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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참여정부와 2013년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 차이점을 지적한 권재철 전 참여정부 노동비서관의 글에 대한 반박글이 들어와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12월 26일 권재철 참여정부 전 노동비서관님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참여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차이점에 대해 적은 글(관련 기사 : 철도노조 파업,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달랐다)을 보며 만감이 교차합니다.

저는 최근 새누리당이 철도 민영화를 참여정부의 탓으로 돌리며 국민적 분노를 잠재우려는 행보에 대해 분노하지만, 권 전 비서관님의 글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제가 권 전 비서관의 글을 보며 참담했던 것은 여야 정쟁에 노동자들을 이용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감히 전, 권 전 비서관의 해명을 본질을 잘못 짚은 데서 시작한 오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003년 민주노총의 '선무당 노무현이 사람 잡는다'는 주장은 이른바 '열사정국'이라 불릴 정도로 참혹했던 노동탄압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습니다. 2003년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를 비롯해 수많은 노동열사들이 세상을 등졌습니다. IMF 광풍이 몰아치고 상황에 대한 정부의 해법은 구조조정과 공공기관 민영화, 비정규직 양산이 주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투쟁했고, 정부와 기업은 손배가압류와 구속, 해고의 공세적 대응으로 일관했지요.

물론 노무현 정부는 '대화와 타협으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이루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와 비교되는 대목이며, 역대 정부가 보여주지 못한 제스처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목표는 제대로 실현됐는지 묻고 싶습니다.

2003년 6월 철도노조 파업은 신뢰를 깬 정부의 책임

2003년 6월 28일 서울지역 철도노조 조합원 수천여명이 연세대에서 파업 출정식을 갖고 있다.
 2003년 6월 28일 서울지역 철도노조 조합원 수천여명이 연세대에서 파업 출정식을 갖고 있다.
ⓒ 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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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당시 철도노조의 투쟁은 경쟁과 노동자 희생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시작됐습니다. 2001년 민주노총을 선택한 철도노조는 김대중 정권 시절부터 민영화 추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권 전 비서관님이 말하는 2002년 4·20 합의는 철도 민영화의 시발점에 맞선 투쟁의 결실이었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만든 '리트머스 시험지'가 아니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밝힌 철도개혁은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었지요.

당시 공개된 합의문의 핵심을 몇 가지 언급하면 ▲ 기관사 1인 승무 철회 및 인력충원 ▲ 해고자 복직 ▲ 적절한 절차에 거쳐 가압류 취하 ▲ 철도개혁은 이해당사자와 충분한 논의와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들 내용은 철도 민영화로 인해 벌어진 공백과 노동탄압과 관련된 것이었죠. 이 합의가 있기까지 두달에 걸친 철도노조의 투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합의 직전까지 철도청은 철도공사화를 주장하며 합의에 난색을 표명했습니다.

권 전 비서관님은 마치 당시 6월 철도노조 파업이 노조가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연금문제 등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시작된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당시 참여정부의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해 6월 중순 이호웅 의원이 대표 발의하여 올라간 철도구조개혁 법안은 4·20 합의사항을 사실상 파기한 내용이었습니다. 법안 상정에 앞서 철도개혁을 위한 각계 공청회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죠. 그리고 법안 내용은 기존에 정부가 제출했던 법안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노조가 주장했던 공동입법(합의된 것은 아니었지만, 대화와 타협 프로세스라면 충분히 검토 가능한 문제라고 봅니다) 추진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기관사 1인 승무 철회 및 신규 KTX 노선 등 부족인원 충원은 전혀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4·20 합의 당시 철도청은 6월까지 신규인력 충원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해고자 복직 등 민영화 투쟁에 의해 해고된 노동자들의 구제도 이뤄지지 않았죠. 

2003년 6월 28일 오전 경찰력이 연세대에서 농성중인 철도노조 조합원과 대치하고 있다.
 2003년 6월 28일 오전 경찰력이 연세대에서 농성중인 철도노조 조합원과 대치하고 있다.
ⓒ 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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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전 비서관님은 철도민영화 관련 대통령 주재 비공개 회의에 철도노조 측 간부를 부른 것을 소통과 신뢰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조가 실질적으로 바랐던 사항들은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과연 진정한 신뢰를 말할 수 있을까요?

이렇듯 6·28 철도노조 총파업 선언은 일방적인 구조개혁 법안 상정에 맞선 투쟁이었습니다. 권 전 비서관이 말하는 노조 이기주의가 불러온 약속 파기가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권 전 비서관이 주장하는 연금 문제도 그렇습니다. 철도청의 철도공사 전환은 연금법 등 변화에 따른 노동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됐습니다.

연금의 경우, 기존 공무원에서 공사 직원으로 신분이 변경되면서 연금과 퇴직금의 보호에서 벗어나는 허점이 있다고 철도노조는 주장했습니다. 복지국가의 기본이 되는 연금정책으로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노동자들의 주장을 이기주의로 본다면 그 진정성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요?

