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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호 대전대 지구시스템 공학(지반 방재)과 교수
 정찬호 대전대 지구시스템 공학(지반 방재)과 교수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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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공산성(사적 12호) 일부가 지반침하하고 있다. 또 성곽도 배부름 현상(성벽 가운데 부분이 성벽 아래와 위에 비해 배가 불룩한 것처럼 튀어나오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 때문이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국토해양부는 '하수관에 의한 것이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으면서 논쟁이 격렬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관련 기사 : 1500년 된 산성... "4대강 사업으로 1년만에 망가져")

29일 정찬호 대전대 지구시스템 공학(지반 방재)과 교수와 양흥모 대전충남 녹색연합 사무처장과 김성중 간사와 문제가 되고 있는 공산성을 다시 찾았다. 같은 날,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서도 김인 하천국장을 비롯해 국토청 공무원들이 현장을 돌아보고 있었다.

"준설과는 무관하며 하수 유입으로 흙이 흘러내렸다"

소나기가 내리는 가운데 정찬호(좌측) 교수가 설명하고 있다.
 소나기가 내리는 가운데 정찬호(좌측) 교수가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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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김인 하천국장과 국토청 공무원들은 "빗물로 유입되는 하수가 배수로로 빠지면서 일부가 유실되어 발생한 것과 성곽에 흘러내린 빗물이 구멍(지름 10cm)을 통해서 석축과 흙이 만나는 지점을 통해 들어갔다가 토양으로 유실되면서 흙이 빠져나간 것이다"며 "침하된 웅덩이 (강 쪽) 부분에 물이 흐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강살리기 전이나 지금이나 수위 변화가 없다, 우리가 공사하면서 배수가 정확히 안 되면 유실이 되듯이 배수관로의 문제다"고 말했다. 또, 정밀조사와 보수와 관련해서는 "우리 시설 같으면 보강에 들어가는 데 문화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손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꺼진 게 아니고 쓸려나갔다"고 지속해서 주장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는 29일 반론(그건 이렇습니다)을 통해 "공산성 내 지반 침하 및 성곽 배부름 현상은 금강 준설공사와 무관하다"며 "금강의 준설구간은 공산성으로부터 약 100m 이상 떨어진 지역으로 일부 지반침하 및 성곽 배부름 현상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준설도 퇴적구간에 대해 기존 하천 바닥과 동일하게 이루어졌으며, 공사 후 금강의 평수위 변화도 거의 없다"며 "문화재청, 공주시 등에서 공산성 문화재 보존을 위한 조사·보수 등 진행될 경우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4대강사업 이전 EL.8.69m('09년 평수위), 이후 EL.8.75m(관리수위)로 변화가 미미하다"고 해명했다.

하수관으로 빠지지 못한 빗물이 가라앉은 웅덩이로 흐르고 있다며 국토부에서 보내온 사진
 하수관으로 빠지지 못한 빗물이 가라앉은 웅덩이로 흐르고 있다며 국토부에서 보내온 사진
ⓒ 국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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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유입으로 인한 지하수 문제가 나온 것에 대해 공주시 담당자는 "문화재청과 협의하는 만큼 면밀히 조사해서 진단이 나와야지, 국토부나 환경단체에서 하는 말에 이러다 저렇다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97%로 물 때문에 일어난 현상으로 방치하면 붕괴할 것"

성곽 중간에 지름 10cm 정도의 구멍이 있다. 국토부는 이곳이 빗물 유입구로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성곽 중간에 지름 10cm 정도의 구멍이 있다. 국토부는 이곳이 빗물 유입구로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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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돌아본 정찬호 교수는 "하천은 유입하천과 손실하천이 있는데, 유입하천은 주변의 지하수가 계속해서 유입되어 일정한 수량이 유지가 되는데, 손실하천은 지하수보다 높으면 역으로 열류하면서 밀고 들어간다"며 "(준설 후) 물량이 늘어나고 수압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약한 산성 쪽의 지하수가 합수되지 못하고 토양지반이 포화하여 움푹 꺼질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어 "지하 단면을 끊어서 보면 지하 토양층이 있는데 밑에 암반은 문제가 없지만, 토양층은 다양한 토질로 불규칙한 토양층이 금강 물에 의해 조금씩 씻겨 나간다 보면 지반이 압축되면서 조금이 빠지던 것들이 한꺼번에 뻥하고 내려갈 수 있다"며 "함몰형태로 꺼진 것을 보면 밑에서 토양층에 변화가 일어나서 생기는 현상으로 (국토부 주장) 하수로 배수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부름 현상과 관련해서는 "토양은 사토질과 점토질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데 많은 양에 물을 머물고 있으면서 토양이 물렁물렁하고 사질 부분이 지하수로 씻겨 내려가면서 구멍이 파이고 부동침하에 의한 배부름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97%로 물 때문에 일어난 현상으로 이대로 방치하면 (공산성)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좌측으로부터 김성중 간사, 정찬호 교수, 양흥모 처장이 가라앉은 웅덩이를 둘러보고 있다.
 좌측으로부터 김성중 간사, 정찬호 교수, 양흥모 처장이 가라앉은 웅덩이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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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흥모 처장은 "국토해양부가 현장을 간단히 들러보고 성벽 밑을 지나는 배수구에 일부 문제가 생겨서 그랬다고 결론처럼 얘기하는데,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적절한 대처는 아니다"며 "국가기관은 적법한 조사나 원인 규명을 한 결과를 가지고 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공산성을 찾은 전문가들은 4대강 준설로 수량이 많아지면서 높아진 수압으로 지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하는데, 문화재청과 국토해양부가 단순히 땅 표면에 문제가 아니라 지반 아래 지하수까지 구조적인 정밀분석과 조사를 통해서 진단이 필요하다"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국가문화 유적에 대해서 국가기관이 단독적인 조사보다는 민관이 공동으로 문제의 의혹들을 해결하고 최선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28일 방문한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으로 황평우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과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 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와 토목·문화재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4대강 사업에 의한 대규모 준설로 물량이 많아지면서 수압에 의한 것이다"는 주장을 펼쳤다. 참석했던 환경단체 등도 전문가들과 뜻을 같이했었다.

"정확한 원인 규명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28일 방문한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이 침하되어 가라앉은 현장을 방문하면서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28일 방문한 ‘4대강사업국민검증단’이 침하되어 가라앉은 현장을 방문하면서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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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국토부, '공산성 지반침하는 4대강사업과 무관' 무조건 발뺌 말고 정확한 원인규명과 문화재 보존대책 마련해야 한다"며 "국토부가 현장조사 하루 만에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공산성 지반침하가 4대강사업과 무관하다고 단정하고 나선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매우 무책임한 처사이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4대강사업 때문에 지반침하가 발생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해 그것이 사실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원인 규명하는 것이 우선임에도 무조건 4대강사업과 무관하다고 발뺌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이다"며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공산성 지반침하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작업을 시작해 공산성의 추가적인 지반 침하를 막고 예전 모습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취재 이후 전화를 걸어온 하천국장은 "다시 비가 내리면서 (성곽) 함몰된 지점에 빗물이 유입되어 웅덩이 부분으로 물이 빠져나오고 있다"며 반론과 함께 사진을 전송해왔다.

공주시 2012년 통계연보 관광객 수는 300만 명 정도로 특히 백제문화제가 9월 28일~10월 6일(9일간)까지 찾는 관광객이 1/3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공산성의 지반이 약해지면서 혹시 모를 사고로 관광객이 줄지 않을까 걱정이다. 빠른 진단과 조처가 내려지길 바란다.


태그:#4대강 사업, #공산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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