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셰프 토니오가 5일 오후 서울 청담동 iok 컴퍼니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천 송내고등학교에 계신 은사님으로부터 재능기부 관련 제안을 받아서 흔쾌히 하게 됐습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이 회사에 들어온 지 1년 반 정도 됐어요. 대표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토니씨 꿈이 뭐예요?'라고 물으셨어요. 제 목표는 브랜딩 사업이에요, 재미있는 요리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고, 진행도 하고 싶어요. 요리와 관련된 영화, 드라마도 만들고 싶고요. 이곳은 엄청난 블루오션 시장이거든요. 마침 대표님도 같은 곳을 바라봐서 계약하게 됐습니다. 저 계약하고 바로 다음날, 조인성씨가 계약을 했더라고요."

토니오(본명 오치영, 35) 셰프는 보통 자신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다른 셰프와 달리, 조인성과 고현정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회사(아이오케이컴퍼니)와 계약을 했다. 음식과 관련된 사업뿐만 아니라 요리를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16년 차 요리사인 토니오는 요리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특정 지역의 맛을 발견하는 로컬 푸드 셰프로 활동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카팍(CAPAC) 요리학교 요리사·미식과 과정을 수강한 후 밀라노 미슐랭 레스토랑 샤비니와 밀라노 파크하얏트호텔 등을 거쳤다. 지금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식재료를 경험하고 그것을 활용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특강도 한다.

미술학도, 군에서 경험한 요리로 이탈리아 유학까지

"중고등학교 때 미술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집에서는 미술 하는 것을 반대하셨죠. 돈벌이가 안 된다고요. 아버지가 사회부·정치부 기자를 하셨거든요. 경향신문에 계시다가 퇴사하고 다시 경기일보에서 편집국장까지 하고 그만두셨어요. 제가 군대에 있을 때, 해군회관으로 발령이 났어요. 거기서 회도 뜨고 한정식도 만들었죠. 거기서 처음으로 요리라는 것을 해봤어요. 제대할 때쯤 아버지께 된장찌개를 끓여드렸는데 아버지가 손맛이 너무 좋다고 요리사를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화가가 꿈이었지만, 그의 또 다른 꿈은 세계의 산해진미를 한 테이블에 펼쳐놓고 조금씩 맛보는 것이었단다. 요리 그 자체는 잘 몰랐지만, 먹는 것은 좋아했다고.

"그래도 여전히 미술에 미련이 남아서 아버지와 저의 접점인 푸드 스타일링을 공부하려고 일본 유학을 준비했어요. 근데 아버지가 '이탈리아에 가보지 않겠느냐'고 하셨죠. 이탈리아 요리가 10년 후에는 대세가 될 거니까 배워보라고요. 이탈리아는 가기 싫었어요. 근데 아버지가 '일본으로 갈 거면 자비로 가고, 이탈리아로 가면 좀 도와주겠다'고 제안해서 바로 이탈리아로 갔습니다.(웃음)"

토니오는 제대하자마자 22살에 이탈리아로 갔다. 이탈리아어는 전혀 할 줄 몰랐던 그는 한 달 동안 어학원에 다닌 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밀라노의 비어단테라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한 그는 이때 이탈리아어를 빨리 배웠다. 이후 토니오는 밀라노 카팍(CAPAC) 요리학교에 시험을 봤고 이탈리아에 입성한 지 8개월 만에 입학하게 됐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에 다녔어요. 넉넉한 환경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게 아니라서 빨리 배워서 와야 한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을 피했어요. 이탈리아는 고등생쯤 되면 진로가 결정돼요,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도 전문학교를 선택할 수 있고요. 그 요리학교에서 중고등학교 때 막연하게 '요리사가 될 거야'라면서 온 나이 어린 아이들이랑 요리를 배웠어요. 치열한 경쟁은 아니고, 해맑은 친구들 사이에서 즐겁게 요리를 배웠던 것 같아요."

카팍 요리학교에서 3년 차가 돼 졸업할 시기가 가까워졌을 때, 한국에서 들어오는 생활비와 학비 등이 확연히 줄었다. 

"이기적일 수도 있겠지만, 졸업을 앞두고 그냥 귀국하면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어요. 내가 살아남는 방법은 이름 있는 이탈리아의 레스토랑이나 호텔에 들어가 일해서 커리어를 쌓는 거라고 생각했죠. 지금의 현실보다 더 긴 미래를 봤습니다."

토니오는 이탈리아에서 투잡을 뛰면서 학교를 졸업했고, 이후에는 경력을 쌓기 위해 밀라노 미슐랭 레스토랑 샤비니와 밀라노 파크하얏트호텔 등에서 일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니 더는 이탈리아에서 버틸 수가 없었다. 

"외국 생활이 힘들었어요. 집에 대한 걱정도 커졌고요. 여기서 고민하는 것보다 이제 배운 게 있으니까 한국에 들어가서 부딪쳐보자는 생각에 귀국했습니다."

