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24일 새벽(한국시각) 폐막식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한국 선수단은 종합 13위(금3, 은3, 동2)을 기록해 3회 연속 10위 진입은 실패했다. 하지만, 설상 종목에서 최다 인원이 출전하는 등 평창을 앞두고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도 쇼트트랙은 전통 메달밭 역할을 해내며 성과를 냈다. 하지만 남녀 쇼트트랙의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평창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여자 쇼트트랙, 4년 뒤의 미래도 밝다

 여자 쇼트트랙 팀이 소치올림픽에서 금2, 은1, 동2의 기록을 내 밴쿠버올림픽의 아쉬움을 풀었다. 사진은 지난해 월드컵 2차 대회에서 모습

여자 쇼트트랙 팀이 소치올림픽에서 금2, 은1, 동2의 기록을 내 밴쿠버올림픽의 아쉬움을 풀었다. 사진은 지난해 월드컵 2차 대회에서 모습 ⓒ 박영진


여자 쇼트트랙 팀은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사상 첫 전종목 메달을 획득했다. 그동안 한국 쇼트트랙은 중장거리에 치중하다 보니 1000m와 1500m에선 좋은 성과가 나왔지만, 500m에선 늘 준준결승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엔 박승희(화성시청)가 500m에서 16년 만에 동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여자 500m에서의 메달은 그만큼 의미가 깊다. 박승희는 현재 여자 쇼트트랙의 베테랑으로 단거부터 중장거리까지 모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에 모든 종목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의미가 크다.

심석희(세화여고)와 김아랑(전주제일고), 공상정(유봉여고)의 수확도 컸다. 이들은 현재 10대로 4년 뒤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에서도 좋은 활약을 기대해볼 만한 선수들이다. 심석희는 이번 대회에서 금, 은, 동메달을 모두 목에 걸었다. 특히 3000m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마지막 반바퀴를 남기고 바깥쪽으로 중국을 추월하고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괴물소녀'라는 별명의 명성을 톡톡히 했다. 김아랑과 공상정 역시 3000m 계주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모두 해내면서 금메달을 합작했다.

지난 밴쿠버올림픽에서 억울한 판정으로 계주 금메달을 놓쳤던 것을 실력으로 다시 되찾아온 여자 쇼트트랙팀은 이번 대회 최고의 레이스로 평가받으며, 4년 뒤 평창에서의 활약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남자 쇼트트랙, 오심 아닌 실력에서 밀린 노메달

 남자 쇼트트랙팀이 12년만에 올림픽 노메달에 그치면서 아쉽게 대회를 마무리 했다. 사진은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 모습

남자 쇼트트랙팀이 12년만에 올림픽 노메달에 그치면서 아쉽게 대회를 마무리 했다. 사진은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 모습 ⓒ 박영진


여자 쇼트트랙이 메달을 획득하는 동안 남자 쇼트트랙은 불운과 실력 부족 속에 결국 12년 만에 노메달로 마감했다.

남자 팀은 첫 레이스였던 1500m에서 메달을 기대했다. 하지만 준결승부터 불운이 찾아왔다. 월드컵 시리즈에서 한번도 1500m를 타지 못한 박세영(단국대)은 경험 부족으로 결국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신다운(서울시청), 이한빈(성남시청)은 레이스 도중 신다운이 얼음판에 걸려 넘어지는 불운 속에 이한빈마저 같이 넘어졌다. 이한빈이 어드밴티지로 결승에 올라갔지만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끝났다.

1000m에선 이한빈이 준결승에서 실격 당했고, 결승까지 올라간 신다운 역시 마지막 바퀴코너에서 실격을 당하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500m에선 단거리 주자 박세영에게 기대했지만, 준준결승에서 무리하게 끼어들면서 실격했다. 모든 선수들이 메달을 꿈꿨던 5000m 계주마저 준결승에서 이호석이 넘어지면서 결국 허무하게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남자 선수들은 월드컵 대회 부진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체력훈련과 소치 입성 전 고지대 훈련까지 해왔지만 결국 훈련의 성과는 제대로 내보지도 못하고 대회가 끝나고 말았다.

12년 전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의 노메달은 오심판정으로 인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력에서 외국 선수들에 밀린 양상이 눈에 띄었다. 특히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가 3관왕에 오르면서 러시아 선수들의 기세가 컸고, 캐나다, 중국 선수들 역시 상당히 기량이 올라온 것을 볼 수 있었다.

평창이 비록 안방에서 열리지만 쇼트트랙은 더 이상 한국이 모든 메달을 휩쓸 정도로 강하지는 않다. 이미 세계엔 많은 한국 지도자들이 나가 있기에 실력이 상향평준화 된 건 오래전일이다. 한국만이 보유한 기술들도 이젠 외국 선수들이 모두 알고 있으며, 체력 역시 외국 선수들 또한 한국과 거의 대등할 정도로 올라왔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통해 한국 쇼트트랙은 다시 한번 문제를 인식하고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쇼트트랙계 잡음, 선발전 등 다양한 변화 시도해야

쇼트트랙계에 대한 잡음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성추행 전력의 코치 임명부터 과거 안현수의 문제까지. 10년이 넘게 이어진 쇼트트랙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비난만 더 커지고 있는 상태다.

공정하지 못한 선발전 역시 큰 문제다. 단 한번의 선발전(현재 쇼트트랙 선발전은 4월 한차례만 실시중)으로 변수가 많은 종목의 선수를 뽑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쇼트트랙과 맞지 않는 타임레이스(일정 구간의 기록을 재 순위를 재는 방식)를 도입해 1차 선발전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이외에도 선발전 방식 역시 중장거리 위주로 도입이 되다보니, 상대적으로 단거리 종목에 소홀해지는 경향도 있다.

평창을 위해 쇼트트랙은 더 이상 기존의 잡음을 흘려놓아선 안 된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발전 방식부터, 지도자들에 대한 파벌과 줄 세우기 등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정부에서마저 이번 안현수 선수 사태에 대해 인식하고 해결책 지시를 하면서,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빙상계는 또 한번 술렁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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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쇼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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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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