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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생일을 기념하고자 옹기종기 선물 보따리를 들고 오랜만에 모인 가족 친지들은 조카 수준(3살)에 맞춰 서로에게 더 큰 즐거움을 보태기 위해 서울 어린이대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주말이라 차는 밀리고, 그러나 티코 한 대에 무려 7명이 앉아야 했던 -어떤 방식으로 앉았는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교통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이 비법은 영원히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편함도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행복과 곧 충족될 만족감에 비교하자면, 참을 만했다.

무려 30분이나 기다려서야 차를 주차시킨 다음 울루랄라∼ 공원에 입장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웃음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10분 정도 걷자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동물로 알려진 아시아 코끼리가 나타났다.

아기 코끼리가 오줌 누는 장면은 압권! 덜렁덜렁 거리는 그것(?)은 믿을 수 없이 컸다.(하지만 포유류 중 신체 비율상 그것이 가장 큰 동물은 인간이다.)

이어서 사자와 호랑이, 곰을 보게 되었고 동물우리 앞에서 사진을 찍는 무수한 사람들 속에서 우리들은 눈살을 찌푸리기에 이르렀다. 손바닥만한 그늘도 없는 직사광선 앞에 벌거벗겨진 채 전시된 동물들. 게다가 이날 최고 기온은 32도에 달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보도가 열을 소화하지 못한 채 -계란 후라이를 할 수 있을 만큼 뜨거웠다- 화기를 내뿜고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동물들이 감당하고 있었을 생리적 고통은 적당한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손바닥만한 동물우리에 손바닥만한 그늘도 없다는 그것! 이것이 과연 인간 중심적 동물원일까? 최소한 나무 몇 그루라도 심어 놓길 원했던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나아가 박제되어 유리 안에 전시된 어린 악어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나만 그런 느낌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비참함마저 갖게 하였다. 열기를 피해 나무 그늘로 몸을 피한 가족 친지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이 문제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동물원이 보다 동물원답게 되기 위해서는 전시된 동물들을 위해 최선의 투자를 해야 된다고 서로 입을 모았다. 즉, 동물 중심의 동물원이 곧 인간 중심의 동물원이라고 우리는 생각했다.

다른 동물원은 가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동물들이 느끼고 있는 절망감은 평상시 인간이 느끼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커스 곡예를 하는 코끼리가 갑자기 미쳐서 결국 총알에 맞아 사살되었던 해외토픽이 있었던 것처럼 동물들도 감정을 갖고 있다.

IQ가 2에 불과한 물고기도 아가미에 낚시바늘이 걸리면, 고통스러워서 온 몸을 팔딱거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순간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한다. 즐거움이라는!

인디언들은 생명의 존엄성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사냥감을 포획하면, 그 시체에게 감사함의 기도를 올린다. 가령, 수족 인디언들은 동물을 사냥한 뒤 동물의 시체로 사냥꾼을 때린다. 너로 인해 이 동물이 죽음의 고통을 당했으니 너도 고통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서울어린이대공원을 포함한 오늘날 동물원들은 이용자들을 사디스트로 만들고 있다. 마치 굶주린 사자와 검투사의 대결을 주관했던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처럼. 연민이 들 정도로 삐쩍 마른 사자와 눈빛에 생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된 호랑이와 사람들의 시선과 햇빛을 피해 잠을 자고 있던 곰은 이 모든 비인간적인 행위들을 온 몸으로 -말을 하지 못하기에- 증명한다.

이제 우리들은 비동물적인 것은 비인간적인 것이라는 점을 각인해야 된다. 동물들은 사람들을 견인하기 위한 눈요기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놀이기구를 통한 돈벌이에만 급급한 서울어린이대공원. 놀이기구조차 구태의연한 과거의 유물이고, 특히 청룡열차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기계파열음을 내기에 대공원 측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열차를 타는 동안 나는 오분 남짓 생명의 위협을 겪어야 했다. 신경에 거슬리는 큰 기계파열음 때문이다. 실제로 열차를 타기 전 사람들은 흥분을 참지 못했지만, 타고 난 뒤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생명의 존엄성(?)을 깊이 느낀 양 숙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하자면, 공원 분수대 및 관련 시설을 통제하는 전기시설이 사슴우리 사이에 있었던 점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고압선이나 컴퓨터 등 전기와 관련된 생활용품들에서 암을 발생시키는 등 안 좋은 파장(전자파)이 방출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과학적 상식이다. 사슴들은 생명과 건강을 안전하게 보장받을 권리조차 없다는 의미인가!

불과 2시간만에 대공원을 나오면서 친지 중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어떤 바보가 이 따위로 시설을 지은 거야?" 이렇게 거친 말을 한 그분의 평소 품성은 내가 인정한다.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처럼 대공원을 이용한 누구라도 이와 같은 불쾌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도 박정희의 마누라 동상이 세워져 있는 곳!
역사와 시대와 인간의 얼굴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고 있는 이 곳이 바로 서울 어린이대공원이기에 나는 대공원 측에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뭐니해도 동물들을 동물답게 대우하라는 것이다. 인간도 동물이다. 같은 동물끼리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보다 우월한 문명을 향유하고 있다고 해서 심하게 대할 자격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사자나 호랑이 등 많은 동물들이 제짝이나 친구도 없이 홀로 외롭게 있던데, 이들 동물에게 고독을 강요하지 말라.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듯이 동물들도 사회성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개미를 보라.

사회성을 잃은 동물은 영혼을 박탈당한 동물이나 다름없다. 동물원 측이 관람객을 존중한다면, 동물들도 함께 존중해주길 바란다. 이들 동물의 자유를 박탈한 만큼 최소한 동물다운 대우는 해줘야 하지 않는가. 로마법에 의하면 <말하는 동물>로 규정당했던 노예들도 연애는 할 수 있었던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동물원이란 게 필요한 건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소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엄청난 재앙을 예고하기도 한다. 환경파괴가 그것이다. 인간이 멸종하는 미래가 필연적이라면 너무 극단적인 생각인가. 이런 가능성 앞에 우리 모두는 반성해야 할 것이다. 동물원이란 야만적인 놀이시설이 필요없는 세상을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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