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군산시 수송동성당 정문 앞에 내걸린 현수막이 22일의 시국미사를 알리고 있다.
▲ 성당 앞의 현수막 군산시 수송동성당 정문 앞에 내걸린 현수막이 22일의 시국미사를 알리고 있다.
ⓒ 지요하

관련사진보기


지난 22일 저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불법부정선거 규탄·대통령 사퇴촉구' 시국미사 이후 종북몰이 광풍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형국이다. 국정원과 국방부, 국가보훈처와 경찰 등 국가기관들이 전방위적으로 개입되어 있는 불법부정선거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던 청와대와 새누리당, 불법부정선거를 규탄하는 국민들의 함성에는 눈을 감고 있던 보수 언론들과 보수 단체들이 일제히 분기탱천한 듯 시국미사 강론 중의 한 부분을 꼬투리 삼아 대대적인 역공을 펴고 있다.

그 덕분에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의 시국미사 사실이 전국에 더 많이 알려지는 효과도 생기게 됐다. 종북몰이 세력들로 하여금 일제히 벌떼같이 발호하게 만든 말꼬투리가 없었다면 최초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에 대한 보도는 보수 언론들의 지면에 매우 미미했을 터이다. 그런데 절호의 기회를 만난 듯 종북몰이 세력들이 대대적으로 역공을 펴는 덕에 시국미사 사실 자체도 더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수송동성당의 시국미사에 참례했던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50여 명의 보도진이 몰려 붐비는 상황을 보면서 일말의 걱정이 없지 않았다. 저 보도진들 속에는 시국미사 자체보다 미사 중에 있을 사제들의 발언 안에서 꼬투리 삼을 말을 잡아내기 위해 달려온 기자들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고, 국가정보원 직원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시국미사의 의미를 폄훼하는 '종북타령'도 어지간히 따라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내 예상은 적중했고, 내 예상보다 훨씬 크고 광범위하게 '종북몰이 사태'가 발생한 상황이 됐다. 이 시점에서 최초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시국미사의 의미와 수구세력의 종북몰이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를 느낀다.

종북몰이 세력이 실은 종북세력 아닐까?

1940년대 해방공간에서부터 시작되어 장장 70여 년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빨갱이타령', 오늘의 '종북타령'을 듣노라면 그게 친일 매국세력으로부터 발원하여 반민주 독재세력의 '전가의 보도'로 사용되어 온 것임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친일 매국세력과 반민주 독재세력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모든 민주세력과 양심세력, 미래지향세력에 종북타령은 무차별적으로 적용된다. 종북타령을 입에 달고 사는 저들의 눈에는 노동자도 종북이고 농민도 종북이며, 도시서민들도 종북이다. 자본주의의 냉혹한 체제하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서민들과 노동자·농민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은 저들의 눈에 무조건 종북인 셈이다.

수송동성당 신자들이 불법부정선거를 규탄하고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들을 들고 성당 앞에 도열해 시위를 하고 있다.
▲ 성당 앞의 신자들 수송동성당 신자들이 불법부정선거를 규탄하고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들을 들고 성당 앞에 도열해 시위를 하고 있다.
ⓒ 지요하

관련사진보기


오늘 민주주의의 회복과 수호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제1 목적은 북한과는 전혀 다른, 온전한 민주주의 국가를 이루자는 것이다. 세습 독재가 이어지며 인민의 기본권이 무참히 짓밟히는 북한 체제와는 달리 모든 국민이 주인 되는 민주국가, 공정한 룰이 작동하는 민주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부터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하기에, 선거에 부정한 방법이 동원되었다면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국민의 노력은 당연하고도 필요불가결한 일이다.

그런 국민의 당연한 권리 행위를 부정하고 무시하며 종북몰이로 매도하고 억압하려는 것은 우리나라를 북한과 같은 꼴로 만들어가자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종북몰이 세력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북한 세습독재 세력과 닮았다. 북한의 독재세력과 남한의 독재세력이 일찍부터 알게 모르게 상부상조해온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러므로 민주세력을 억압하며 종북타령을 일삼는 사람들이 사실은 종북세력인 셈이다. 자신들이 북한 체제를 추종하려는 종북세력임을 모르고(또는 알면서도 감추고) 걸핏하면 민주세력을 종북으로 매도하고 타박하니, 이것보다 더 기가 막힌 전도 현상도 없다.

저들은 지난 70여 년 동안 써먹어 온 그 고루한 수법이 아직은 일정 부분 통한다는 것을 알고 그것에 한사코 매달린다. 언제까지나 그 고루한 방식이 통할 줄로 알고 계속 목을 매고 간다면, 그들에게 결코 미래는 없다. 그들에게는 미래를 새롭게 열어갈 창조적인 의지와 능력도 철학도 없는 셈이다. 그저 그들에게 있는 것은 진부고루하고 천박한 종북타령 뿐인 것이다.

그들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와 그 후의 총선과 대선까지 생각하면서 오늘 열심히 종북몰이에 불을 지핀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것밖에 없기에 오로지 그것에만 매달릴 터이니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천주교 사제들이 정치에 개입한다고?

