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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유(有)는 손(又)에 농경제례에 쓸 희생물의 고기(肉, 月)가 ‘있다’는 사회적 의미에서 점차 개인이 사유재산을 소유하는 개념으로 의미가 전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 有 있을 유(有)는 손(又)에 농경제례에 쓸 희생물의 고기(肉, 月)가 ‘있다’는 사회적 의미에서 점차 개인이 사유재산을 소유하는 개념으로 의미가 전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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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To have or to be, 占有還是生存)>에서 지구상의 언어 중에 '가지다'는 표현이 없는 말이 없다고 지적하고, 인류의 언어가 간접적으로 소유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개인의 소유를 나타내는 형태로 발전해왔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중국어의 있을 유(有, yǒu)도 손(又)에 농경제례에 쓸 희생물의 고기(肉, 月)가 '있다'는 사회적 의미에서 점차 개인이 사유재산을 소유하는 개념으로 의미가 전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헤브루어의 '가지고 있다'는 말도 '그것은 내게 속해 있다(jesh li)'는 표현에서 발전되었다고 한다.

중국어에서 여자가 "생겼다(有了)!"고 하면 무엇이 생긴 것을 두고 하는 말일까? 돈도, 친구도 아닌 '아이'가 생겼다는 의미가 된다. 내 손에 생기는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내 또 하나의 분신인 아이가 생겼다는 의미이니, 有자가 손과 육신의 의미의 합이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농작이 풍년이냐, 흉년이냐가 사회의 안정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으며 왕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문제였다. 그래서 갑골문에는 "풍년이 들 것인가(有年)"를 묻는 점복(占卜)이 매우 많다. 풍년이 있어야 백성의 삶이 편안하게 유지되고, 그래야 나라의 안위도 도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有'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에 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공자는 일찍이 "가르침에 어떤 빈부, 귀천, 출신의 차등이 있을 수 없다(有敎無類)"고 선언한 바 있다. 있어야 할 본질에 충실하면 되지, 그 외의 어떤 부차적인 것도 떨쳐낼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당 현종 때의 명재상이던 송경(宋璟)은 그가 가는 곳마다 따뜻한 봄볕이 비치는 것과 같은 어진 선정을 베풀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여 사람들로부터 '다리가 달린 따뜻한 봄(有脚陽春)'이라는 칭호를 얻었다고 한다.

튼튼한 다리가 있고 권력이 있음을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한 수단으로 마구 휘두를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따뜻함을 나누는 것에 사용하는, 즉 자신이 가진 지위와 권력을 그것을 가져다준 사회의 발전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되돌려주는 자세가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꽃이 있으면 자연히 향기가 나고 벌과 나비가 모여드는(有花自然香) 이치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부자가 되는 것이 꿈이 되어가는, 점점 팍팍해지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소유를 나타내는 '有'가 갖는 공공재적 성격과 사회적 의미를 다시 한 번 깊게 떠올려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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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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