성환자들을 수면내시경 치료한 뒤 다시 전신마취제를 주사하고 깊은 잠에 빠지게 해 점심시간 등 간호사들이 없는 틈을 타 성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했던가? 세상에 의사를 못 믿으면 어떻게 병원에 가야하나? 세금 내 우리 살림살이 잘 살아달라고 고용한 정치인들이 부패 사학 편을 들어 부정부패를 저질러도 처벌할 수 없도록 법을 바꾸자니 양식 있는 사람들은 이를 구경하고 있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초등부터 대학까지 1만여 개의 사립학교가 있다. 대학이 약 400곳가량. 전문대의 90%가량이 사학이다. 사학의 부정과 부패 얘기는 꺼내기도 싫다. 어느 날 하루도 사학의 비리와 관련된 뉴스가 없는 날이 없으니 얘기조차 꺼내기 부끄러운 것이다. 최근 서울의 사학을 보면 교육하자는 사람들인지 이해가 안 된다. 그들은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고등학교가 평가한 성적을 아예 깡그리 무시하겠다는 ‘내신점수 1~4등급 만점’이라는 기발한 카드(?)를 내놓아 공교육 자체를 박살내겠단다. 이게 사학의 현주소요, 수준이다.

사학의 눈에는 자기네들이 이익이 되고 원하는 대로 되면 그게 진리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한나라당은 이러한 사학에 기생해 교육이야 어떻게 돼도 좋다는 자세다. 물론 한나라당의 중요 당직자를 포함한 핵심인물들이 사학경영자이거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학의 로비가 없이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학교가 입시학원이 되든, 학부모가 사교육비 때문에 자살하건 그런 건 문제 될 게 없다는 생각이 아니고서는 부패사학 쪽에 서서 후안무치한 사립학교법 개악을 하자고 할 리가 없다.

도대체 한나라당이 죽기 아니면 살기로 개악하겠다는 사립학교법 골자가 무엇일까?

‘이사장과 교장의 복수 겸직 허용, 이사회 2/3 찬성과 관할청 승인으로 조건으로 이사장의 친인척 교장 임명 허용, 대학 총장의 중임 제한 폐지, 임시이사 임기 3년으로 제한, 개방 이사 추천위원회를 별도로 두어 학교운영위원회와 재단 측에서 동수로 추천, 임시이사 파견 주체를 교육부, 교육청이 아니라 사학분쟁조정위로 변경’ 등이다. 이 정도면 비리를 저질러 쫓겨난 재단관계자라도 3년만 지나면 다시 복귀한다, 또 ‘이사장은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하고, 위법도 방조하고, 쫓겨나도 학교에 간여하겠다’는 의도다.

차마 이런 얘기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 현대판 연좌제를 부활시키자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짓(?)을 보면 태생적 한계를 덮어 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식민지시대 민족을 배신한 전력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국민의 주권을 도둑질한 과거는 또 그렇다 치고 차떼기며 날치기며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지난 일이 부끄러워 개과천선하자는 말이 나올 법도 하건만 그런 기미는 찾아 볼 수 없다.

공자는 '허물을 고치지 않는 것이 더 큰 허물이며, 허물을 알았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이건 날이 갈수록 파렴치하고 후안무치한 사학법까지 개악하겠다니 아예 양심이니 수오지심 같은 건 팽개치고 시작하자는 태도 아닌가? 민주주의에서 집권을 하겠다는 정당이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로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전교조를 비롯한 학부모단체며 여성단체, 노동단체까지 다시 총력 투쟁하겠다니 결과를 두고 볼 일이지만 역사가 무서운 줄 모르고 불의의 편에 서겠다는 정당이며 다 깨진 여당이 역사의 심판을 받겠다는 꼴이 가관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트와 김용택과 함께하는 참교육이야기(http://chamstory.net/)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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