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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반드시 찾아오겠다!’ ‘부모의 사랑은 세상을 움직인다. 납치문제는 우리들 모두의 문제입니다’. 사진의 모델 얼굴만 봐도 섬찟한 정치선동을 보는 듯하다. 이들이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쉽게 알 수 있다.
▲ 일본정부 '납치문제대책본부'의 홍보포스터 ‘납치! 반드시 찾아오겠다!’ ‘부모의 사랑은 세상을 움직인다. 납치문제는 우리들 모두의 문제입니다’. 사진의 모델 얼굴만 봐도 섬찟한 정치선동을 보는 듯하다. 이들이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쉽게 알 수 있다.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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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북일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일본인 납치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뒤 12년이 흘렀다. 하지만 그 후에도 북일정상화는 진전이 없고, 납치문제가 관계정상화의 발목을 잡기만 하고 있다. 일본의 우익 세력들은 이 부분을 정치적으로 이용함으로써, 북에 대한 일방적 경제제재를 비롯한 강경론이 득세하는 데도 기여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스이케 도루'는 본인 스스로 납치피해자의 가족이면서도 드물게 강경론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해, '납치피해자가족연락회'(이하 가족회) 로부터 '제명'당하기까지 한다.

그가 지난 2월 11일 일본 나고야에서 있었던 '건국기념일 반대 48회 나고야 기독자대회'에 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납치문제 해결과북일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정치적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 일본정부의 대책

강연자 하스이케 도루씨
 강연자 하스이케 도루씨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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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인정하는 납치피해자는 17명인데, 그 중 2002년 북일정상회담을 통해서 귀환한 사람은 다섯 명이다. 하지만, 일본이 귀환한 다섯 명 이외의 사람들의 생존 가능성을 주장하며, 북일간 교섭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를 중심으로 한 강경책만을 펼침으로써 국교정상화는 물론 인권문제인 납치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정부는 납치문제 해결을위해 지난 2006년, '납치문제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납치문제대책본부'가 하는 일은, 주로 국내용 계몽활동, 즉 TV광고, 포스터 제작, DVD배포 등이다.

하스이케는 이런 활동에 대해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고,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조장함으로써 이제까지 전쟁의 가해자였던 일본이 피해자로써의 이미지를 갖게 하기 위한 퍼포먼스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아베 정권은 납치피해자들의 인권문제에는 전혀 관심도 없으면서, '가족회'를 볼모로 "제재가 아직도 부족하다. 추가제재! 선제공격! 집단적 자위권 사용!"등등의 강경론만을 연일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제재가 효과가 있다면 피해자가 돌아왔어야 하는데, 결과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야말로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린 상황인 셈이다"라는 것이다. 

어리석다 하더라도 대화·협상을 포기해선 안돼

집회가 열린 일본기독교단 나고야교회
 집회가 열린 일본기독교단 나고야교회
ⓒ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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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런 감정론에 치우친 '경제제재론'을 냉정하게 검토하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납치피해당사자도 그 가족도 모두 고령이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해결을 위해 하토야마 전 총리가 2009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시한 "평양선언에 따라 불행한 과거를 진정성을 가지고 청산하자", "납치문제는 2008년의 합의에 따라 북측은 신속한전면 재조사와 일본은 그에 전향적으로 대응한다"는 발언에 주목한다. "이 하토야마 발언을 토대로 2008년의 합의로 돌아가, 북한은 납치피해자문제를 재조사하고, 일본은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동시행동이 필요하다. 당장 제재완화가 어렵다면 도로정비, 댐 건설, 교량건설, 공장건설 등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갖는 경제지원은 어떤가?"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의 북일관계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채 서로 정당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을 반복한 결과 수렁에빠져 허우적거리는 꼴이 돼 버렸다. 원점으로 돌아가 역시 서로 대화와 협상, 필요에 따라서는 서로 반성하고 양보하는, 그런 태도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고 거듭 대화와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경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지금의 일본 분위기에 이런 정도 주장을 하는 것만도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분투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 이상 이런 이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국경을 뛰어넘는 더 넓은 연대와 협력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건국기념일'은 천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신격화하고 찬미한 일본제국주의의 '기원절'을 부활시킨 국가기념일. 군국주의 부활을 우려하고, 종교, 사상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시작된 '건국기념일 반대 나고야기독자집회'는 매해 '건국기념일' 당일인 2월11일 개최되어 올해로 48회째가 된다. 올해는 78년 북한에 납치되어 2002년 일본으로 돌아온 납치피해자 '하스이케 가오루'의 친형인 '하스이케 도루'가 강사로 참여했다. 이제까지 각 분야의 인사들이 강사로 참여하여왔고,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재일동포 인권운동가인 이인하목사, 강상중 전 도쿄대교수, 이종원 와세다대교수도 강사로 참여한 바 있다.

참고로 강연요약 파일 첨부.
<에큐메니안>과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다만, 두 곳에는 강연 요약분으로)



태그:#일본인 납치피해자, #북일수교, #동북아평화, #하스이케 가오루, #하스이케 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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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의 장애인 인형극단 '종이풍선(紙風船)'에서 일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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