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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마지막 유세에서 정몽준 의원 앞에서 민주당 정동영·추미애 의원을 '차기 대선후보'로 추켜세웠던 노무현 대통령의 행동은 정 의원에 대한 불신감에서 비롯된 계산된 행동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17일 광주·전남지역 언론사와의 합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각 신문사 편집·보도국장들과 오찬을 가졌다. 일부 참석자들에 따르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 의원에 대해 "다시 만날 수는 있겠지만 동업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는 거래가 안 되는 사람으로, 서로 계산이 틀리다"고 평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선거운동) 마지막날 '다음 대통령은 누구'라느니 하면서 정몽준 지지자들과 김민석·신낙균 등이 정동영을 단상에서 밀어내고 (정몽준) 지지자들로 채워 안타깝게 느껴졌다"며 "그래서 '(정몽준 외에) 정동영도 있고 추미애도 있다'는 얘기를 했다"고 술회했다.

반면 김행 당시 국민통합21 대변인은 선거가 끝난 후 "서울 명동 유세에서 민주당과 통합21 양측이 유세 단상에 노 후보와 정 대표만 올라가도록 합의했는데, 약속과 달리 추미애·정동영 최고위원이 두 후보와 함께 단상에 올라갔다"며 "종로 유세에서도 양 후보 외 등단 인사를 놓고 양측간에 시비가 재발됐다"고 민주당에 책임을 전가한 바 있다.

노 대통령과 정 의원은 지난 4월 16일 한일 축구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조우한 바 있으나, 노 대통령이 두 사람의 결별 당시 상황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정동영 의원에 대해서는 "참으로 고마운 사람으로, 경쟁자의 위치에서 나를 돕는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호평했지만, 민주당 분당국면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추 의원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언급을 회피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조선일보>에 대해 "이 아무개라는 조선 정치부 기자가 있었는데, 우리가 90년 3당 합당으로 물먹고 있는 상황에서 (그 기자가) 이기택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우리 앞에서 '이기택 조진다, 죽이겠다'고 하더라"라며 "(기자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그래서 처음부터 싸우리라고 마음먹었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한 인수위원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마치 정책이 다 결정된 것처럼 엄청 세게 쓰더라, 그래서 인수위원들이 많이 당했다"며 "청와대 브리핑실을 만들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나중에 청와대브리핑실 만들자고 했더니 반대하는 인수위원이 한 사람도 없었다"고 소개했다.

대통령은 또한 5.18 기념식 때 한총련 시위로 행사 참석이 늦어진 것에 대해 "학생들이 원래 그런 식으로 투쟁을 해왔기 때문에 섭섭했지만 참을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으로 인정 못하겠다'(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버릇을 고쳐주겠다'(홍사덕 원내총무)는 식의 발언들은 못 참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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