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 가수 솔비가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하늘꿈학교를 방문해 탈북청소년에게 '감사'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 "감사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 "'감사'라는 말을 택한 건, 결국 제 경험 때문이었죠. 저 역시 힘든 시간을 겪었잖아요. 참 안 좋았을 때 오히려 감사의 마음을 가지니 삶이 달라졌어요. 이 친구들 역시 각자의 사연이 있고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감사함은 삶에 있어서 닫힌 문을 열게 하는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 이희훈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사진 이희훈 기자| 매년 연말이면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새해를 앞두고 한해를 정리하면서 돌아보면 의외로 많은 일이 있었고, 조금은 달라진 나 자신을 만나기 일쑤다. 비단 내 자신만이 아닌 남을 돌아보며 풍성해지는 게 우리 삶이라면 가수 솔비에겐 누구보다 풍성한 한해였을 것이다.

그저 밝고 발랄한 젊은 댄스 가수로만 알려졌던 솔비가 어느새 이웃을 돌아보더니 열정적으로 그들과 발걸음을 맞추고 있었다.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싱글맘을 위해, 독거노인을 위해, 때로는 반려동물을 위해 솔비는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가진 것을 나누고 있었다.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곳을 찾아 종횡 무진하던 솔비가 지난 12일에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하늘꿈학교를 방문했다. 직접 아이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단순 기부보다는 직접 아이들을 만나 생각을 느끼고 싶었다"

솔비"감사를 시작하고 희망이 보였다" 가수 솔비가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하늘꿈학교를 방문해 탈북청소년에게 '감사'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 솔비"감사를 시작하고 희망이 보였다" 가수 솔비가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하늘꿈학교를 방문해 탈북청소년에게 '감사'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솔비는 '감사'라는 주제로 60명의 청소년 앞에 섰다. 기독교관으로 보면 감사함은 곧 "나의 상황과 조건, 상태 등이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물론 다른 종교도 비슷한 교리를 담고 있을 것이다. 어느 것 하나도 나에게서 온 게 없으니 그만큼 흘려보낼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많은 고난과 역경이 결국 욕심과 집착에서 비롯되니 감사하는 마음이야말로 사실 인생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좋은 정신 아닐까.

20여 분의 강연을 마치고 한창 아이들 틈에서 함께 사진을 찍던 솔비에게서 선행과 봉사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우선 강연을 하기로 약속을 했기에 지켜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사실 탈북 문제, 탈북청소년 문제 등 이런 쪽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기부하기보다는 직접 이 친구들을 만나서 그들의 환경과 생각을 나누고 느끼고 싶었죠.

할 말이 많이 있을 법했지만 그중에서도 '감사'라는 말을 택한 건, 결국 제 경험 때문이었죠. 저 역시 힘든 시간을 겪었잖아요. 참 안 좋았을 때 오히려 감사의 마음을 가지니 삶이 달라졌어요. 이 친구들 역시 각자의 사연이 있고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감사함은 삶에 있어서 닫힌 문을 열게 하는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제가 나눈 말을 이해하는 친구도 있을 거고 아닌 친구도 있겠지만, 분명 나중에라도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았어요."

"선행 공개, 부끄러웠지만...긍정 에너지 줄 수 있다면"

'셀카는 이 각도에서 최고!' 가수 솔비가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하늘꿈학교를 방문해 탈북청소년에게 '감사'를 주제로한 강의를 마친뒤 한 학생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셀카는 이 각도에서 최고!' 가수 솔비가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하늘꿈학교를 방문해 탈북청소년에게 '감사'를 주제로한 강의를 마친뒤 한 학생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솔비는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돌아보면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살아가며 느끼고 누리는 여러 가지는 스스로 얻은 게 아닌 하늘에게든 사람에게든 받았다고 생각하는 솔비는 "그렇기에 좋은 건 나눠야 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배우고 오히려 얻는 게 더 많다"고 덧붙였다.

좀 더 직접적으로 물었다. 연예인의 선행이 대부분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이에 생색내기, 홍보를 위한 수단 등으로 다소 삐뚤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솔비 역시 그 지점에 고민이 있었다.

"'이미지 마케팅', '홍보용'이라는 비판은 당연히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 비판이 있더라도 의미 있는 일이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주변에서는 오히려 우려를 보이기 보다는 선행을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다들 마음은 있는데 방법을 잘 몰라서 못하시는 분들이죠. 

저 역시 남을 돕는 일을 알리는 게 부끄러웠어요. 뭔가를 하면서도 공개하는 게 맞나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해왔죠. 그런데 공개하든 안 하든 결국 내 마음이 중요하더라고요. 앞에 서서 뭔가 행동을 하는 걸로 사람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전할 수 있다면 공개하는 게 낫다고 봐요. 연예인들의 이런 선행이 더 알려질수록 도움의 손길 역시 늘어날 거라고 믿는 거죠. 그리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해요. (미술작품 자선)전시회 기획도 제가 직접 하거든요. 마음은 있지만 행동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끌어주는 의미도 있는 거죠."

헤어스타일리스트와 연예 관계자들도 손길 보태

재능기부 나선 헤어스타일리스트들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하늘꿈학교에서 탈북청소년을 위해 재능기부에 나선 헤스타일리스트 준식 원장(오른쪽)과 스태프들이 머리를 다듬고 있다.

▲ 재능기부 나선 헤어스타일리스트들 12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하늘꿈학교에서 탈북청소년을 위해 재능기부에 나선 헤어스타일리스트 준식 원장(오른쪽)과 스태프들이 머리를 다듬고 있다. ⓒ 이희훈


이날 가수 솔비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마음을 보탰다. 오전 이른 시간에는 헤어살롱 쌤시크 준식 원장과 헤어스타일리스트들이 청소년들의 머리를 손질했고, 배우 안용준과 매니저 배정현 팀장이 학교를 방문해 청소년들과 시간을 보냈다. 배우 강예원은 직접 그린 그림을 기부했으며 이외에도 여러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이 필요 물품을 지원했다.

하늘꿈학교의 정다운 교사는 "마침 기말 고사가 끝난 기간이라 하루 통째를 수업이 아닌 이렇게 나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면서 "명절 등을 제외하고는 외부에서의 도움이 오는 경우가 적은데, 여러 모로 아이들에게도 신선한 하루였다"고 전했다.

약 3800명의 탈북청소년이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중 하늘꿈학교는 국내 최초로 탈북청소년을 위한 맞춤 교육을 하는 학교다. 통일의 시대에 맞게 리더를 양성한다는 야무진 목표 또한 있었다.

정다운 교사는 "이런 나눔의 시간이 학생들 기억에도 오래 남아서 나중에 좋은 에너지로 또 다른 선행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시금 12일 하루를 함께 꽉 채워준 여러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솔비 탈북청소년 좋은꿈학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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