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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한국 사회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지난달 25일 그의 추모예배에서 "한국은 독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더니, 다음날 추도식에선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2의 새마을운동"을 거론하며 아버지의 업을 잇겠다고 했다. <오마이뉴스>는 14일 박 전 대통령의 96회 생일을 맞아 '신이 된 박정희'라는 연재기획을 통해 '2013년 대한민국의 박정희'는 어떤 모습인지 살펴본다. [편집자말]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회관 문화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96주년 기념강연회'에서 강연을 마친 뒤 이정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이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조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은 최악의 조건에서 최소한의 인명 희생으로 최대한도의 국가발전을 최단기간에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 조갑제 "박정희 대통령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한의 발전 이룩"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회관 문화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96주년 기념강연회'에서 강연을 마친 뒤 이정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이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조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은 최악의 조건에서 최소한의 인명 희생으로 최대한도의 국가발전을 최단기간에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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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일제 식민지였던 우리나라는 언제 독립을 쟁취할지 막연했다. 다들 어려움을 겪는 시기였다. '그 분'을 임신한 어머니는 그를 지우려고 했다. 낙태를 5번이나 시도했다고 한다. 오래된 간장 한 사발을 들이키고 높은 데서 뛰어내려도 뱃속 생명이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어머니는 아이를 낳기로 했고 그해 11월 14일 '그 분'이 태어났다. 그 분,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뱃속에서부터 어머니와 싸워서 살아남은 것이다."  

14일 '박정희대통령 탄신 96주년 기념강연회' 연사로 참여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탄생 과정에서부터 '비범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은 알렉산더 대왕 같이 호쾌한 영웅도, 나폴레옹 같이 천재도 아니었다, 부끄럼을 타는 영웅이자 눈물이 많은 초인이었다"며 "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10대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강조했다. 객석에 앉아 있던 머리가 희끗한 관중들은 주름진 손으로 조 대표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날 기념강연회가 열린 서울 광진구 육영재단 무지개극장은 500여 명의 관중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다. 중절모에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온 남성이 많았다.

식전 행사를 맡은 오케스트라 '뷰티플마인드 앙상블'은 '새마을노래'를 선보였다.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로 시작하는 노래를 합창했다. 두피가 반쯤 드러난 한 남성은 눈물을 흘리며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이들은 곧이어 애국가도 4절까지 불렀다.

조갑제 "유신 없었다면 위대한 박정희 없어"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회관 문화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96주년 기념강연회'에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조우석 문화평론가 등 참석자들이 새마을운동 노래를 부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 박정희 대통령 탄신 96주년 기념강연회, 새마을운동 노래 합창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회관 문화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96주년 기념강연회'에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조우석 문화평론가 등 참석자들이 새마을운동 노래를 부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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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 기념강연회는 '혁명가의 비전과 유산'이란 주제로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을 공적 위주로 평가해보자는 취지다. 조갑제 대표의 강연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 특히 그는 박 전 대통령의 비판 지점으로 꼽히는 유신체제 등의 독재 정치를 두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놨다.

'세계사적 관점에서 본 박정희 대통령'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펼친 조 대표는 "유신시대가 없었다면 지금의 위대한 박정희 대통령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론은 새마을운동을 통해 농촌이 달라지고 중동에 진출해 달러를 벌던 1970년대 유신시대를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유신시대가 없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지금 말레이시아 경제수준에도 못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시대보다 차라리 유신시대가 좋았다고 부르짖는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조 대표 역시 손 이사장과 같은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은 최악의 조건에서 최소한의 인명 희생으로 최대한도의 국가발전을 최단기간에 이룩했다"며 "한국을 부자나라로 만들면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를 구축한 그를 독재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을 '위인'으로 추대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김유신과 이순신, 박정희는 역사상 위대한 3명의 군인"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은 군인을 알아주는 이승만 대통령이 만든 토대 위에서 790년 만에 권력을 잡은 '비장하면서도 장엄한 군인'"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조우석 문화평론가는 '유신 학번 세대의 현대사 재발견'이란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그는 유신체제가 한창이던 1975년 대학에 들어갔다.

조 평론가는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혁명'과 박정희 대통령의 '부국혁명'을 인정하지 않는 좌파세력은 1970년대부터 축적돼 왔다"면서 "'좌파와의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좋은 평가를 우리 사회에 늘리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정희 대통령과 이승만 대통령을 포함해 지도자들을 나쁘게 평가하는 것을 주도하는 세력은 '좌파'"라고 주장한 그는 '좌파 정서'에 물든 인물로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너희들은 암 덩어리를 가진 좌파는 아니지만 보균자'라고 이야기하고, 우리가 치유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희' 문화상품으로 젊은층 마음 뺏어와야...좌파 정서에 물든 안철수, 박원순"

조우석 문화평론가가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회관 문화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96주년 기념강연회'에서 조국, 진중권, 공지영, 김제동을 거론하며 좌파 정서를 가진 얼치기들이 현대사를 부정하고 있다며 좌파 정서가 굳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 조우석 "좌파정서 막아야한다" 조우석 문화평론가가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회관 문화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96주년 기념강연회'에서 조국, 진중권, 공지영, 김제동을 거론하며 좌파 정서를 가진 얼치기들이 현대사를 부정하고 있다며 좌파 정서가 굳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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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는 젊은층에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조 평론가는 "반 박정희·대한민국과 종북을 이야기하는 것이 젊은이들의 기호로 여겨지고 있다"며 "전통을 70%로 하고 이 같은 반대·비판 세력을 20%로 떨어뜨리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지만 다음 강연회 때는 20~40대 젊은이들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더 많이 들으러 오도록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청중은 "박정희 대통령 업적에 대한 찬양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려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에서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념사업회 이사이기도 한 조 대표는 "좋은 지적"이라면서 그 방법의 예를 소개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과 인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그를 소재로 한 드라마·영화·다큐멘터리·어린이용 전기·만화책도 만들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배지를 만들어서 달고 다니게 하자. 이 배지를 달고 다니면 '저 사람 애국자구나'라고 알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배지를 달면 취직할 때 유리할 것이다."

조 평론가도 "'박정희'라는 거대한 문화상품을 가지고 젊은이들의 마음을 뺏어오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뮤지컬을 만들든 컴퓨터 게임을 만들든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는 "좌파세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라는 무지막지한 현실 권력을 만들어내 두 번이나 집권했고, 지금도 이익집단을 이룬 상태"라며 "무시무시한 적들을 우리편으로 돌려놔야 하고, 특히 젊은이들의 '혼'을 찾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강연회는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주최하고 육영재단과 상청회가 후원했다. 상청회는 정수장학회 출신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손병두 이사장은 "재단 주최로 강연회를 열어 탄신일을 기념하는 것이 추도식보다 더 뜻이 있을 것 같다는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기념강연회를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며 "그동안 박 전 대통령 평가에서 과만 부풀려온 측면이 있었는데, 공도 엄정하게 평가해 일반 국민들의 무지와 오해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회관 문화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96주년 기념강연회'에서 손병두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이사장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박정희 대통령 탄신 96주년 기념강연회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회관 문화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96주년 기념강연회'에서 손병두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이사장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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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정희, #조갑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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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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