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텔레비전 스포츠채널에서는 K리그를 찾아보기 힘들다. TV는커녕 인터넷에서도 일명 '저작권법'에 걸려 영상들이 많은 제재를 받기 때문에 그나마 인터넷으로 중계를 챙겨보는 것도 힘들어졌다. K리그팬들이 K리그를 보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K리그 경기를 보는 최선의 방법은 직접 경기장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사정이나 같은 지역 구단 팬이 아니라면, 매번 직접 가서 경기를 보는 것은 사실 힘든 일이다. 물론 경기장을 직접 찾는 것이 최우선이긴 하지만 말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TV로 생중계도 되고 인터넷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정작 같은 하늘 아래에서 펼쳐지는 K리그 경기는 보기 힘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기 힘든 축구리그는 'K리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심지어는 K리그 생중계보다, 옆나라 일본의 J리그 경기를 인터넷생중계로 보기 더 쉬울 정도이다.)

 

결국 K리그 팬들이 뿔났다. 누가 그들을 화나게 만들었을까?

"K리그는 재미없으니까 안봐요", 요즘 K리그 보긴 봤니?

 

K리그에 대해 물으면, 무작정 "K리그는 재미없으니까 안봐요"라고 답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최근에 K리그 한 경기라도 제대로 보고 그런 말씀하시는 겁니까?" 라고 되묻고 싶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외국 축구 리그 경기들을 보기도 하는 나지만, 최근에 K리그를 보면서 "아 정말 재미없다..."라고 생각해본 적은 그리 많지 않다. 뭐 개인 기량이야 당연히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3대 리그 등의 선수들에 비하면 떨어질지 모르겠으나, K리그만의 재미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최근 K리그 경기의 스코어나 기록들만 봤어도 결코 "K리그가 재미없다"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해트트릭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도 '뽀록 골'이라고 욕만 할 줄 하는 이들에겐 어쩔 수 없이 K리그는 재미없겠지만….

군인들의 반란 '광주 상무'와 신생구단 강원FC의 선전은 

이번 시즌 K리그가 재미있는 이유

 K리그 순위표(2009년 7월 6일 기준)

K리그 순위표(2009년 7월 6일 기준) ⓒ http://www.kleague.com 캡쳐

최근 K리그에 관심을 두지 않았더라면, 현재 리그 선두에 있는 광주 상무에 대해 의문을 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광주 상무의 1위 질주를 'K리그의 망신'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난 결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광주 상무는 이번 시즌 충분히 1위를 할 만한 경기를 선보였다. (그들은 결코 '운'으로 리그 1위를 한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다른 팀들이 모두 약해진 것도 아니다. 둘다 말도 안 되는 가정이지만…) 

비록 상무 팀이긴 하지만, 그들이 멋진 경기를 펼치면 펼칠수록 K리그 팬들은 광주상무에 열광했다. 사실 알고 보면 한국판 마라도나라 불리는 최성국과 김명중의 대활약, 무엇보다 든든한 수문장 김용대가 버티고 있는 광주상무는 나름 '괜찮은' 스쿼드를 갖춘 팀이기에 현재 광주상무의 선두질주는 그닥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신생구단인 강원FC의 선전도 놀랍다. 강원FC의 서포터즈 '나르샤'의 열광적인 지지에 힘입어 놀라운 성적을 거두는 강원FC는 최순호 감독의 지휘 아래 신생구단답지 않은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베테랑 이을용 선수와 정경호 선수 정도를 빼면 K리그에서는 거의 '신인급'인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어 강원FC의 활약은 더욱 놀랍다. 내셔널리그 득점왕출신으로서 '반 니스텔루이'라는 별명을 달고 있던 김영후 선수가 시즌초반 무득점의 벽을 깨고 현재 6골 5도움이라는 좋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점이다.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의 이름을 따와서 '전북셀로나'라고 팬들이 칭할 정도로 재미있는 경기를 선보여주고 있고, 3위 서울은 리그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됨과 동시에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6위 포항도 최근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리그에서의 좋은 모습과 함께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뉴캐슬 제츠(호주)를 6:0으로 물리치고 8강 진출을 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5위 인천은 특급 신인 '유병수'의 맹활약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 강호인 수원의 믿을 수 없는 순위와 그 외에도 K리그 강호로 꼽혔던 성남, 울산의 부진은 이번 시즌 K리그의 아쉬움이다.

재미있는 K리그! 근데 왜 인기가 없을까?

 

"K리그는 인기가 없는 리그"라는 인식이 박혀버리게 된 건, TV에서 K리그 중계가 점차 사라지면서부터 였다고 본다. 물론 심판에 관련한 불만이나 쓸데없는 태클, 싸움 등으로 조금은 얼룩진 K리그가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고 가장 재미있는 축구라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K리그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기회는 주고 나서 평가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최근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AFC 챔피언스리그 동시 8강 진출은 엄청난 뉴스거리일 수 있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몇 골을 넣었고 누가 어떤 식으로 넣었는지까지 스포츠뉴스는 세세하게 다루어주지만 우리나라의 방송과 언론은 한국 K리그에게만큼은 그다지 너그럽지 않은 듯하다.

