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 포스터.

영화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 포스터. ⓒ 폭스2000픽쳐스


'모뉴먼츠 맨'이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약탈한 문화재와 예술품을 탈환하기 위해 연합군이 결성한 역사상 최초의 예술품 전담부대로 알려져 있다. 무식한 제국주의 악당들이 빼앗아간 예술품을 회수하는 게 목적이라니? 이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임무란 말인가! 영화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은 실제 존재했던 모뉴먼츠 맨의 활약상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할리우드의 '젠틀맨' 조지 클루니가 직접 각본과 감독, 제작은 물론 주연까지 맡았다. 이제는 제법 감독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그는 데뷔작 <컨페션>으로 2003년 감독 데뷔, <굿 나잇, 앤 굿 럭><킹 메이커>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았으며, 이번 작품 <모뉴먼츠 맨> 역시 제 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어 화제를 모았다.

총 한 번 쏴본 적 없는 오합지졸들의 특수한 임무?

자, 이제 영화를 살펴보자.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2차 대전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나치는 전쟁 기간 동안 500만 점 이상의 예술품과 문화재들을 유럽 각지에서 약탈했으며, 퇴각하면서 자신들이 수거해 간 예술품이나 군사 기반 시설을 모두 폐기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히틀러는 전쟁에서 패망하거나 자신이 사망 시에 이들 예술품을 모두 소각하라고 명령한다.

이를 지키기 위해 미술 역사학자 프랭크(조지 클루니 분)는 예술품 전담부대 모뉴먼츠 맨의 결성을 주도한다. 미술품 관장 제임스 그레인저(맷 데이먼 분), 미술품 거래상 장 클로드 클레르몽(장 뒤자르댕 분), 건축가 리차드 캠밸(빌 머레이 분), 조각가 윌터 가필드(존 굿맨 분), 예술품 감정가 프레스톤 셰비츠(밥 발라반 분), 그리고 예술 애호가 도널드 제프리스(휴 보네빌 분)과 함께 유럽으로 출격한다.

 역사적 사명을 띠고 고귀한 임무를 수행하러 나서는 모뉴먼츠 맨.

역사적 사명을 띠고 고귀한 임무를 수행하러 나서는 모뉴먼츠 맨. ⓒ 폭스2000픽쳐스


그들의 임무는 단 하나. 히틀러가 약탈해간 문화재를 찾아내 무사히 회수하는 것! 특히나 얀 반 에이크의 '겐트 제단화'와 미켈란젤로의 '성모자상'은 가장 의미 있는 작품들. 부대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노땅들과 알콜 중독자, 샌님들은 영국에서 간단한 군사훈련을 받은 후 자신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프랑스와 독일 등지로 떠난다.

총 한 번 쏴본 적 없는 이들이 역사적 사명을 띠고 전장에 투입하여 인류의 유산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장면은 감동을 자아낸다. 서로 반목하고 이 전쟁과 자신이 임무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점차 서로 간에 우정을 느끼고 자신들의 임무에 자부심을 느끼며 굵직한 작전들을 성공시킨다.

누군가는 말했다. '사람의 목숨보다 예술품이 더 중요하냐?'고. 그 질문에 프랭크는 '예술은 인류의 역사이기 때문에 목숨을 바칠 만큼 가치 있는 것이다'라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들 특수부대는 자신들의 소중한 삶을 바쳐가며 인류의 유산을 수호한다. 이 부조리한 전쟁 속에서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임무를 수행해가면서도 점차 프랭크의 말처럼 목숨 바칠 만큼 가치 있는 일에 실제로 목숨을 바친다. 알콜 중독자였던 제프리스는 미술품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게 되고 어이없는 총격전 속에 다른 전우는 사망한다.

 나치가 약탈해간 인류의 유산을 되찾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경외를 보낸다.

