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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저녁과 15일 새벽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게시판에 올라온 '안녕' 대자보 훼손 인증 사진. 위가 고려대, 아래가 서강대.
 14일 저녁과 15일 새벽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게시판에 올라온 '안녕' 대자보 훼손 인증 사진. 위가 고려대, 아래가 서강대.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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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코레일 파업, 밀양 송전탑 등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확산되면서, 보수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를 중심으로 이를 훼손하는 행위도 잇따르고 있다. 한 일베 회원이 14일 고려대에 붙은 대자보를 훼손하고 인증한 사진을 게시판에 올린 데 이어, 서강대와 부산대 등에서도 비슷한 일이 법어지고 있다.

고대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일베 회원은 고려대 안암캠퍼스 이공대에 붙은 대자보를 훼손하고 이를 찍은(일명 '인증') 사진과 글을 14일 오후 7시30분쯤 일베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이미 한번 찢었었는데 밥을 먹고오니 다시 붙여놨다면서 "질 수 없어서 다시 찢어버렸다"고 밝혔다. 사진에는 훼손된 대자보 위로 일베를 상징하는 손모양이 찍혀 있었다.

15일 새벽 4시경에도 각각 서강대와 부산대에 붙어있던 대자보를 찢어서 구긴 사진이 일베 게시판에 올라왔다.

고대 이공대 후문 게시판, 찢고→붙이고→다시 찢고→또 붙이고 반복중

15일 오전 서울 안암동 고려대 이공대 후문 게시판에 이샛별씨가 올린 훼손된 '안녕하세요' 대자보가 붙어있다. 그 옆에 이번 훼손 행위를 비판하는 글도 붙었다.
 15일 오전 서울 안암동 고려대 이공대 후문 게시판에 이샛별씨가 올린 훼손된 '안녕하세요' 대자보가 붙어있다. 그 옆에 이번 훼손 행위를 비판하는 글도 붙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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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11시쯤 같은 장소인 고려대 안암캠퍼스 이공대 후문 게시판엔 문제의 대자보가 다시 복원돼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자보 훼손 흔적이 남아 있었다. 고려대 수학과 11학번 이샛별씨가 올린 대자보는 두 번째 장의 가운데 부분이 찢겨나간 뒤 테이프로 붙인 상태였다.

훼손된 이씨 대자보 바로 옆에는 훼손 행위를 비판하는 글이 붙어있었다. '고대 이과대 지환(지구환경공학과) 10학번 휴학생'이라고 밝힌 이 학생은 '꼭 찢어야만 했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훼손 소식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났다"라면서 "(찢은 사람이 일베 회원이라서 아니라) 대자보를 써서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들이 보게 할 권리를 한 개인이 그 의견을 싫어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훼손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학생은 "반대 대자보를 붙이면 될 일이지, 물리력을 이용해 대자보를 찢어 의견 개진을 방해한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면서 대자보를 쓴 학우에게 훼손 행위와 인신공격한 걸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현장에서 만난 고려대 학생들도 대자보 내용에 대한 찬반 의견과는 별개로 훼손 행위에 이의를 제기했다. 송낙현(25. 고대 전기전자공학부)씨는 "반대 의견이 있으면 반박 대자보를 붙이는 게 맞지 뜯는 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안녕' 대자보에 대해 "요즘 운동권을 싫어하는 분위기인데 용기를 낸 것 같다"면서 "잘 몰랐던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송동후(26. 대학원)씨 역시 "대학 입학했을 당시 (광우병) 쇠고기 문제 말고는 사회 문제에 관한 대자보가 붙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 많이 늘었다"면서 "동아리 회원 모집 대자보를 장난 삼아 훼손하는 일은 있어도 이런 사회 문제에 관한 대자보를 훼손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대자보 훼손 행위에 대해 고려대 재학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에는 좀더 직설적인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한마디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커피그루**'는 "대자보 찢은 일베충 잡아냅시다"라면서 "정말 학우들이 단합해서 고대에 발도 못 붙이게 쫓아내야 한다"는 글에는 60여 개의 댓글이 달려 동감을 나타냈다. '얼짱**'는 "시험이고 뭐고 열 받아서 공부가 안된다"며 "이렇게 나라 돌아가는 게 심각해지고 있는 상태에서 대자보를 한 번도 아니고 애인까지 대동해서 또 찢다니, 그걸 일베에 올려서 과시하고 부들부들 떨려서 아무 생각이 안 난다"고 밝혔다.

'소네***'은 "대자보 찢은 사람이 고대생일 리 없다"며 반감을 표시했고, 일부 회원들은 직접 일베 회원 '신상 털기'에 나서기도 했다.

분노한 고대생들 "사과하라"... 한때 사과문 올라오기도... 진위·진정성 불확실 

'안녕 대자보' 훼손 인증글을 일베에 올렸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15일 새벽 고대 재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린 공개 사과문. 15일 오후 12시 현재 게시자 삭제 요구로 사라진 상태다.
 '안녕 대자보' 훼손 인증글을 일베에 올렸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15일 새벽 고대 재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린 공개 사과문. 15일 오후 12시 현재 게시자 삭제 요구로 사라진 상태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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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확산되자 일베에 문제의 훼손 인증 글으로 올렸다고 주장하는 한 고대 학생이 15일 새벽 4시경 고파스 게시판에 공개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15일 낮 12시쯤 해당 게시자는 사과문을 삭제한 상태이며, 일베 게시글은 여전히 남아있어 사과 진정성은 물론 실제 본인인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다.

'막장인 듯'이란 대화명을 사용한 이 회원은 삭제된 사과문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내용이었기에 대자보를 반으로 찢게 되었다"면서 "반박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던가 다른 방법으로 표현했어야 했는데, 표현 방식이 폭력적이고 경솔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쓴 대자보가 두차례나 찢겨진 이샛별씨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어떻게 대응할지 대응방안을 고민 중이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고려대 주현우(27. 경영학과)씨가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면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은 대학가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고, 지난 12일 개설된 페이스북 커뮤니티는 15일 오후 4시 현재 '좋아요'가 16만을 돌파한 상태다.


태그:#고려대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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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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