FC서울과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의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놓고 벌이는 승부차기는 온 몸을 집중시키고 볼 정도로 긴장되는 승부였다. 경기가 끝난 후, 모 스포츠채널에서 녹화중계를 해준 걸 그나마 감사하게 여겨야 하는 걸까.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타고 온 프로야구열풍은 식지 않았다… K리그는?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 신화와 제2회 WBC 준우승 등 대한민국 국가대표 야구팀의 놀라운 선전은 자연스럽게 프로야구열풍으로 이어졌다. 그들이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투지와 열정은 온 국민을 열광케 했다. 국제무대에서 이끌어낸 멋진 결과와 '국민감독', '국민타자', '국민노예' 등 국민적인 야구스타들이 대거 배출되면서 KOREA 야구팀의 인기는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로 옮겨갔다.

이런 야구의 인기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K리그 중계' 였다. 프로야구 시즌 초 중계권 협상에 난항을 겪어 야구팬들의 비난을 사긴 했지만, 최근 한국프로야구 중계는 웬만하면 전구단 경기가 중계 되고 있다. 보통 주말 리그 경기와 주중에 AFC 챔피언스리그, FA컵 등의 경기가 펼쳐지는 K리그 팀들의 경기는 프로야구 경기와 겹칠 수밖에 없다.

이 때 방송사는 방송사에 이득이 될만한 중계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야구'를 선택했다.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우선 한국야구의 인기를 들 수 있고, 야구의 특성상 공수교대나 투수교체 시 등 광고를 틀 수 있는 기회가 축구에 비해 많기 때문인 점도 들 수 있다. (실제로 시청률상에는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이런 이유에 더 무게감이 실린다.)

물론 현재 한국프로야구가 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굉장한 흥행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한국야구는 특히 끈기와 특유의 열정이 돋보여서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메이저리그 야구나 일본야구보다도 한국야구가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K리그 중계현실이 거의 'K리그 죽이기' 한계까지 왔다는 것이다.
축구가 훨씬 더 재미있어지고, 훨씬 더 흥행요소가 많다면 다시 중계될 수 있을까?

K리그에게 필요한 것. 스타플레이어, 그리고 K리그 중계

 

구단을 대표할 스타플레이어가 절실하다. 물론 현재의 K리그도 물론 재미있지만, 탁월한 스타성을 띤 선수 말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골 세레모니가 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최근 각종 게시판에서는 '기도 세레모니'에 대한 토론이 거세지고 있다. 종교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고, 세레모니가 너무 재미없다는 이유 때문이였다.

물론 선수가 골을 넣고 감사한 마음에 기도 세레모니를 하는 것 자체는 선수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누구도 뭐라고 할 순 없는 사항이다. 하지만 골 득점으로 열광에 휩싸인 팬들을 더욱 열광케 만들 수 있는건 선수의 세레모니일 수 있다. 또 선수의 세레모니가 특별하다 보면,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언론이나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기도 하기 때문에 K리그의 흥행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골 세레모니를 좀 더 다양화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K리그에서의 독특한 세레모니는 전북 스테보 선수의 활 쏘기 세레모니가 기억에 남는다.)

K리그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는 필수이다. 스포츠뉴스에서 K리그 팀들이 펼치는 경기들에 대해 자세히 조명해주는 것만큼 대단한 홍보효과는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방송사는 대한민국, 즉 FC코리아의 경기 때만 중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K리그 중계는 관심도 없으면서 월드컵이 개최되는 해에는 '월드컵 대표 방송사'라는 슬로건을 염치없이 걸어놓는다.

최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해외파가 부쩍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축구의 기반은 K리그이다. K리그가 살아나야 대표팀도 살아나고, 한국 축구의 모든 요소가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K리그 중계는 등한시 한 채 대표팀 중계에만 혈안되어 있는 방송사들이 무척이나 얍삽해 보인다.
진정한 '월드컵 대표 방송사'가 되려면 K리그 중계부터 하라.

K리그 팬들에게 볼 권리를 빼앗지 말라! 중계방송이 턱없이 부족해…

 

K리그가 흥행되려면 사람들이 K리그를 자주 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반 대중들에게 K리그가 노출되는 빈도는 매우 낮다. 직접 K리그 경기를 찾아보아도 중계를 찾기 힘든 마당에, 일반 대중들은 "요즘도 K리그를 하나요?" 라고 물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중계권을 가져간 방송국에선 중계도 하질 않고, 방송국 영상은 저작권법에 위배되는 영상이니 인터넷에서도 볼 수가 없다. 이건 뭐 아예 K리그를 보지 말란 소리로밖엔 안 들린다. 이럴바엔 중계할 생각이 아예 없는 방송국에 중계권을 팔지 말고, 인터넷 생중계 서비스를 하는 것이 어떨까. 이대로 방치해두다가는 K리그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릴 것 같다. 지금 남아 있는 K리그 팬들도 쫓아버릴 정도의 막막한 중계현실….
 
인터넷생중계 역시 저작권법에 위배된다면, 유료화서비스를 진행해서라도 K리그 팬들의 볼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K리그팬들은 현재 웃기게도, K리그에 목마르다.
 
K리그 팬들이 뿔났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http://sejin90.tistory.com/)에 쓴 글을 기사화 하였습니다.

2009.07.06 10:16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http://sejin90.tistory.com/)에 쓴 글을 기사화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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