나치가 약탈해간 인류의 유산을 되찾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경외를 보낸다. ⓒ 폭스2000픽쳐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미술품 탈환이라는 특수한 임무를 띠고 부대를 결성해 목표를 달성해 나아간다는 설정이 특이하고 재미있는데 아마 몇몇 관객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고작 한 명의 병사를 구하기 위해 8명의 목숨을 바치는 게 의미가 있느냐는 부하의 질문에 존 밀러 대위(톰 행크스 분)는 말한다. '너희들도 그 한 명이 될 수도 있다'고. 그리고 라이언을 구하는 일은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이다.

영화 속에서 프랭크는 '한 세대를 완전히 말살하고 집들을 불태워도 국가는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지만 그들의 역사와 유산을 파괴한다면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같다'고 말한다. 문외한들은 이들의 이런 임무와 전투 속에서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인류는 고귀한 가치를 지키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 온 것이다.

'전쟁'보다는 '코미디'에 방점...감동 강요하지 않아

조지 클루니스러운 영화라고 할 만큼 영화는 지적이고 차분하다. 종종 조크를 내뱉지만 절제되고 안정된 연출로 영화는 품위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렇기에 전투장면에서의 현장감이 떨어지거나 스펙터클이 주는 쾌감은 덜하다는 단점이 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영화라는 느낌보다는 코미디 영화의 그것이 강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전심초점을 주로 사용하고 예술품이 미장센으로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화면은 평면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 조지 클루니 감독의 영화는 대중들에게는 재미가 없는 영화로 오해받기도 한다. 이번 영화는 전작들과 다르게 대중성을 지니고 영화적 동기가 확실하긴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가 주는 감정의 울림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억지로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맷 데이먼과 케이트 블란쳇.

맷 데이먼과 케이트 블란쳇. ⓒ 폭스2000픽쳐스


사실 케이트 블란쳇이 맡은 클레어의 캐릭터가 다른 인물과 어울리지 못하고 붕 뜨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며, 맷 데이먼과의 감정선도 애매하다. 케이트 블란쳇은 완벽한 프랑스 큐레이터의 모습을 연기했으나 그녀의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한 캐릭터가 안타깝다.

모뉴먼츠 맨 대원들의 성격 또한 전형적이거나 평면적으로 개성이 없다는 단점도 있다. 영화의 후반 러시아 군이라는 갈등 요소를 설정했지만 크게 기능하지 못하고 만다. 사실 대중적인 소재와 스타들의 출연으로 인해 큰 기대를 모았지만, 아마도 국내 흥행을 크게 장담하진 못할 것 같다. 대중적인 소재와 조지 클루니 특유의 센스가 약간의 엇박자를 낸 듯한 느낌이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못내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 관록의 배우들인 만큼 각자 제몫은 확실하게 해주고 있다. 언제 봐도 능글능글한 빌 머레이는 <고스트 버스터즈>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코미디언과 연기파 배우의 중간점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할리우드의 든든한 조연 존 굿맨은 영화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아티스트>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오스카를 거머쥔 장 뒤자르댕과 <고스포드 파크>의 제작자이자 배우인 밥 발라반은 이 영화의 재미와 품격을 책임진다.

 빌 머레이와 맷 데이먼

빌 머레이와 맷 데이먼 ⓒ 폭스2000픽쳐스


덧붙여 국내에서도 한국전쟁 때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북한군이 덕수궁에 모인다는 첩보를 입수한 미국은 덕수궁을 포위하기로 결정하지만, 이에 2차 세계대전 당시 모뉴먼츠 맨 이야기에 깊은 감동을 받았던 제임스 해밀턴 딜 중위가 포격을 반대하고 나섰다. 또, 인천 상륙작전 이후 북한군이 해인사를 중심으로 게릴라전을 전개하고 있을 때 UN군에서는 이곳을 폭격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당시 공군 편대장이었던 김영환 장군은 폭탄 투하 지점이 해인사라는 점을 알고서 국보인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이 소실될 것을 우려해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나치가 약탈해간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오합지졸 부대의 활약상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은 2월 27일 확인할 수 있다.

모뉴먼츠맨 조지 클루니 케이트 블란쳇 맷 데이먼 빌 머레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