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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광장 하늘에 '삐라'가 흩날렸다. '삐라'에는 귀를 막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캐리커처에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호소가 쓰였다.

 

같은 하늘 아래 설치된 무대에서는 용산참사 유가족 전재숙씨가 '대답 없는' 정부에 또다시 책임자 처벌과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정운찬 총리가 취임한 후 우리 유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가식적인 눈물이었다. 총리가 대책을 찾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아직도 죄가 없다고만 한다. 법원은 경찰, 검찰과 다를 줄 알았는데 검찰이 써내려간 문구를 짜맞춰 철거민이 자기가 죽으려고 화염병을 던져 불을 냈다고 한다. 우리 유가족들은 비록 힘은 없지만 꿋꿋하게 싸워 사랑하는 남편과 가족들의 명예를 회복시킬 것이다."

 

정부에 할 말이 많은 이들은 용산참사 유가족뿐만이 아니었다. 언론 노동자들, 환경운동가들, 노동운동가들, 반전평화운동가들 모두 서울역 광장에서 국민 여론을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 노동자들은 미디어법 강행 중단을, 환경운동가들은 4대강 사업 중단을, 노동운동가들은 민생을 힘들게 하는 부자경제정책 중단을, 반전평화운동가들은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중단을 요구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 12월 공동행동 나선다

 

미디어법 강행, 용산참사 외면, 4대강 사업 강행,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등 이명박 정부의 '일방 독주'를 막기 위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공동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 3당과 용산범대위, 4대강범대위, 미디어행동, 용산 범대위 아프간파병반대시민사회연석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21일 오후 4시 서울역 광장에서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주주의, 민생 살리기 12월 공동행동 선포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일방독주 국정운영을 심판하기 위해 12월 한 달 동안 국회를 압박하는 연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공동행동 선포문을 통해 "12월 국회에는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해 미디어법, 용산참사, 4대강 사업, 민생예산, 노동기본권, 쌀값대란, 아프간 재파병 등 중차대한 사회적 현안이 즐비하다"며 "하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은 대다수 국민들의 염원과 달리 국회의원 숫자만 믿고 부자정책, 민주압살, 남북대결 등 총체적 역주행을 감행하고자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미디어법 재논의·4대강·민생·재파병... "12월 국회 압박할 것"

 

이들 단체는 먼저 "언론악법 폐기와 국회 재논의"를 요구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재투표와 대리투표가 위법이며 위법성 시정은 국회에 맡긴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언론악법'이 원천 무효임이 분명해졌다"며 "방송을 장악하고 거대보수신문에게 방송을 넘겨 장기집권을 획책했던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사과하고 미디어법을 국회에서 재논의하라"고 요구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방송을 조중동에 넘겨주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사람을 공영방송인 KBS의 수장에 앉히려고 하고 있다"며 "이 정부와 한나라당의 방송장악, 언론장악을 반드시 막아내는 것은 4대강을 살리고 민생을 살리고 용산 참사를 해결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용산참사 해결도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행동 선포문을 통해 "총리는 서울시장에, 서울시장은 용산구청과 재개발 조합에 책임을 떠넘기며 6명의 아까운 목숨이 산화했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는 날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밝혔다.

 

이날 대회에서는 공사를 시작한 4대강 사업도 도마에 올랐다. 공동행동은 "오로지 토목과 건설 자본만 배불리는 4대강 삽질을 즉각 중단하고 그 돈을 일자리, 교육, 의료 등 민생예산으로 돌리라"며 "아울러 비정규직 확산, 민주노조 말살, 쌀값 폭락 방치 등을 중단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배강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12월이 가까워지니 예산 부족 이야기가 나오는 데 이는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고 4대강 사업에 돈을 쏟아 부으려니까 생기는 일"이라며 "정부가 삽질을 하는 동안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못내 자살하고 농민들은 쌀값이 폭락해 생산비도 못건지게 되는 등 민생이 몰락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부위원장은 특히 "농민들은 쌀 값이 폭락해 투쟁할 수밖에 없는데 이 정부는 창고에서 썩고 있는 쌀을 놔두고 중국산 옥수수를 수입해 북한에 지원하겠다는 '미친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단체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이라크 전쟁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군사패권을 위한 침략전쟁"이라며 "명분도 없고 피해만 확실한 전쟁에 파병하는 것은 우리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침략전쟁을 금지한 헌법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아프가니스탄은 모든 제국주의 세력의 무덤이자 8년째 전쟁중인 미국도 점령에 실패하고 스스로 망해가고 있는 땅"이라며 "세계 각국은 제국주의 세력들의 전쟁에 폐허가 된 아프간을 재건해야할 의무가 있지만 그것은 군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 단체들은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다음달 7~9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72시간 비상국민행동'에 돌입하는 한편, 같은 달 19일에는 반MB공동투쟁본부 주최로 열리는 '전국민중대회'에 함께 하는 등 본격적인 국회 압박 운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태그:#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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