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하나의 가족> 토크콘서트 장면 왼쪽부터 이종란 노무사, 황상기 씨, 박희정 배우, 김태윤 감독, 김덕진 활동가

▲ 영화 <또하나의 가족> 토크콘서트 장면 왼쪽부터 이종란 노무사, 황상기 씨, 박희정 배우, 김태윤 감독, 김덕진 활동가 ⓒ 반올림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벙커1에서 영화 <또하나의 가족>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한 김태윤, 고 황유미 씨 역의 배우 박희정,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가 함께 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활동가가 사회를 맡았다.

얘기를 나누기 전, 영화 <또하나의 가족> 홍보영상과 제작두레를 위한 짧은 제작영상을 봤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 무대로 오른 사회자는 재밌게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입을 뗐다. 사회를 준비하며 박철민 배우에게 전화해 "김태윤 감독은 어떤 사람이에요?"라고 물어봤더니, "굉장히 시크해", "디렉션도 없고, 잔소리도 없는데, 배우가 묘하게 딱 맞게 연기하게 한다"며 칭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감독은 "첫 촬영이 택시 안에서 유미가 죽는 장면이었는데 촬영 시작하자마자 여배우 머리를 깎아놓고 어머니(윤유선 배우), 아버지(박철민 배우)가 오열하는 장면을 찍으면서 '내가 뭐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이후에는 디렉션도 줄 수 없었다"고 했다.

사회자는 영화를 하겠다고 한 지 일주일만에 삭발한 박희정 배우에게 그 때의 심정을 물었다. 박희정씨는 "크랭크인을 일주일 앞두고 윤미 역에 내정되어 있었던 다른 배우가 갑자기 그만둬 그 역을 맡게 되었다"며 "대본을 받고 삭발은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감독님의 배려로 청담동에 있는 정말 좋은 샵에서 삭발을 했다고 한다. 후에 황상기씨가 영화 쫑파티에서 삭발한 머리를 볼 수 있도록 모자를 벗어달라고 요청했는데, 당시 희정 씨는 "그때 내 머리를 보고 유미씨 생각날까봐 삭발한 걸 보여드리는 게 마음 아팠다"고 했다.

황상기씨도 당시를 기억하며 "유미 엄마가 희정씨 머리를 보며 유미 생각을 해선지 많이 울더라"고 했다. 김태윤 감독도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머리를 자른 희정씨가 유미와 많이 닮았다며 눈물 흘리는 아버님과 어머님을 보고, '내가 이 영화 찍기 잘했구나' 싶었단다.

이종란 노무사는 김태윤 감독이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며 반올림 사무실을 찾았을 때는 이 영화가 진짜 완성될지 몰랐고, 제작비가 모자라 촬영을 오래하지도 못해 영화가 그렇게 잘 나올지 정말 몰랐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보니 사실도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공감을 잘 이끌어냈다며 좋아했다. 사회자는 영화 주인공이나 평론가의 평과 대중의 반응이 잘 안 맞을 때가 있다며, 개봉 전 칭찬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농담을 던졌다. 감독은 "기대 없이 보면 볼만 하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영화를 응원하는 일반 시민들의 다양한 후원 사례도 흥미를 끌었다. 현금 후원을 해주신 분도 많았지만, 가방, 블루베리, 돌산 갓김치 등의 현물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것들을 판매하여 영화제작비를 마련했다고 하니, 이날 취재온 일본경제신문 기자와 통역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때마침 한 청중이 영화촬영이 다 끝났는데도 제작비 후원을 받냐는 질문을 하였고, 감독은 "여전히 배고프다"며 제작두레에 많이 참여해주고 주변에 소개도 많이 해달라고 했다.

박철민 배우가 제작영상에서 그랬다. "내가 이렇게 단체 사진 찍는 영화 첨 봤어!" 김태윤 감독은 사인에 "나도 반올림"이라 꼭 붙인다. 제작두레로 참여한 분들 마저 '뚜레가족'이라며 든든해하는 제작진. 영화를 찍으며 진짜 "또하나의 가족"을 만들어냈다. 올 겨울에 많은 이들이 또하나의 가족의 훈훈함을 느끼길 바란다(<또하나의 가족> 제작두레)

벙커1에서 열린 이날 토크쇼는 'THE 삼성'을 주제로 15일(화) 노회찬 전 의원의 강의에 이어 진행되었다. 29일 오후 7시에는 홍세화씨가 강연자로 나선다.

덧붙이는 글 권영은 기자는 반올림 상임활동가입니다.
반올림 또하나의 가족 김태윤 감독 삼성백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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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황상기 씨의 제보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전자산업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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