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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재단이 주관하는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16번째 주인공은 연극인 오세곤이다.
 재미있는재단이 주관하는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16번째 주인공은 연극인 오세곤이다.
ⓒ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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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학당에서 외국인 대상 한국어 회화 테이프를 처음 만들 때, 한국인 강사들이 한국말을 못(?)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특히 남자 선생님들은 나 빼고 아무도 정확하게 말하지 못했다. 여자 선생님들은 절반정도 가능했다. 결국 여선생님들을 파트너로 돌아가며 한국어 회화 테이프를 처음 만들게 되었다. 어느 날 입양아에 대한 TV 다큐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는데 내 목소리가 나오더라..."

지난 달 말 홍대 한 카페에서 진행된 재미있는재단이 주관하는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 열여섯 번째 주인공은 연극인 오세곤 교수였다. 그는 순천향대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대학로에서 극단을 운영하는 연출가다. 그가 이날 들고 온 주제는 연극과 국어교육이었다.

연세대 불문과 전공으로 연극반을 하면서 대학을 마치고 그가 가진 첫 직장이 연세어학당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었단다. 한국어를 외국인에게 가르치면서 오히려 한국인인 선생님들이 한국어를 의식적으로 표현하는데 서툴다는 것을 알았단다. 외국인 대상 한국어 회화테이프를 녹음하면서 제대로 의미를 담아 한국어를 말하듯이 읽어내는 능력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을 알았단다.

연세어학당에서 12년 동안 강의를 하고 한국어 회화테이프를 만든 후 전남대 강사로 잠시 일을 하고 복직하자 외국인들이 얼굴은 몰라도 '아 회화테이프의 목소리'라는 건 알았단다. 그는 이날 불문학을 전공했음에도 아이러니하게 한국어 강사로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로 사람이야기전의 문을 열었다.

"'여섯시 십분'이라는 말을 우리는 아무 의식 없이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에게 이 말은 도저히 문법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말입니다. 왜 여섯시 열분이나 육시 십분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국문과 출신도 아닌데 이러한 일을 겪으면서 국어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첫 직장인 연세어학당 이후 시사영어사에서 외국인 대상 한국어 강사로 일했던 그는 밤에는 연극배우에게 화술클리닉을 하는 일을 같이 했단다. 화술클리닉은 외국인이 한국어를 공부하듯이 연기에서 화술을 교정하는 것이었단다. 연극인 오세곤은 이렇게 연극의 기본이 되는 화술에 대한 체계화를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얻었다고 한다. 놀라운 만남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한국어 강사가 연극배우의 화술을 교정한다, 그는 여기서 국어 교육 특히 외국인처럼, 한국어를 습득해가는 아이들의 말하기 교육과 연극의 대사 교육에 접점이 있음을 체험으로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는 2000년부터 초중고등학교 국어의 말하기 교육에 연극인 강사제도를 운영하자고 주장한 뒤 연극교과목운동을 벌이게 되었다. 2002년 드디어 연극 강사풀제는 시행되었고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모자란다고 한다.  

"배우들은 대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식을 하고 말해야 한다. 의식하면서 말하는 것이 연기이다."

말을 하는 것은 선천적인 직관과 같이 생각과 동시에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말은 태어난 후에 후천적으로 배우지만 들으면서 본능적으로 깨우치는 것이기에 본능적인 언어능력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일상적인 말과 글을 쓰거나 발표를 하거나, 연기를 하면서 하는 생각해서 표현하는 말과의 거리가 발생한다고 한다. 라이브로 대면해서 대화를 하면 느낌과 감정에 따라 '척하면, 척하듯' 소통이 가능한데 발표나 연기를 하면 생각에 따른 말을 하게 되어 정확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미있는재단이 주관하는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16번째 주인공은 연극인 오세곤이다.
 재미있는재단이 주관하는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16번째 주인공은 연극인 오세곤이다.
ⓒ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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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러한 것을 외국인 가르치면서 체득하게 되었고, 연극과 함께 국어교육을 보다 잘 해야 한다는 고민에 이르렀다고 했다. 한국에 온 지 10년 된 외국인보다 그의 5살짜리 아이가 한국말을 더 잘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단다. "유치원 다니니?"라는 질문에 부모는 말할 내용을 생각해서 문장을 만드는 동안 아이는 "병아리반요"라고 답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배우에게 화술클리닉을 하면서 보니 배우들 역시 그렇더라는 것이다. 말을 잘하다가도 대본을 주고 대사를 하게 하면 돌연 이상해지는 것이다. 원래 언어가 가진 직관이 발동하지 않는 것이다. 연기 훈련의 첫 단계가 장애제거라고 한다. 연극이 아니더라도 마이크만 잡고 무대에만 서면 더듬고 삐뚤거리며 걷는 것이 장애라고 한다. 그래서 연극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장애제거'는 연기의 대사를 의미와 감정을 담아서 말하듯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 수없이 연습을 해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단다. 본인 역시 3학년 때까지 장애제거가 되지 않아 배우의 길보다 연출을 택하게 되었단다.

