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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입니다. 10월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 지역은 제주도입니다. [편집자말]
제주도 푸른 초원과 말. 평화로운 모습이다.
 제주도 푸른 초원과 말. 평화로운 모습이다.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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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주도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 수가 이달 들어 700만 명을 돌파할 예정이라고 한다. 외국인 누적 관광객 수도 200만 명을 넘어설 거라고 하니, 그야말로 천만 관광객 시대가 열린 셈이다.

한창 성수기인 지난 8월 한 달간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 수는 약 117만 명. 내국인이 78만 명, 외국인 39만 명이다. 이처럼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이 증가하면서 마을 곳곳에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등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까지 통계상 게스트하우스가 약 500개라고 하지만 일설에 의하면 실제로는 1000개에 육박한다고도 한다.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의 '공급과잉'에 대한 얘기는 제주로 이주한 '제주 이민자'의 증가와 그 맥을 같이 한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들 중에는 대대로 제주도에 살아온 토착민도 있지만, 이른바 제주도로 이주한 '제주이민자'들이 많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제주도로 오는 50~60대부터, 다른 삶을 살아보려는 30~40대 젊은 층까지 이민자가 늘고 있지만 이들을 흡수할 일자리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저임금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제주도의 노동시장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게스트하우스나 펜션 등 숙박업을 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한편으로는 '손님 받고, 같이 놀고, 바비큐도 하고, 청소 좀 하면' 별 어려움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대한 낭만적 이미지도 한몫 한다.

직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간 활용이 가능해 보이고, '사장님' 소리를 들어가면서 게스트하우스 손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어찌 보면 꿈 같은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로 이주해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책들이 우후죽순 출판된 것도 하나의 배경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어난 게스트하우스 운영이 투자금 대비 기대만큼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운영상의 어려움은 없는지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나 운영해볼까?'

게스트하우스는 오래된 농가주택을 구입해서 개조하거나, 신축이 가능한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5천~6천만 원이면 매매가 가능했던 농가주택은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1억 원을 넘게 호가한다. 그나마 매물 찾기도 쉽지 않다.

반면 기존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사업자들은 매매를 위해 건물을 내놓거나 적지 않은 가격에 임대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 거래는 보통 부동산 사이트에서 벌어지는데, 제주도로 이주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 보려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다.

대평리 어촌 마을의 한 골목입구에 매달린 게스트하우스들의 간판.
 대평리 어촌 마을의 한 골목입구에 매달린 게스트하우스들의 간판.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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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가 많아지기 전부터 운영을 시작해 온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을 만나 속사정을 들어봤다. 그는 서귀포 법환포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다가 2011년 1월 서귀포 안덕면 대평리의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 후 게스트하우스를 재오픈했다. 현재 게스트하우스 운영 5년 차다. 

당시 마을에서 게스트하우스로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던 이곳이 문을 연 후 불과 3년만에 열 다섯 곳 이상의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섰다. 현재 공사 중인 곳도 있다.

게스트하우스가 지금처럼 우후죽순 늘어나기 전부터 자리를 잡은 덕에 꽤 이름이 알려졌음에도 작년부터 수입에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고 한다. 타격을 입은 후로 수입은 수평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그는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했다. 

이곳 주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방 4개를 두고, 열다섯명 내외의 인원이 숙박하도록 하고 있다.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예약률이 높지만, 덥고 습한 제주도의 기후 특성상 에어컨과 제습기 등 냉방으로 인한 전기요금이 한달 80만 원에 육박한단다.

더 큰 문제는 비수기인 겨울철이다. 단 한 명의 손님이라도 있으면 난방을 해야 하는데, 도시가스가 아직 완전히 도입되지 않아 비싼 LPG가스로 난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름철 전기요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들어간다.

때문에 금년부터 겨울철 1월 한 달은 문을 닫아둘 계획이라고 한다. 사람 만나는 것이 좋아서라면 모를까, 수익을 기대하고 와서는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이 주인장의 충고다.

"얼마 전부터 마을의 게스트하우스들이 너도나도 숙박뿐만 아니라 카페 등의 기능을 겸해서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왜 그러겠어요? 숙박만으로는 운영이 힘드니까 그런 거예요. 예전과 달리 게스트하우스가 된다고 하니까, 요즘 이주민 중에 평당 400만 원씩 신축비를 주고 4~5억 씩 들여 게스트하우스를 짓는 사람이 늘어났어요. 실정을 모르고 하는 거예요. 인당 2만 원씩 받는 게 게스트하우스인데 답이 나옵니까?"    

손 많이 가는 게스트하우스, 수익은 글쎄

서귀포의 다른 게스트하우스 주인을 만나봤다. 육지에서 2009년 입도한 주인장은 2010년 7월에 제주도 남쪽 바닷가에서 조금 안쪽에 들어와 있는 마을에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했다.  당시로서는 거의 최초로 농가주택을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한 것이라고 했다.

주인장은 그때 만해도 매매가 가능한 농가주택이 남아돌던 시기였다고 기억한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여성 올레꾼들 사이에 인기를 누려왔던 이 게스트하우스는 올해 내부 수리를 거쳐 독채 펜션으로 변신했다. 수익적인 면도 있지만 개인적 삶의 여유를 더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해야 할 일이 많아요. 매일 청소에, 조식도 차려줘야 하고. 더구나 손님이 시시때때로 계속 오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요. 자리를 비우고 스태프만 남겨뒀다가는 손님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악평이 금세 게시판에 올라옵니다. 아끼던 집이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걸 보는 것도 힘들었고요. "

"요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주인들이 모이면 어떤 얘기가 오가나요?"

"60~70%는 힘에 부쳐 하죠. 먼저 자리를 잡은 곳은 그나마 낫지만 후발 주자들은 운영이 많이 힘들어요. 투자금액 대비 수익을 보기 어려울 겁니다. 게스트하우스도 좋지만 다른 분야를 찾아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본인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분야요."

앞서 소개한 5년차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지금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업계가 춘추전국시대와 같다는 표현을 했다. 제주도에 사는 이들이 한 목소리로 얘기하듯 그또한 범람하는 게스트하우스들이 곧 재편될 시기가 올 것이라 말한다.

"'정주'의 개념으로 제주도에 뿌리를 내리고, 손님이 없으면 감귤밭일이라도 나가려는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게스트하우스 운영은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아요."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고려하는 이들이라면, 귀담아 들어볼 말이다. 부동산 업자만 좋은 일 시켜줄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태그:#제주도,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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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는 서울처녀,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http://blog.naver.com/hit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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