언제나 철도노동자들은 찬밥 신세였습니다. 공공기관 적자를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이었습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한 해 30여 명의 노동자들이 직무 중 사망사로 희생됐지만, 자신들을 고용한 정부는 그들을 그저 게으른 철밥통으로 볼 뿐이었습니다. 그러한 시선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철도 민영화의 역사는 15년이라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기 방어가 아닌 성찰과 연대

2003년 6월 30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 '철도 강제진압·농민탄압 노무현 정권 규탄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철도노조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 항의하고 있다.
 2003년 6월 30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 '철도 강제진압·농민탄압 노무현 정권 규탄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철도노조에 대한 공권력 투입에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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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단 한 번도 수정된 적 없던 경쟁 중심의 경제 정책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입니다. 그 기조 아래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권 교체를 이루더라도 희생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주장과 이를 해명하려는 권 전 비서관의 주장은 조삼모사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참여정부의 노동정책과 경제정책에 실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13년 말과 2014년 초, 박근혜 정부에 맞서 노동자들이 총투쟁을 예고했습니다. 물론 그 실현 여부는 노동자 자신들의 실력에 달려있습니다. 단순히 철도노조와 민영화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양산 등 지난 15년 동안 계속되어온 반노동 정책에 대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노동자들에게는 없습니다.

이 흐름 앞에 과연 민주당을 비롯한 과거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뭐라 말하시겠습니까? 노동자 투쟁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이들과 진정 연대하여 문제를 푸는 것을 두려워하는 집권층의 공략에 자기 방어만 급급하실 생각입니까? 분명한 것은 노동자들이 야당의 의회 투쟁과 지지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은 그들이 지난 15년을 그래왔듯이, 전태일 열사 이후 외쳤던 '노동 해방'을 거리에서 투쟁으로 실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입니다. 그것이 경쟁 중심의 한국사회 노동자의 숙명이니까요. 변화를 꿈꾼다면 더 이상의 자기 방어가 아니라 성찰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노동탄압에 맞서 주십시오.

2003년 6월 28일 당시
철도노동자 총파업 선언문
전 조합원은 28일 04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하라!

[투쟁명령]
6월 28일 새벽 04시, 철도노동자는 졸속입법저지와 공공철도 건설,
철도노동자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총파업에 돌입하라!

오늘 우리는 철도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했음을 온 국민 앞에 당당히 선언한다. 이제 우리 나라에서 열차는 달리지 않는다. 청춘을 철길에 묻고 분신과도 같았던 열차를 세우고 공공철도, 국민 철도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4.20 노정합의서를 보고 3만 철도인들은 얼마나 기뻐했던가! 이제야말로 제대로 된 철도개혁을 되겠노라고, 지긋지긋한 철도사유화 정책이 철회되고 국민의 발이 되는 공공철도를 건설하겠노라고 다짐했던 우리의 염원은 간절한 호소는 끝내 외면 당했다.

4.20 노정합의를 파기하고 졸속적이고 기형적인 법안처리를 강행한 정부가 오히려 노동자들의 도덕성을 비난하고, 전 국민의 보편적인 이동권을 보장하고 안전하고 값싼 철도를 이용하게 하자는 우리의 주장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다.

철도공무원을 천직으로 여기며 24시간 맞교대 근무와 365일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살인적 노동조건에 온몸을 내던진 우리에게 정부는 철도가 부실덩어리라며, 국민들의 혈세를 축내는 부도덕한 집단이라고 내몰고 있다. 해마다 30여명의 동료들을 철길에 묻으면서도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온 우리들이 스스로 열차를 멈춰 세상을 멈추고자 한다. 3만 철도노동자들과 10만 철도가족들과 7천만 국민의 철도를 위해 세상을 멈춘다.

오늘 우리의 총파업은 남과 북을 연결하고, 만주를 내달리고, 유럽까지 질주할 국민의 철도·공공의 철도를 건설하기 위한 역사적 투쟁이다. 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철도노동자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몸부림이다. 고속철도 시대에 값싸고 편리한 대중교통을 국민에게 되돌리기 위한, 국민의 이동권을 사수하기 위한 치열한 투쟁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정부가, 4·20 노정합의를 지키고, 열차안전을 철도개혁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철도의 주인이 7천만 국민임을 인정할 때까지, 우리는 우리의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투쟁은, 철도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고, 국민의 철도· 공공의 철도를 지키기 위한 총파업투쟁은, 그 목표가 완전히 관철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철도의 주인이자 역사의 주인인 철도노동자여,
직종과 지역을 초월하여 총 /단/결/하/라!
희망찬 철도의 미래를 위해 힘차게 전/진/하자!!

2003년 6월 28일
전국철도노동조합 쟁의대책위원회 위원장 천환규



태그:#철도민영화, #박근혜 정부 퇴진, #노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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