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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이후 있을 KBS 사장 선임문제가 방송가의 관심사로 등장한 가운데 KBS 사장 선임 문제를 둘러싼 토론회가 열려 눈길을 모았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12일 'KBS 신임사장의 개혁과제 토론회'를 열어 KBS 개혁 과제와 신임사장의 자격요건 등에 대한 외부 인사의 의견을 들었다. 이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KBS의 개혁은 관료적 조직문화의 개선과 보도의 '기계적 중립성' 탈피, 그리고 KBS의 정체성 확립 등을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 지난 12일 KBS 신관 국제 회의실에서 열린 KBS 개혁 대토론회에서 민언련 최민희 사무총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 이재환
또 KBS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장선임 절차에 공모제를 도입하거나 인사청문회를 갖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KBS 사장 선임문제와 관련 '절차상'의 문제가 주요한 의제로 다뤄 졌으며, KBS 내부 개혁의 문제로는 KBS 내부에 깊숙이 스며 있는 관료주의와 무사안일주의 등이 지적되었다.

또 KBS 시스템상의 문제점으로는 '제왕적 사장체제'를 공고히 하는 현 사외이사 제도가 지적되기도 했다. 또 일부 토론자들은 사회 이사제도와 내부 이사 제도를 적절히 활용해 KBS 사장의 독점적 권력을 적절히 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민언련 최민희 사무총장은 "박권상 사장은 개혁 적임자라는 기대 속에 취임했지만 정치적 보신주의를 택하면서 '개혁인사'에 대한 기대를 실망으로 탈바꿈 시켰다"며 포문을 열었다.

최 사무총장은 이어 "KBS의 보도 프로그램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데 급급했다"며 "노동 문제 보도, 여중생 사망 사건 관련 보도, 대선 보도 등은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KBS 보도프로그램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성공회대 신방과 최영묵 교수는 "공영 방송인 KBS가 제대로 위상을 찾아야 다른 공영·민영 방송 및 뉴미디어 방송들이 차례로 위상을 찾을 수 있다"며 "KBS가 독립성과 자율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KBS의 개혁 과제로는 우선 내부적으로는 과감한 인적청산이 우선돼야 하며 사내 의사소통 구조의 민주화와 함께 공정한 인사시스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최근 방송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DTV전송방식 논쟁과 관련해서도 "DTV 전송방식 결정은 단순한 '자존심'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국민의 일상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텔레비전 방식의 문제라는 점에서 전향적인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교수는 또 "KBS 노조는 신임사장의 요건으로 개혁성·도덕성·전문성을 꼽았다"며 "명망가로는 충분하지 않고, 정치권과 수구언론들의 흔들기에도 소신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강직한 인사가 KBS 사장으로 선임돼야 한다"고 말했다.

'KBS 개혁 대토론회' 토론내용

12일 열린 'KBS 개혁 대토론회'에서는 차기 KBS 신임사장의 인선방식과 KBS 내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토론자들은 사장선임 과정상의 문제, 사장의 권한 분산, 공영방송 KBS의 역할 회복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김평호(단국대 신방과 교수)= KBS의 경우 개혁과제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개혁다운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혁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는 인적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KBS 사장을 선임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과 절차를 통해 임명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동안 KBS 사장 선임 자체가 요식 행위에 그쳤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테면 정부의 수뇌부에서 사장을 이미 내정해 놓고, 형식적 절차로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방식이었다. 사장 선임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또 현재 11명으로 구성된 KBS의 비상임 이사체제도 상임 이사체제로 바꾸는 방법도 논의돼야 할 것이다.

김기식(참여연대 사무처장)= KBS 사장 선임 문제는 절차부터 고쳐야 한다. 일각에선 KBS사장 선임 방식으로 관계자들의 추천에 의한 '추천방식'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런 방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추천제의 가장 큰 문제는 '추천자의 딜레마'이다. 예를 들면 특정단체에 의해 추천된 사람이 KBS 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사장을 추천한 집단에선 자신들이 선임한 사장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추천방식의 대안은 다수의 추천을 통한 '공모제 방식'이다. 이른바 '지우는 방식'이다. 우선 사장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시민단체 등 각계의 공개추천을 받은 다수의 사람들을 선발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이들 중 '조건'에 미달하는 사람을 한 명씩 탈락시키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최종적으로 적임자를 골라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KBS의 사회 이사제도 또한 문제다. KBS엔 사내이사가 없는 상황인데 조직의 활력과 책임성,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KBS 내부에서 이사를 선임할 필요가 있다.

변희재(인터넷 '서프라이즈' 운영자)= KBS 사장으로는 개혁성·도덕성·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3박자를 고루 갖춘 인물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사장 선임 문제 외에도 KBS는 실험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

시청자로부터 시청료를 받는 공영 방송으로서의 이점을 살려야 한다. 프로그램 개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서는 일선 PD들 간에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 져야 한다. 이를테면 오락프로그램의 PD들은 개혁적인 공익프로그램으로부터 개혁성을 배워야 하고, 공익 프로그램은 오락프로그램의 장점인 '재미'를 배워야 한다.

김광범(언론노조 정책실장)= KBS는 공영방송으로써의 영향력을 회복해야 한다. 앞으로는 방송사들에 대한 광고주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하지만 KBS는 시청료가 있어서 타 방송사에 비해 유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KBS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듯한 인상이다.

KBS의 경쟁사인 MBC와 SBS는 그동안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치열한 경쟁과정을 거치며 내실을 다져왔다. KBS도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 뉴미디어 시대에서 살아남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KBS는 보도에 있어서도 기계적인 중립성에 치우친 나머지 아젠다(사회적인 의제) 설정이 부족했던 것 같다. KBS 보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강택(KBS PD협회 회장)= KBS는 관료주의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KBS 내부에서부터 무력해진 조직의 '감각'을 추스려야 한다. 이외에도 KBS의 사장 체제의 문제점은 제왕적 권력 체제라는 점이다.

물론 외부적으로는 최고권력자(대통령)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인사권이나 프로그램 편성권을 독점하는 등 제왕적 체제였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KBS 사장의 권한 분산이 시급하다. 이사회나 시청자 기구 등 그동안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었던 기구들을 제대로 운영해 사장의 독점적인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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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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