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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최악의 사법살인'으로 꼽히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아래 인혁당 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국가정보원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장이 날아왔다. 이자계산이 잘못됐다는 법원 결정에 따라 과다지급된 251억 원을 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은 14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두고 대법원을 비판하며 "국가가 채권자로 둔갑했다, 과거사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이자놀이'를 그만 두라"고 질타했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다룬 1심 재판부는 2009년 6월, 국가가 당시 사형당한 9명의 유족들과 다른 피해자 등 78명에게 위자료 총 759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 해 12월 2심 재판부의 결론도 같았다. 당시 법원은 피해 사실이 발생한 날짜를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했다.

하지만 2011년 1월 대법원은 위자료 원금인 279억 원은 인정하지만 이자가 너무 많은 점을 우려하며 이자 기준일을 바꿨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시간이 오래 지난 만큼, 화폐가치가 상당히 변했으니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변론종결 시점부터 이자를 계산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원이 계산한 이자 기준일은 약 30년씩 뒤로 미뤄졌다. 1975년 4월 9일 기준이었던 67명의 경우 2009년 11월 13일로, 1979년 6월 27일 또는 1982년 12월 24일 기준이었던 10명은 2010년 7월 2일로 이자 기준일이 바뀌었다. 자연스레 피해자와 유족들이 받을 배상액도 279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들은 2009년 8월 법무부로부터 배상금의 65%인 490억 원을 선지급 받은 상태였다.

대법원 "시간 오래 돼 이자기준일 바꿔야"... "피해자들 다시 고통받아"

대법원이 1·2심 판결을 뒤집자 서울고등검찰청은 유족들에게 과다지급된 211억 원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국정원은 7월 피해자와 유족 77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0월 7일 강아무개씨와 가족들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청구금액 15억300만 원의 절반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법원이 과거사 사건을 다루며 이자 계산법을 바꾼 경우는 아람회 사건, 납북 어부 사건,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 사건 등이 있었지만, 피해자와 유족에게 국가가 과다지급한 배상액을 돌려주라고 한 것은 인혁당 사건이 처음이다. 아람회 사건 등 비슷한 사건을 맡은 재판부들도 이자기준일을 바꾸긴 했지만, 판결 확정 후 배상액이 지급되거나 가지급된 금액이 확정액보다 적어 반환할 필요는 없었다.

14일 대법원 국감에서 야당 법사위원들은 대법원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국가가 다시 채권자로 둔갑하는 부당한 일이 벌어졌다"며 "이런 판결이 자꾸 나오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불법행위 때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은 피해자들의 잘못이 아니라 진실규명을 막고 있던 국가권력의 잘못이었는데, 피해자들이 다시 경제·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대법원이 고등법원에서 충분히 심리할 수 있는데도 파기 자판(대법원이 원심 판결의 일부를 깨고 스스로 재판을 해 결론을 내리는 것)을 해 피해자 등에게 지급될 30년 치 이자가 사라졌다"며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박영선 법사위원장도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에게 "대법원이 파기 자판으로 피해자들의 변론 기회를 박탈, 헌법의 평등권을 침해했고 판례를 변경하는데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에서 판결, 법원 조직법을 위반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며 피해자와 유가족 등에게 답변서를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태그:#인혁당,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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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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