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1월26일 울릉군 북면 석포전망대에서 촬영한 중국어선들
 11월26일 울릉군 북면 석포전망대에서 촬영한 중국어선들
ⓒ 이석준 울릉슬로푸드 회장 제공

관련사진보기


[기사 수정 : 17일 낮 2시 31분]

슬로푸드 국제본부의 한국위원회 역할을 도맡고 있는 슬로푸드문화원은 지난 15일 전국 지부관계자들와 함께 한 신년하례회에서 "서해로부터 동해에 이르기까지 전국 28개 지부는 물론, 슬로푸드국제본부 그리고 일본과 중국 국가위원회와 더불어 자연친화적인 어업을 촉구하는 슬로피쉬 국제컨퍼런스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슬로푸드문화원 관계자는 "바다를 싹쓸이하고 어족자원의 씨를 말리는 남획을 막고자 친환경 어업을 권고하는 국제운동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지만 정부를 대신해 시민단체가 지구촌 민간운동 차원에서 지역 경제와 공동체를 위태롭게 하는 생계계 파괴를 막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으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새해 울릉도는 안녕치 못합니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기자는 새해를 맞아 울릉도 주민들과 만나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울릉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국어선들의 울릉 침탈이 예상외로 심각했습니다. 중국어선들은 어획선, 수송선, 모선 등이 거대한 조직을 이뤄 그물로 치어까지 싹쓸이 하고 있습니다.

중국어선이 하도 많아 울릉도를 에워싸고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때문에 배 한척이 낚시(채낚기)방식으로 오징어를 잡아 저장, 수송하는 우리 어선보다 중국어선들은 많게는 5배나 많은 어획고를 올린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28일 울릉도 북면 앞바다를 메운 중국어선들
 지난해 11월28일 울릉도 북면 앞바다를 메운 중국어선들
ⓒ 이석준 울릉슬로푸드 회장

관련사진보기


울릉 주민들이 중국 어선들의 실체를 확인한 것은 두어달전 부터라고 합니다. 기상여건이 나빠지자 550척에 달하는 중국어선들이 울릉의 항구로 몰려들었답니다.

빨간 중국 깃발을 꽂은 어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섰는데 그 숫자가 울릉도 전체 배 숫자보다 몇배 더 많았다고 합니다. 울릉도에서 조업하는 우리 어선은 줄잡아 200척 남짓하다고 합니다. 새까맣게 들어선 중국어선들을 바라보고 어떤 주민은 "기가 막혔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한 울릉 주민들은 "최근 울릉 연안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며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조업을 방치하면 울릉 수산업은 미래가 없다"고 말햇씁니다. 이어 "보조금을 주고 우리 어선 감축에만 정부 당국이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섬사람들은 말합니다...  "섬이 바다를 잃으면 뭐하노?"

울릉군 북면 석포전망대에서 촬영한 중국 어선들
 울릉군 북면 석포전망대에서 촬영한 중국 어선들
ⓒ 이석준 울릉슬로푸드 회장

관련사진보기


중국어선의 울릉도 침탈은 그동안 오징어를 먹지 않았던 중국인들이 오징어를 즐기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중국인들의 왕성한 식욕은 울릉 오징어의 씨를 말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동해어장이 초토화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지금껏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채낚기로 하는 반면 중국어선들은 북한수역에서 남하하면서 촘촘한 그물로 바닥까지 훑고 있습니다. 오징어 어획량도 해마다 크게 떨어져 지난 2010년 2897톤이던 게 올해는 1188톤으로 3년새 59%가량 줄었습니다.

실제로 올들어 울릉해안에선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사동항 앞에는 어마전 밀어닥친 중국어선으로 인해 제때에 정박하지 못한 울릉 선박이 좌초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1월부터 550척 가량의 중국어선들이 사동항과 저동항을 휘젓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들은 내년 겨울쯤 다시 동해바다를 찾을 것이라고 울릉 주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울릉군 울릉읍 사동항에서 촬영한 중국어선들 사진
 울릉군 울릉읍 사동항에서 촬영한 중국어선들 사진
ⓒ 울릉군농업기술센터 제공

관련사진보기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 해상 오물투기에 따른 바다오염, 바다에 설치한 지진탐지기, 방사능탐지기, 심층수 파이프관 등이 파손되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바다 밑바닥까지 그물로 싹쓸이 하면서 가을이면 팔뚝만한 전갱어에다 '물'반'방어'반이라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고기들이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울릉 주민들은 TV홈쇼핑을 통해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사먹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중국어선들이 울릉을 정점으로 동해 바다에서 난폭한 쌍끌이를 일삼을 때와 같이해 매우 보기드문 일이 벌어졌습니다.

강원도 속초 해변 백사장 2킬로미터에 걸쳐 1만 마리에 달하는 오징어 치어떼가 몰살하는 특이한 일이 나타났습니다. 갓 부화한 어린 오징어들이 해변으로 떼지어 밀려나온 것은 중국어선들과 무관할까요?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한국인이 선주인 중국어선들이 적잖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중국어선들이 물길과 어장을 잘 아는 한국인 선장들을 앞세우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 옵니다.

주민들의 공동서명만으론 부족해 보입니다. 지자체가 어찌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관광다음으로 많은 지역소득을 안겨다준 한국인의 울릉도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때 동북아 바다를 주름 잡았던 장보고 대사는 오늘날 우리 바다가 처한 현실을 어떻게 풀어 나갔을까요?

덧붙이는 글 | http://NewsKing.KR



태그:#울릉도, #중국어선, #오징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