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기사 한눈에

  • new

    이건희 삼성 회장 또 위기의식 강조. "사상최대실적 만큼 사회적 책임도 무거워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삼성신경영 20주년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의 부축을 받으며 도착한 뒤 기자들을 둘러보고 있다.
▲ 부축받는 이건희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삼성신경영 20주년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의 부축을 받으며 도착한 뒤 기자들을 둘러보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28일 오후 내내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주변은 평일 여느때와 달랐다. 오후 4시께부터 호텔주변은 이미 검정색 대형 세단으로 메워지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 등 350여명이 호텔을 찾았다. 이날 6시부터 예정된 삼성 신경영 선포 20주년 기념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삼성 신경영은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한다'고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올해로 20년이 흘렀고, 이날 행사는 이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당초 이날 만찬은 지난 8월께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이 회장이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무기한 연기됐었다. 이후 이 회장의 건강이상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청와대 오찬과 국제올림픽위원회 등 행사에 참석하면서 사그라졌다.

행사 시작전인 오후5시45분께 이 회장이 호텔에 도착했다. 검은색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그는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관장 등과 함께 1층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50여명이 넘는 국내 취재진에게 엷은 미소를 지으며 행사장인 2층 다이너스티홀로 향했다.

이건희 회장 "창업이래 최대 성과..자만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이 회장을 뒤로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보였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만찬에 참석했다. 이 사장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감에 나오지 않았다.

이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별도의 연설은 하지 않았다. 대신 미리 준비한 영상메시지가 흘러 나왔다. 이 회장은 "초일류기업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한 길로 달려왔다"면서 "양적 위주의 사고와 행동방식을 질적 위주로 바꾸면서 경쟁력을 키워 왔다"고 회고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삼성신경영 20주년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부축을 받으며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 입술 굳게 다문 이건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삼성신경영 20주년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부축을 받으며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그는 이어 "임직원의 열정과 헌신이 큰 바탕이 됐고, 그 결과 창업 이래 최대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앞으로 우리는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 무장해야한다"면서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쉬는 창조경영을 완성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이룬 큰 성과만큼이나 사회적 기대와 책임도 한층 무거워졌다"면서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원한 초일류기업을 향한 새로운 첫발을 내딛고 다시 한 번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면서 영상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삼성그룹 경영진들, 이 회장 앞에서 신경영 회고 "자존심 상하고, 서운하기도..."

이 회장의 영상메시지에 앞서 삼성그룹의 주요 경영진들이 나와 신경영을 회고하는 자리도 가졌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 회장이 '삼성전자는 암 2기다'. '삼성은 이미 망한회사다'라는 발언이 담긴 스크린 화면을 보면서 "처음엔 자존심도 상하고 서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회장의 말씀을 들을수록 위기감이 절절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95년 구미사업장에서 휴대폰 불태웠던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자식같은 무선전화기가 타 들어갈때 내 몸이 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건을 계기로 불량에 대한 안이한 마음을 다 태웠다"면서 "지금의 삼성은 거기서 시작된 것"이라고 회고했다.

유인경 삼성전자 부사장(종합기술원)은 "기술을 얘기하는 회사는 많다"면서 "그런데 이 회장은 기술을 만드는 인재를 함께 바라봤고, 기술인에게 주어지는 펠로우(Fellow)제도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를 비롯한 엔지니어들에게 대단한 자부심"이라며 "이같은 토양속에서 세계최고의 기술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자인 분야 등을 총괄하는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90년대 디자인경영과 소프트경쟁력을 강조해 왔다"면서 "당시만해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그같은 무형의 가치가 명품과 평범한 것의 차이"라며 "세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삼성 명품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 주변에는 삼성 27개 계열사들이 각각 신경영을 상징하는 조형물 등을 만들어 전시하기도 했다. 또 삼성 신경영을 소개하고 있는 국내외 서적 등도 전시됐다. 또 이날 만찬장에는 삼성 임원 등과 함께 가수 바다와 조용필 등도 참석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삼성신경영 20주년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부축을 받으며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 기자들 향해 미소 짓는 이건희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삼성신경영 20주년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부축을 받으며 입구로 들어서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신경영 20주년 만찬의 반전 이부진
28일 열린 삼성 신경영 20주년 만찬의 '반전'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였다.

이 대표는 당초 해외 출장 일정 때문에 이날 행사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가 지난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중국 출장을 이유로 28일 오후로 예정된 국정감사의 참고인 출석이 어렵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에 열리는 기재위 국감에 참석할 수 없으니 당연히 그룹 행사도 불참하리라는 게 취재진의 예측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행사가 끝난 뒤 신라호텔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색 상의에 검은색 치마를 착용한 이 대표는 동행한 여성 한 명과 호텔 로비 회전문을 통해 나와 차량을 잠시 기다렸다. 그러나 곧 취재진과 마주치자 다시 호텔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이날 만찬장 입구에서 삼성 관계자들의 면면을 확인하고 일제히 이 대표의 불참을 보도했던 대다수 언론들은 일제히 오보를 냈다. 일부 기자들은 "(만찬 장소인) 호텔신라 대표이니 다른 통로로 (만찬장에) 들어간 것 같다"면서 급히 회사에 전화를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면세점 독과점 구조와 관련한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참고인은 불출석하더라도 법적인 제제를 받지는 않지만 이 대표의 이날 동선은 국회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허위로 작성한 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한 호텔신라 측의 답변을 구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태그:#이건희, #삼성 신경영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