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저에게 있어 2002년 가을은 가장 떠올리기 싫은 시간입니다. 경남의 한 도시에서 있었던 일인데, 저는 그날 친구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초등학교 동창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10년만에 만난 친구도 있었고 20년만에 재회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많이 변한 모습들이더군요.

오랜 시간 소식을 듣지 못하다 만나게 된 친구들은 결혼식이라는 경사를 핑계로 술을 많이 마시게 됐습니다. 저 역시 술에 취했습니다.
그러다 거의 20년만에 만난 동창 'A'와 시비가 붙게 됐습니다. 휴대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휴대폰을 빌려쓰려는 저와 빌려주지 않으려는 그와 말다툼이 발생한 것이지요. 그는 초등학교 때도 별로 인연이 없어 그냥 얼굴 정도, 생활 환경 정도를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일방적으로 그로부터 폭행을 당했습니다. 안경이 깨지면서 눈 아랫부분이 찢어지고 입술이 터졌고 왼쪽 어금니 일부가 깨져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저는 그와 전혀 싸울 의향이 없었으므로 그냥 맞았고 얼마 후 경찰이 왔습니다. 동창 중 'B'가 사건을 모두 목격했기 때문에 잘 해결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전 근처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고 치료비를 내기 위해 대구에 계시는 부모님이 다음 날 오전 병원으로 오셨습니다. 치료비는 약 80만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이 치료비는 제 부모님이 직접 계산하셨습니다.

다음 날 전 XX경찰서로 가서 조서를 작성하는데 정말 황당하더군요. 진술서를 작성하면서 취조를 하는 형사가 가해자인 A의 친형이었습니다.

그 형사는 제게 '쌍방 폭행'이니 괜히 고소, 고발하지 말고 그냥 집으로 가라고 은근히 말하더군요. 경찰서에 난생 처음 불려가 형사로 부터 그런 말을 들으니 무섭기도 하고 두렵더군요. 쌍방 폭행으로 되면 저 역시 처벌을 받을 테니까요. 저는 그에게 쌍방 폭행이 아니라고 항변하면서 목격자인 B가 있다고 하니 그 형사는 "폭행 사건이 있던 날 바로 A와 B로부터 진술서를 받았는데 B의 말이 너 역시 A의 멱살을 잡고 툭 쳤다라고 말했다"라고 강조하더군요.

저는 정말 억울했습니다. 저는 경찰서를 나와 동창 B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B는 저에게 "A의 형(형사)이 그냥 좋게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라고 말해서 그냥 그렇게 둘러댔다"면서,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미안하다"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정말 어이가 없어 말이 안나왔습니다. 또 가해자인 A 역시 저에게 맘대로 하라면서 '쌍방 폭행'이라는 것을 계속 강조하더군요. 억울한 마음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그냥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에 직장이 있는 서울로 올라와 친분이 있는 변호사에게 이 사건에 대해 문의했더니 '경찰은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자신의 친족이 연루된 사건을 조사하지 못한다라는 법이 있다'고 가르켜 주더군요.

저는 XX 경찰서에 연락해 이 부분을 상기시키며 서울 마포 경찰서로 사건을 넘겨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XX 경찰서에서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계속 미루더군요. 그러다 제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면서 '경찰서장'에게 보고하겠다라고 경찰에게 말했더니 그제서야 마포 경찰서로 사건을 넘기겠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결국 마포 경찰서에서 사건을 다시 의뢰했고 마포 경찰서에서는 모든 정황을 파악한 후 '일방적인 폭행'이었음을 인정하더군요. 저는 그제서야 A로부터 병원 치료비를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밀양 성폭행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형사들이 근무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가해자의 친형인 형사가 사건을 담당하고 진술서를 받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형사들의 노고에 상처를 내고자 이 글을 쓴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모두 지향하는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형사들의 근무 수칙이 정확히 실행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