나는 천주교 신자로서 저 1970년대부터 오늘까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면밀히 보아왔고, 그리스도의 복음정신으로 함께 행동하고 있다. 단언컨대 천주교 사제들은 한 번도 정치에 개입한 적이 없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그리스도의 복음정신을 구현하며 살아야할 성교회의 사제로서 잘못된 정치를 비판하며 예언자적 소명을 다해왔을 뿐이다. 또 힘없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십자가들 지듯 '민주주의'를 위해 행동하며 헌신했을 뿐이다.

전주교 수송동성당 주임 송연홍 신부가 미사 시작기도 후 시국미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미사 시작 전주교 수송동성당 주임 송연홍 신부가 미사 시작기도 후 시국미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지요하

관련사진보기


천주교 사제들이 저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독재에 저항을 한 것이 정치에 개입을 한 것인가? 온 나라의 모든 분야를 장악한 듯이 왕국의 형태를 이루고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삼성재벌의 비리를 폭로한 것이 정치를 한 것인가? 이명박 정권이 온 강토를 파괴하는 행위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줄기차게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해온 것이 정치행위인가?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 사태 이후 정의로운 해결을 기원하며 참사 현장과 대한문 앞에서 연일 미사를 봉헌해온 것이 정치를 하자는 것인가?

군비확충이 평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에,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뜻에 따라 우리 땅과 바다를 내주고 우리 돈을 들여 짓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것이 정치행위인가? 그리고 오늘 국가 기관들이 개입한 불법부정선거를 규탄하는 것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인가?

부정선거는 정치가 아니다. 범죄일 뿐이다. 그 범죄를 직시하고 규탄하며 올바른 해결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정치 개입이 아니다. 국민의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며, 국민의 공의로운 일에 천주교 사제들이 앞장을 서고 있을 뿐이다. 잘못된 정치로 발생하는 불의에 대해서, 또 부정선거로 민주주의가 훼손된 상황에 대해서 교회가 침묵을 한다면 올바른 교회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주교구 원로사제 박창신 신부가 강론을 하고 있다. 그는 여산본당 주임 시절인 1980년 5월 25일 밤 사제관을 급습한 괴한들에게 끌려나가 몰매를 맞고 중상을 당해 평생의 신체 장애를 얻게 된 5.18광주민주화운동 국가유공자다.
▲ 미사 강론 전주교구 원로사제 박창신 신부가 강론을 하고 있다. 그는 여산본당 주임 시절인 1980년 5월 25일 밤 사제관을 급습한 괴한들에게 끌려나가 몰매를 맞고 중상을 당해 평생의 신체 장애를 얻게 된 5.18광주민주화운동 국가유공자다.
ⓒ 지요하

관련사진보기


22일의 군산시 수송동성당 시국미사에서 행한 박창신 원로사제의 말 한마디를 꼬투리 삼아 대대적인 종북몰이 역공이 펼쳐지는 와중에서 나온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의 다소 모호한 발언을 종북몰이 세력이 확대해석하여 제멋대로 활용하고 있다.

염수정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치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라는 말을 했다. 그러고 나서 이에 대한 부연 설명도 했다. 염 대주교의 말을 찬찬히 풀이해보면 사제들이 직접 정치에 개입한 적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방송들과 수구 족벌언론들은 제 입맛대로 재단을 하고 있으니 염 대주교도 적이 부담스러울 것 같다.

공정한 선거, 민주주의의 기본적 요체

필자가 살고 있는 충남 태안에서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군수가 선거법 위반(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법정에 섰다가 500만원 벌금형이 확정되어 1년 만에 군수 직에서 물러나 재선거를 치러야 했다.

또 지난 2012년의 제19대 총선에서 당선된 새누리당의 성완종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는 중이어서 다수 유권자들이 재선거를 전망하고 있다. 원래는 지난 10․30재보선 때 우리 지역도 국회의원 재선거를 하게 될 줄로 알고 특히 새누라당 쪽의 여러 유력자들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그러나 법원의 재판이 연기되어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전주교구 연규영 신부가 불법부정선거를 규탄하고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 성명서 낭독 전주교구 연규영 신부가 불법부정선거를 규탄하고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 지요하

관련사진보기


아무튼 군수 선거를 1년 만에 다시 하고 또 국회의원 선거도 다시 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거법 운용의 정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군수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의 선거법 위반도, 또 현 성완종 의원의 선거법 위반도 그들의 당선에 큰 변수가 되지는 못했다. 매우 미미한 사항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선거법에 따라 군수 직을 읽었고, 국회의원 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처럼 선거법은 냉정하고도 엄혹하다. 공정한 선거가 민주주의의 기본 요체이기에 그러할 터이다.

그렇다면 선거법의 공정한 적용은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그런 것이라면 어떻게 공정한 선거법일 수 있나. 그것은 당연히 대통령 선거에도 해당되어야 한다. 제18대 대선이 불법부정선거였음이 판명 나고 있다. 그래서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거행한 것이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불법부정선거에 관한 얘기는 입을 다물고 군산 수송동성당 시국미사의 강론 중에 나온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포격사건' 관련 발언만 문제 삼아 '국민 분열'을 운운하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는데, 이미 그의 말은 공신력을 잃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태그:#천주교 시국미사, #정의구현사제단, #불법부정선거 규탄, #대통령 사퇴 촉구
댓글5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