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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송전탑 서울대책회의 소속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울산 현대자동차 희망버스, 평택 쌍용자동차 희망버스를 진행했던 노동자들이 참석해 오는 30일 1박 2일 일정으로 밀양송전탑 공사현장을 찾아 주민들을 응원하고 공사 중단을 촉구할 예정임을 밝혔다.
 밀양송전탑 서울대책회의 소속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울산 현대자동차 희망버스, 평택 쌍용자동차 희망버스를 진행했던 노동자들이 참석해 오는 30일 1박 2일 일정으로 밀양송전탑 공사현장을 찾아 주민들을 응원하고 공사 중단을 촉구할 예정임을 밝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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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년 전이었습니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이 309일이라는 기적 같은 시간을 보내고 무사히 살아 내려와 땅을 밟았던 날이 2011년 11월 10일이었습니다. 김진숙을 지키겠다며 크레인에 따라 올라가 171일 만에 그녀와 함께 내려오던 그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과 환희였습니다.

2011년 1월 6일,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 그녀는 선택했습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막아내는 길은 이 길밖에 없었습니다. 6일 새벽, 그녀는 85호 크레인 철계단에 몸을 실었습니다.

운전석이 있는 35m 지점에 거처를 만들었고, 그 삶은 기약이 없었습니다. 그날따라 추위는 더 기승을 부렸습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2003년 함께 활동했던 동료,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 지회장밖에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곳이 김주익 지회장이 129일 만에 주검이 되어 내려왔던 85호 크레인이었습니다.

2년 전 85호 크레인에서 살아 내려오던 순간의 환희

그녀는 309일 만에 살아서 크레인을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바로 희망버스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희망버스는 나이 쉰 살의 한 여성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그 후 희망버스 운동은 바닥을 치고 있던 노동운동에 희망을 보이게 했습니다. 새로운 운동의 기풍을 세워나갈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였습니다. 하지만 그 물결을 더 큰 변화의 물결로 이어가는 작업이 쉽지가 않은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핵발전소가 뭔지, 송전탑이 뭔지도 몰랐고 오직 밭고랑, 논고랑만 일구던 밀양의 할매, 할배들이 괭이와 호미를 들고 아스팔트로 나왔습니다. 호미를 들어야 할 할매 손에 유인물이 들려 있습니다. 명절 제사는 다음 해에 하면 된다며 명절 때도 밀양역에서 유인물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난생 처음 당해보는 경찰들의 방패가 얼마나 무서웠겠습니까? 그런데 이제 밀양의 할매, 할배들은 무서워하지 않고 누구보다 가열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여성들이 생활과 함께 싸움을 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미국이라는 제국주의에 맞서 살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바로 밀양의 할매, 할배가 생활과 함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76만5000볼트의 송전탑 때문에 할매, 할배들은 핵발전소의 위험성도 알게 되었고, 송전탑 건설의 문제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호미를 들어야 할 손에 유인물을 든 밀양 할매

김진숙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 있던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대재앙을 몰고 왔습니다. 일본 아베 총리는 "오염수가 원전 주변 항만 안에서 완전히 차단되고 있다"고 전 세계인들을 속여 오다 11월 13일 원전 사고 당시 수소폭발이 일어나고 핵연료봉이 녹은 제1호기 원자에서 물이 새고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아사히신문>은 "후쿠시마에서 갑상샘암으로 판명된 18세 이하는 10만 명당 12명으로 미야기현 등 4개 현의 1.7명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다른 지역보다 암 발병률이 7배 높은 것입니다.

<교도통신>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250㎞ 가량 떨어진 도쿄만 하구에 고농도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물질이 지금도 강을 통해 도쿄만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54기의 원전 중 2기만 가동 중이고, 이마저도 정기 점검중이라 사실상 '원전 제로' 상태입니다. 독일은 세계 제일의 기술대국 일본의 원전 사고를 목격하고 시민들은 원전을 폐기할 것을 대규모 시위로 요구하였고, 정부는 8기를 동시폐기하고 나머지 9기를 곧 폐기할 계획입니다.

후쿠시마현 청소년 암 발병률 7배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대재앙을 만들고 있음에도 이명박 정권에 이어 원전 확대 정책을 바꾸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고리 5, 6호기와 신울진 3, 4호기, 신고리 7, 8호기가 계속 건설되고 있고, 현재 23기의 원전은 2024년에 되면 34기로 늘어납니다.

그동안 우리 노동자들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높이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 외에는 관심을 갖지 못해 왔습니다. 특히나 환경문제나 핵발전소는 환경운동가들의 일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산 수산물을 먹지 않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고리와 울진 등 핵발전소 인근 100㎞에는 주요 공장들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울산의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경주, 포항, 부산과 경남까지 노동자들은 위험천만한 핵발전소를 곁에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밀양의 할매 할배들과 환경운동단체 활동가들이 76만5000볼트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3천 명의 경찰에 맞서 싸우는 것을 지켜보면서 노동자들도 조금씩 환경의 문제에 눈을 떠가고 있습니다.

핵발전소에 관심이 없었던 노동운동

지난 11월 1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선거에 출마한 다섯 명의 후보들은 "핵 없는 세상을 염원하며 밀양 송전탑 저지를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하며 "당선자를 중심으로 현자지부가 환경과 노동을 함께 실천하는 노동운동 풍토를 만들어 갈 것"을 약속했습니다.

노조 지부장 후보들은 "울산은 핵발전소에 포위되고,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서 양산 밀양 청도 주민들은 대대로 특고압 송전선로 아래서 전자파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며 "이웃 밀양에서 연로하신 주민들이 765kv 송전철탑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생존권을 지키고자 하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요구"라고 밝혔습니다.

현대자동차 노조 지부장 후보들은 ▲핵발전소 추가건설 반대 ▲밀양 주민들의 생존권 사수 투쟁지지 ▲핵 없는 세상을 위해 적극 연대를 약속했습니다.

현대차 노조를 시작으로 전국의 노동자들이 핵발전소와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노동자 선언을 확산시켜 나가려고 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한진중공업과 민주노총 부산본부에서도 노동자선언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현대차노조 '밀양 송전탑 저지 공동 선언문' 서명

사람의 생명을 살렸던 희망버스가 이제 밀양으로 향하려고 합니다. 희망버스의 기적을 만들었던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밀양 희망버스를 제안드립니다. 희망버스의 연대를 받았던 저희들이 노동을 넘어 생명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연대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오는 11월 30일부터 12월 1일까지 1박 2일 동안 전국에서 노동자, 시민, 학생들이 희망버스에 오릅니다. 함께해주십시오. 밀양의 할매, 할배가 경찰폭력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방관만 하고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국정원을 앞세워 부정선거를 저지르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박근혜 정권과 한판 승부의 장이 밀양 송전탑 현장입니다. 모든 진보진영과 양심적인 국민들이 함께 희망의 버스를 타고 밀양송전탑으로 출발하길 기대해봅니다.

희망버스는 조직화된 단체나 노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양심과 진보적 사고, 옳음에 대한 판단성과 실천성이 결합된 자발적 참여 운동이었습니다. 다시 그 힘을 발휘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에서 보여주었던 희망버스는 엄청난 힘이었습니다. 다시 더 큰 강을 향해 희망의 버스를 출발시켜 보았으면 합니다. 85호 크레인에서 저희를 살아 내려오게 했던 희망버스가 밀양 주민들의 생명을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지회장입니다.



태그:#밀양,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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