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약속> 포스터. <또 하나의 약속>

▲ <또 하나의 약속> 포스터. <또 하나의 약속> ⓒ 조득신


단어 하나에서 시작한다. '약속.' 실화 바탕의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반도체(극 중 진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 씨(극 중 윤미)와 그녀의 가족 특히 아버지 황상기(극 중 상구) 씨가 서로에게 했던 약속에서 시작된 영화다.

영화는 윤미의 약속부터 보여준다. "아버지 차 바꿔드리고 동생 등록금 제가 내려고요."라며 그 나이 때의 아이가 가질만한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약속을 갖고 진성반도체에 입사한다. 택시를 운전하는 상구는 그런 딸이 대견하고 고맙기만 하다. 그러나 회사에서 하는 말 잘 듣고 열심히 일하라고 보낸 딸은 2년도 채 되지 않아 백혈병에 걸려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병과 싸우는 윤미와 가족들에게 퇴사를 해달라고 하며 산재신청은 하지 말라고 찾아온 회사.

처음에는 회사의 말을 따르겠다고 하고 퇴사를 한다. 병원비 부담도 크고 회사에서 돈을 어느 정도 마련해주겠다고 하니까. 그러나 병의 원인을 알아볼수록 딸이 일했던 작업장에 백혈병과 희귀병에 걸린 사람이 너무 많고, 이전에 했던 약속과는 다른 행동과 산업재해 신청을 하지 말라는 회사의 태도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그래서 상구는 죽어가는 딸에게 약속한다. 꼭 병의 원인을 알아내고 그 원인이 산업재해임을 인정받아 내겠다고.

만약 또 일어난다면?

<또 하나의 약속>은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 "만약 (그런 일이) 또 일어난다면?"이라는 질문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를 '설득'이라는 단어가 참 잘 보여준다. 설득 참 뻔하게 한다. 먼저 불안을 건드린다. 집값 떨어지면 어떡해?, 아이 교육문제를 잘 따져봐야지 않겠어?, 좋은 대학에 가야 또는 좋은 직장에 입사해야 사람답게 살 수 있지 않겠냐고 끊임없이 불안을 자극한다. <또 하나의 약속>에서도 그렇다. 병원비 감당할 수 있냐고 이렇게 우리(진성)와 싸우면 돈 버는데 지장이 있을 텐데 가장 노릇해야하지 않겠냐고 비웃는다. 그리고 그러니까 내가 제시하는 미래(대게 돈)를 선택하는 것이 당신에게 어쩔 수 없고 필요한 선택이라고 꼬셔댄다.

이 설득과정에서 "만약 (그런 일이) 또 일어난다면?"이라는 반성과 질문은 없다. 애초에 왜 그 문제가 지금 일어났는지에 대한 고민은 더욱 없다. 월급을 기본금 80만원에 나머지 월급은 인센티브로 돌려 내 옆의 다른 아웃소싱 사람을 이겨야만 받을 수 있는 시스템. 여기서 어떻게 안전을 생각하면서 나만 생산량을 낮출 수 있을까? 피해 입증책임은 어떤가. 피해 입증책임은 피해자에게 있고 그래서 입증하려 치면 회사는 협조할 의무가 없단다.영업기밀이기 때문에 자료공개도 해줄 수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입증을 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아프다고 말하기

<또 하나의 약속>의 진성반도체나 지금의 사회문제를 보면 '욕망'이 관통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제어되어야 하는 욕망들을 제어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되는 문제점들이 너무 많다. 민영화, 갑을문제, 독과점 등 문제를 뜯어보면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욕망과 그 욕망을 제어하는 힘의 부재가 있다.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인센티브 경쟁에서 이겨야만 월급을 더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살기 위해서 죽음에 다가가는 선택들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이런 자본주의 시스템을 고치지 않는다면 문제들은 더욱 심화될 뿐 전혀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답답하다.그래서 "만약 그런 일이 또 일어난다면?"이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아주 많이 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다고 말해야 할 때다. <또 하나의 약속>에서는 말하고 있다. 힘들지만 나는 계속 말할 것이라고. 회사에서 아무리 자료를 감추고 이야기를 막으려고 해도 우리에겐 증거가 있다고. 그 곳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몸. 그들의 아픔보다 더 큰 증거는 없다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지지 않을 거란다. 맞다. 안 진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지금 우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같이 해주어야 한다. 영화를 만드는 내내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지금도 사람들이 있어야만 한다. 이 영화 소중하다. 지금 당장 예매해서 보러 가시길 부탁한다.

덧붙이는 글 전에 쓴 글에는 사진이랑 여러 가지로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로 업로드를 해서 다시 올립니다.
또 하나의 약속 황상기, 황유미 우리가 해야할 질문 꼭 들어야 할 이야기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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