"어느 해 교사 연극교사 임용고시 출제위원이 되었을 때, 연극과목에 국어문제를 내려고 했다. 그랬더니 국어전공자들이 펄펄뛰더라, 결국 못 내고 말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세미나에 초청받아 발제를 하면서 연극과 국어 교육이 함께 가야한다고 했다. 세미나를 마친 후 한국음성학회의 원로교수이신 이현복 선생님께서 오셔서 '오 선생 당연한 얘기다'라며 힘을 주셨다."

그는 놀라운 이야기를 했다. 80년대 초까지 연극전공자에게 임용고시를 통해 국어교사자격증을 부여했다고 한다. 이후 연극전공자의 교사 임용이 없어지다가, 99학번부터 연극교사자격이 부활되었다고 한다. 연극이 국어에서 떨어 나왔다가 결국 따로 가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이현복 선생님께서 지지하신 이유가 연극과 단절된 음성학 연구 때문이라고 했다. 보통 음성학 연구는 표본이 되는 사람의 읽기를 통하거나 기계를 통해 음성을 채집하고 분석한다고 한다. 문제는 기계는 논할 것도 없고 표본이라고 선택되는 사람에게 있단다.

어느 논문에서 선택한 표본이 '서울대 박사과정의 30대 중반, 서울태생의 남성'이었다고 한다. 언뜻 가장 표준이 될 것이라고 느끼지만, 의식하지 않고 말하는 음성과 의식하고 말하는 것의 차이를 간과한 것이 결정적인 과오라고 그는 진단했다. 생각하고 말하기 즉 연기를 통해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지 않은 이는 본능의 말하기와는 다른 음성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물을 연구하는 학자가 바다생물을 연구하기 위해 스킨스쿠버를 배우는 것처럼 음성학을 위해서 연극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들을 훈련시키는 방법을 국어교육에 차용한다면 발음과 억양의 정확함은 물론 의미와 감정을 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소통에 필수적인 자기 표현력과 활자에만 매달리지 않는 분석력을 가지게 된다."

오세곤은 연극과 국어교육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정확한 소통을 체화한 시민들을 어릴 때부터 키워 낼 수 있다고 한다. 그가 꿈꾸고 시도해 온 것은 단지 연극을 통한 국어 교육 내실이 아니라 사회의 건강함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그는 순천향대 연극영화과에서 소위 끼를 가지고 온 학생들에게 읽기교육부터 한다고 했다.

주의력이 분산된 아이들에게 한 글자 틀릴 때 1학년은 100원 2학년은 500원, 3학년은 1000원, 4학년은 1만 원을 거둬 반에서 사용하게 했단다. 재미로 인해 아이들은 집중력을 가졌고, 한 시간에 한 페이지도 진도를 못나가더라도 나중에는 거의 틀리지 않는 다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물었다. 살아오는 동안 단 한 페이지의 글이라도 전부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제대로 읽어 본적이 있느냐고... 그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소통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러한 근본적인 노력부터 필요하지 않을까 라며 이렇게 제안했다.

"어린 아이를 둔 엄마에게 연극교육을 하자, 우리 아이들에게 사회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현명한 도구를 줄 수 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소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은 사단법인 '재미있는재단'이 기획 주관하며, 오마이뉴스와 함께 합니다. 재미있는 재단은 문화를 중심으로 즐거움을 나누기 위하여 만들어진 공동체입니다. 재미있는 재단의 다양한 사업들, 미국 MBA 진출지원 프로젝트 '개천에서 용났다'와 소소한 주변의 이야기를 담는 영상 교육 프로젝트 '비추다'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사업들 중의 하나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을 을 기획하고 전개해 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은 매주 화요일 지속적으로 개최 됩니다.

먼저 문화계를 비롯한 궁금한 우리 시대의 인물로부터 점차 우리 주변의 이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전시'하는 재미있는 사업입니다. 신촌 현대백화점 옆의 텍사스아이스바(02-325-0088)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호프 한잔과 함께 편안한 대화의 장으로 진행되는 '사람이야기 전'은 누구나 스스로를 이야기 하거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날 그날 진행된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일정 : 8월 20일 퍼포먼스 아티스트 김광철 27일 영화감독 정지영 입니다.

덧붙이는 글 | 김종선 기자는 재미있는 재단 이사입니다.



태그:#재미있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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