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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영남루로 오르는 계단에서 송전탑 반대 촛불 문화제가 막 시작되고 있다.
 밀양 영남루로 오르는 계단에서 송전탑 반대 촛불 문화제가 막 시작되고 있다.
ⓒ 송전탑 반대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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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가 코앞에 닥쳤다. 한국전력은 10월부터 공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 현장에는 경찰 3천 명이 투입된다고 한다. 26일, 이성한 경찰청장이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밀양과 인접한 창녕군 부곡면 온천 일대는 경찰 병력이 대기하고 있어 빈 방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28일 아침, 밀양시 내일동 영남루 입구에서 '밀양 765kV 송전탑을 막아달라'고 기원하며 절을 올리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울산생명지킴이,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저녁 7시까지 온종일 절을 했다. 저녁 7시가 되기 전에 영남루 아래 계단은 촛불을 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우리는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생업으로 돌아가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한전은 물러가라."
"명분 없는 죽음의 공사 즉각 중단하라."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피켓들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피켓들
ⓒ 이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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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외침을 대신하는 플래카드와 피켓이 어둠 속에 줄지어 섰다. 촛불 문화제가 시작되자 마을에서 일어난 최근 소식을 공유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어제 이웃 마을 사연리에서 주민총회를 했는데, 한전의 보상을 못 받겠다고 나와 합의가 안 되었어요."

단장면 동화전 김정회씨가 전했다.

우리는 생업으로 돌아가서 농사짓고 살고싶다.
 우리는 생업으로 돌아가서 농사짓고 살고싶다.
ⓒ 이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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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산마을도 엊저녁 주민들 회의가 있었는데, 보상 안 받고 송전탑 반대하는 걸로 합의가 되었답니다." (산외면 안영수씨)
"도곡에서도 시청 공무원, 경찰버스까지 와서 어제 저녁 주민 회의를 했는데, 합의가 무산되었어요."(상동면 김영자씨)
"도방동에서는 도장과 주민증 가져오면 돈 주겠다며 황당한 방송을 했다." (부북면 이남우씨)

한전은 30개 마을 가운데 15개 마을이 보상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송전탑 반대 대책위에서는 이미 송전탑이 들어선 청도면을 빼면, 합의한 마을은 단장면 바드리 1개뿐이라고 한다. 26일 경남도청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경과지 주민 3476명(한전 집계) 가운데 2962명 보상에 반대하는 서명을 했다. 상속대상자 753명 빼더라도 실거주자와 토지 소유자 2209명 보상금 안 받겠다고 서명한 것이다.

"한전은 주민들이 송전탑 보상에 합의했다고 미리 터뜨려 놓고, 이제 와서 주민 동의를 구하고 있어요. 어제 사연리도 주민 반대로 합의 못했잖아요." (단장면 손수현씨)

"지싯골에서는 어떤 할매한테는 700만 원, 어떤 할매한테는 300만 원 받게 해주겠다며 다닌답니다. 이게 무슨 보상입니까?"하며 장재분씨(부북면 평밭마을)가 오늘 한전에서 문자 메시지가 온 걸 알려준다.

'송전탑 보상 6억에서 7억으로 증액되었으니 9월 30일까지 합의하면 최대 40%까지 균등 배분 가능하다'는 내용을 한국전력 밀양송전선로 특별대책본부 이름으로 보낸 왔다고 한다.

부북면의 경우 오늘 오후 경찰버스 한 대와 승용차 4대가 공사 현장 가까운 위양리 마을 입구에 와서 둘러보고 갔다고 주민들은 전한다. 공사 재개가 가까워졌음을 알리고 있다.

송주법(송·변전시설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설득을 하고 돌아와 상황을 전한 송루시아(단장면)씨는 "지금 정부가 힘 없는 노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긴박한 상황이 알려져서인지 촛불문화제에는 간디학교 학생들, 동아대 인문동아리 학생들, 부울경 환경운동연합 회원들 등 외부에서 함께 참여한 이들이 눈에 띄었다. 부울경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은 송전탑 공사가 시작되면 공사 현장에 들어가 주민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대책위 곽빛나 간사가 전했다. 탈핵희망버스가 2차까지 준비되고 있고, 각 단체의 농활이 10월초부터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한전이 공사하는 건 저거 일이니까 그렇다고 쳐요. 정부와 경찰, 시청까지 합쳐서  이러니 딱 미쳐뿌겠어요."

밤이 깊어갈수록 촛불만 밝고...
 밤이 깊어갈수록 촛불만 밝고...
ⓒ 이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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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앞두고 주민들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며 장재분씨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서로 조금만 말을 잘못해도 팍 터져버릴 것 같아요. 외상후 스트레스라는 게 심각한 문제라는 걸 이제 알겠어요. 지금 우리가 딱 그걸 겪고 있어요."
"저들이 밀양 송전탑 건설은 국책 사업이다.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이건 국책 사업이 아닙니다. 밀양 송전탑 사업은 한전과 대기업의 돈벌이를 위한 사업이지 국민을 위한 국책 사업이 아닙니다. 송전선이 왜 마을 근처로 갑니까? 그래야 공사비가 쌉니다. 가장 약한 시골 노인들의 땅을 뺏는 겁니다. 이것은 21세기 고려장입니다. 인간의 탈을 쓰고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촛불 문화제를 마무리하는 송전탑 반대 대책위 대표 김준한 신부의 말이다.

'힘 없는 노인들을 상대로 작전을 수행'하여 '주민들을 극단의 선택을 몰고 있다'는 대책위의 성명서 구절이 기우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지금 밀양의 주민들은 송전탑 반대의 촛불을 들고 구조 요청을 하고 있다.


태그:#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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