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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에는 많은 절과 진자(神社)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절은 기오미즈데라(淸水寺)가 아닌가 합니다. 특별히 불교 신앙에 관심이 없는 관광객도 기오미즈데라(淸水寺)의 경치에 반해서 한번쯤 가고 싶어 하는 곳이 기오미즈데라라고 합니다. 기오미즈데라(淸水寺)는 기타호소슈(北法相宗)에 속한 절로 헤이안(平安) 시대 초기 서기 778 년 처음 절을 지었다고 합니다. 기오미즈(淸水)는 일본에서 보통 제사나 민간 신앙 등에서 의례나 의식을 지내기 전에 물로 몸과 맘을 씻는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도 무속에서 무당이 굿을 시작하기 전에 부정풀이를 하며, 당산제를 지내는 제주가 당산제를 앞두고 찬물로 매일 목욕재계를 하지요. 기요미즈데라 안에는 시대별, 용도별로 많은 건물이나 종교 유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이들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고 일반 관광객이 참배하는 참배로를 따라서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기오미즈데라(淸水寺)는 교토 역에서 먼저 북쪽으로 450 미터쯤 가면 시찌조도리(七條通)가 있는데 이곳에서 동쪽으로 가모가와(鴨川)강을 건너서 1 킬로미터 쯤 가면 교토국립박물관이 있고, 박물관을 끼고 왼쪽으로 500 미터 쯤 가다가 국도 일호선의 고가 다리를 밑으로 지나 왼쪽으로 난 언덕길을 향해 올라가면 기오미즈데라의 주차장이 나옵니다.

주차장에서 기오미즈데라를  향해 올라가는 골목길 양쪽에는 많은 기념품 가게가 있습니다. 일본식 떡이나 차 등 많은 것을 시식해 볼 수도 있다. 골목을 올라가다 보면 끝자락에 높이 나무 기둥에 주칠을 한 탑과 건물을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계단 위에 처음 보이는 건물이 서문(西門)입니다. 서문을 통해 들어가는 사찰 경내가 서방정토라는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서 서문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서문을 지나 처음 보이는 탑이 삼중탑(三重塔)입니다. 처음 삼중탑은 에도(江戶) 시대 초기 서기 847 년 지어졌는데, 그 후 서기 1632 년 재건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삼중탑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한국 표현으로 고치면 삼층탑(三層塔)이 아닌가 합니다. 일본은 돌의 품질이 좋지 않고 무른 편이며, 지진이 잦아서 석탑은 그다지 인기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절에 가면 나무로 지은 목탑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삼중탑은 높이가 31 미터로 일본에 있는 목조 삼중탑 가운데 가장 높은 탑이라고 합니다. 탑 안이나 천정, 기둥 등에는 밀교 불화, 비천상, 용 그림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절이나 궁궐에는 처마에서부터 치밀하고 화려한 단청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는 한국과 같은 단청이 거의 없습니다. 이 삼중탑에도 처마와 벽 위쪽에 한국의 단청과 비슷한 그림이 있으나 한국의 단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고 기둥이나 벽의 주칠에 압도되는 듯합니다. 

삼중탑을 지나 매표소를 지나 본당(本堂)으로 들어갑니다. 본당은 처음 헤이안(平安) 시대 초기 지어졌으나 서기 1633 년 재건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본당은 정남향으로 지어졌는데 정면 길이는 36 미터, 옆면 길이는 30 미터, 건물 바닥에서 상량까지의 높이는 18 미터입니다. 본당 앞에 들어서면 마치 무대 위에 선 듯 한 기분이 듭니다. 본당은 절벽에 12 미터나 되는 느티나무를 여러 겹으로 기둥을 세워 190 평방미터의 무대를 만들고 본당은 지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는 일 년 사시사철 푸른 나무로 뒤덮인 산이나 교토의 남쪽 경치를 볼 수 있습니다. 본당 안에는 본존천수관음, 협시 지장보살 등을 모셔져 있습니다.

본당 뒤 위쪽에는 지슈(地主) 진자가 있습니다. 지슈 진자는 젊은 남녀의 궁합을 맞추는데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젊은 남녀가 이곳 지슈 진자를 방문하여 액막이 부적을 사서 보기도 하고, 궁합을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항상 젊은 남녀가 많이 방문한답니다. 이 처럼 일본 절에는 진자가 있기도 하고, 일본 진자에 절이 있기도 합니다. 이것은 한국 절에 민간신앙의 일부인 칠성각이 모셔져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한국에서는 무불 습합이라고 합니다. 이곳 일본에서는 신불 습합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칠성각이 절의 한쪽 구석에 있는 것에 비하여 기오미즈데라의 지슈 진자는 제법 웅장하고 다녀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일본 사람들의 실용적인 신앙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당에서 골짜기를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조창당, 석가당, 백체지장당, 아미타당 등의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도 일부는 절벽 위에 무대를 만들고 지었습니다. 이곳의 건물과 본당은 지형상 90도 각도로 나뉘어 서향으로 지어져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교토 역을 중심으로 일부 교토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고, 멀리 교토의 서쪽 끝자락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본당의 위용, 즉 절벽에 만든 무대의 아랫도리를 볼 수 있답니다. 이곳에서 참배길을 따라서 아래로 내려가면 오토와노다끼(音波の瀧)를 볼 수 있습니다.

오토와노다끼(音波の瀧)는 절이 위치한 산 밑으로 내려오는 물을 세 줄기로 떨어지도록 인공으로 만든 폭포입니다. 사람들이 자루가 긴 물 국자로 이 물을 떠먹을 수 있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세 줄기 폭포수는 오른쪽에서부터 장수, 부와 돈, 면학과 학문에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항상 이 물을 떠 마시기 위해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물 국자가 맘에 들지 않으면 종이컵을 사서 물 국자에 담아 물을 받아 마실 수도 있습니다. 물 값은 받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일 년 사시사철 이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가끔 가뭄에는 물줄기가 약해지지만 끊긴 적은 거의 없답니다. 이렇게 이 절에는 항상 물이 있어서 기오미즈데라인가 봅니다.

이곳을 끝으로 참배길을 따라 나오면 처음 올라갈 때 보았던 삼중탑의 옆모습을 보면서 출발 지점으로 나오게 됩니다. 교토 시내의 동쪽 끝자락에 올라서 교토 시내와 해가 지는 교토의 서쪽을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오를 때 마다 계절에 따라 늘 새로운 교토의 모습을 보는 것도 여행객이나 세파에 찌들린 중생에게는 희망의 빛일 수도 있겠지요.       

교토 시내를 여행하는 데는 언덕이 별로 없어서 자전거를 빌려서 여행할 수도 있습니다. 자전거 대여 비용은 자전거의 종류나 대여 가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기본이 1100엔 정도에서 시작합니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시간을 절약하겠다면 시버스전용일일승차권카드를 사서 이용하면 싸고 편리합니다. 이 카드는 500엔인데 하루 종일 교토 시내버스를 몇 번 타도 좋습니다. 보통 교토 시내버스를 한번 타면 시내 구간 기본요금이 220엔입니다. 관광 목적지 부근에 지하철이나 전철이 있으면 버스와 지하철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승차권도 있습니다. 그리고 교토 시내에서 이틀간 사용할 수 있는 승차권 등 여러 가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교토역 앞에 있는 관광안내소나 버스 안내소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답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 문헌 : 존 카터 코벨 지음, 김유경 편역, 일본에 남은 한국미술, 글을 읽다. 2008.5



태그:#기오미즈데라(淸水寺), #교토(京都), #지슈(地主) 진자, #오토와노다끼(音波の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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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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