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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가구 업체인 이케아(IKEA)가 KTX광명역 인근에 초대형 매장을 짓고 있다. 이 업체의 상품 판매 전략은 가구는 싸게 사서 적당히 쓰다가 버리고 새 가구로 교환하라는 것. 이런 전략은 광고가 돼 소비자의 의식을 형성한다.

적당히 쓰다가 버리는 가구에서 장인(匠人)의 숨결을 느끼고자 하는 구매자는 없겠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적당히 만든 가구에 나무의 생명이 그대로 담겨있는 원목을 쓸리가 없기 때문. 발암물질로 알려진 포름알데히드가 방출되는 합성목재로 만든 가구는 5년 넘게 유독가스를 배출해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 이케아도 가구에서 이 물질이 나온 것으로 확인돼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뿐만 아니다. 버려지는 가구들 대부분이 소각되면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새 상품에 대한 구매 욕망으로 가구가 버려지는 악순환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버려지는 것들 중에서 재활용 비율이 매우 낮은 나무에게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사회적 기업 '문화로놀이짱'이 바로 그런 곳이다. 지난 13일 찾은 문화로놀이짱에서 인간과 나무의 삶은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꼈다.

버려지는 목재와 컨테이너로 작업공간을 만든 문화로놀이짱
 버려지는 목재와 컨테이너로 작업공간을 만든 문화로놀이짱
ⓒ 문화로놀이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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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 공영주차장 한쪽에 자리 잡은 사회적 기업 문화로놀이짱은 3년 전 이 장솔르 직접 찾아내 서울시와 임대계약을 맺었다.

문화로놀이짱 안연정(36) 대표와 마주 앉은 회사 내 매뉴얼 도서관 집기들은 하나같이 재활용 목재로 다시 만들어진 것들이다. 문화로놀이짱은 지난 2004년에 홍대 인근의 예술인들로부터 버려지는 목재를 모으면서 시작됐다. 이 기업은 이를 모아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손질 방법이나 환경에 따라서 사람들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원목들을 버리고 있다. 그런 재료를 구출하고 소생한다는 의미에서 에너지를 느낀다. 그리고 (이 작업을 통해 ) 구출한 목재들이 훨씬 건강한 목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모양도, 흠집도 제각기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미(美)의식을 반영한 물건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반짝거리는 것만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게 된다."

안 대표는 버려지는 나무(원목)의 재활용은 아주 작은 차원의 일이라고 한다. 그보다는 좋은 목재를 만나서 그것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기쁨이 있단다.

"목재들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 손노동으로 느끼는 기쁨, 인간이 손을 사용하고 몸을 사용할 때 왜 기쁜지 버려진 목재를 통해서 알게 됐다. 사람이 죽거나 목재가 소각장에 들어가는 것은 똑같다. 버려진 목재에 어떤 에너지를 넣느냐에 따라 어떤 사물로 다시 태어나 다른 사람들 곁에서 살게될는지가 달라진다. 보이지 않는 관계까지 생각하게 된다. 폐목재는 그 자체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다."

버려진 나무들에 새로운 에너지를 넣으면 멋진 가구가 된다
 버려진 나무들에 새로운 에너지를 넣으면 멋진 가구가 된다
ⓒ 문화로놀이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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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목재를 수거하고 해체해 보관했다가 다시 가구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호흡을 불어넣어 세상에 다시 내보내는 과정에서 몸으로 전해지는 느낌들은 직접 나무를 만지는 목공장인이 아니라면 모를 것 같다. 기업으로서의 목표가 궁금했다.

"큰 돈이 들어가는 투자와 매출에 대한 목표는 생각하지 않는다. 투자와 성장이라는 기업의 논리가 사회적 기업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효율성을 높여야 하는데 그런 것들은 사람보다는 기계와 자동화로 달성된다. 하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정도의 운영 방식 안에서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공장화·자동화된 방식이 아닌 게 더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로놀이짱은 지금과 같은 소규모 생산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성공모델을 보여주는 지점에 와 있는것 같다."

함께 일하는 동료직원 10명도 안 대표의 인식을 공유하고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단다. 이 기업은 지금까지 공채 모집을 한 적이 없다. 직원들 스스로 함께 일하고 싶다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냈다고. 이들 중 면접을 통해 채용을 했다. 버려진 목재를 재활용하는 일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서로 비슷했기 때문이리라.

"실제 버려진 나무들을 만지고,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면서 배운 것들이 무척 많다. 노동 시간 단축도 일의 집중도가 높고 바쁘면 어쩔 수 없지만, 일하는 시간들이 줄어들어야 삶의 여유와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현실은) 자기 삶을 재구성하려고 해도 시간이 없고, 돈으로 소비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돈을 벌지 않으면 불안하고, 외롭다. 모든 것들이 시간과 돈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노동 시간의 단축과 최저임금을 조금 더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나가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목공일을 하면서 끊임없이 경쟁하고 위기와 소비를 조장하는 세상을 들여다 보게 됐다는 안 대표. 그는 우리 사회의 산적한 문제들을 버려지는 가구를 통해서 통찰했다. 새로운 것들에 대한 구매 욕망을 멈추지 않는 세상에서 말이다.

재활용 나무로 실내인테리어를 한 도서관
 재활용 나무로 실내인테리어를 한 도서관
ⓒ 문화로놀이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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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고용노동부 인증 3년 차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이 끝나는 문화로놀이짱은 처음 시작할 때 사회적기업 다운 것을 만들고 싶어서 사회적 기업을 택했지만 사회적 기업의 구조·개념이나 지원 방식에는 얽매이지 않았다고 한다. 안 대표는 "사회적 기업들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제도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사회적 기업에게 사회공헌(실적)을 요구한다는 것도 모순이다, 사회적 기업의 활동 자체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공헌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사회적 기업을 선택할때는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문제를 느끼면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 에너지가 그쪽으로 간다는 안 대표는 "수익성과 지속성만 생각했다면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 일을 하면서 우리가 만들어내는 삶의 방식들에 반응하는 사람들과 우리를 통해서 새로운 길찾기를 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지속가능한 모델들을 만든 것에 대한 지지자들이 생긴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로놀이짱은 개인의 주문형 가구 제작부터 공간 인테리어를 기획·제작하는 일을 한다. 또한 지역에서 가구 수리를 해주는 병원을 열기도 하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목공방을 개방해 목공기술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한다.

과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에 맞서 대안적인 삶이나 소비 욕망을 멀리하려는 사람들에게 목공 기술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요소가 됐다. 이런 현실에서 문화로놀이짱은 숲이 타고 있을 때 한방울의 물로 불을 끄는 크리킨디의 우화에 나오는 작은 벌새와 같은 존재 아닐까.

"숲이 타고 있었습니다. 숲속 동물들은 앞을 다투어 도망을 갔습니다. 하지만 크리킨디(벌새)란 새는 주둥이로 물고 온 한 방울의 물로 불을 끄느라 분주했습니다. 도망가던 동물들이 그 모습을 보고 비웃었습니다. '저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어?' 크리킨디는 대답했습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크리킨디의 우화 중에서)

덧붙이는 글 | 문화로놀이짱의 의미는 ‘문화로 노는공간’ 이라고 합니다.
http://www.norizzang.org
http://cafe.naver.com/myungrangenergy



태그:#가구, #문화로놀이짱, #사회적기업, #재활용,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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