살기 힘들어 찾은 산속, 거기서 만든 '인생의 파스타'

귀국해보니 집의 규모가 3분의 1로 줄어 있었다. 여동생은 "유학비 보태느라고 가족들은 반찬도 없이 밥을 먹었다"고 했다. 

"그때가 2005년 말이었어요. 현실은 완전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바로 취업을 하려니까 힘들더라고요. 호텔에 가야 할까, 레스토랑에서 일해야 할까, 기업의 외식 사업부에 가야 할까 고민이 됐어요. 아무리 알아봐도 취직하기가 힘들고, 유학을 다녀온 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더라고요. 인생 자체가 비관적이었습니다. 일단 돈을 많이 주는 곳을 찾아서 마케팅 회사에서 일했어요. 그때도 '요리로 뭘 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했어요."   어떻게든 한국에서 적응하고 돈을 벌려고 했지만, 갑자기 집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또 한번 어려움에 부딪혔다.  

"그때 멘붕이 왔어요. 그냥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경상남도 양산에 있는 양계장으로 막노동하러 갔어요. 두 달 동안 양계장을 짓고, 다시 부쉈어요."

토니오가 평생 요리사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때가 바로 이때였다. 인생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였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양산의 아이들에게 파스타를 해줬을 때의 감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사는 게 힘들어서 이겨보려고 양산에 갔는데, 거기 애들은 추운 집에서 지내더라고요. 한겨울인데 단칸방에 장판 하나 깔고,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모시고 살더라고요. 아이들이 양계장에서 돈을 벌어서 생활비에 보태더라고요. 충격이었습니다. 그때 양산에 비슷한 상황에 놓인 친구와 같이 갔는데, 아이들한테 제가 유명한 데서 일한 요리사라고 했나 봐요. 그랬더니 그때부터 애들이 파스타를 해달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파스타를 먹어본 아이들도 있었지만 먹어보지 못한 아이들도 있었다. 해주고 싶지만, 산속에서 어떻게 파스타를 해준단 말인가. 

"'지금 여기서 못해'라고 말했는데, 그렇게 말하고 보니까 제가 무슨 요리사인가 싶었어요. 머리가 띵했죠. 근데 한밤중에 친구가 다시 한 번 애들한테 해주라고 해서 '그럼 해보겠다'고 했어요. 해보자고 마음을 먹으니까 방법이 생기더라고요. 밀가루를 반죽해서 면을 만들고, 토마토로 소스를 만들고, 콩비지에 우유를 넣어서 걸쭉하게 하고 양동이 같은 큰 용기에 다 넣어서 만들었어요.

애들이 팬티만 입고 파스타를 먹는데 남은 양념까지 다 핥아 먹더라고요. 한창 먹을 나이여서 그랬겠지만 정말 깨끗하게 먹었어요. 그때 한 아이가 '형 최고예요. 최고!'라고 하는데 정말 기뻐서 속으로 울었습니다. '아,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었구나. 아버지가 이런 일을 알려주셨구나' 싶어서 감사했어요."

독거노인 무료 식사 대접 등 요리 통한 '나눔'에도 관심

토니오는 양산의 아이들을 통해 '내가 평생 해야 할 일이 이거구나'하고 깨닫고 나서 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그가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프로필을 만들고, 방송작가를 소개받아서 TV에 나오게 해달라고 졸랐다. 토니오는 SBS <웰빙! 맛 사냥> '트로트 신동 지원이의 식습관을 고쳐라'를 시작으로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다른 셰프들과 비교해서 토니오의 장점이 살아있는 요리는 무엇일까. 토니오는 발효 식품을 이용한 퓨전 파스타라고 설명했다. 발효 된장을 이용한 크림 파스타, 콩비지 파스타, 간장을 이용한 파스타, 고추장을 이용한 파스타 등이다.
 
 스타셰프 토니오가 직접 만든 요리 '버섯 크림의 두부 스테이크'

스타셰프 토니오가 직접 만든 요리 '버섯 크림의 두부 스테이크' ⓒ 토니오

 
앞으로 자신의 브랜드로 사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열심히 달리는 토니오. 방송에 출연하는 틈틈이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들과 함께 고교생 재능기부 레스토랑을 열기도 했다. 부천 송내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일일 레스토랑을 열고 독거 노인을 초대해 무료로 식사를 대접했다. 수익금의 전부는 적십자에 기부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런 자리를 만들면서 아이들에게 요리뿐만 아니라 나눔의 의미를 알리고 있다.

"예전부터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았어요. 막연하게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만 먹었죠. 근데 어느 날 거리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적인 인재가 없냐'는 질문에 '주입식 교육, 돈 많이 버는 직업이 좋다는 부모님들 때문'이라고 말했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20분 동안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죠. 말로만 비판하는 게 아니라 나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송내고등학교에 계신 은사님으로부터 재능기부 관련 제안을 받아서 흔쾌히 하게 됐습니다."
토니오 조인성 고현정 박선영 스타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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