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종로구 계동 언덕길 위에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북촌 1경 창덕궁 전경.
 종로구 계동 언덕길 위에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북촌 1경 창덕궁 전경.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한옥의 아름다움과 동네 구석구석을 이어주는 골목길의 재미가 어우진 곳이 북촌한옥마을이다. 얼마 전부터 북촌한옥마을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늘어난 덕택에 한옥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상가는 새로운 어울림으로 특색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북촌은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라 한다. 조선말기 황현이 지은 <매천야록>에 의하면 "서울의 대로인 종각 이북을 북촌이라 부르며 노론이 살고 있고, 종각 남쪽을 남촌이라 하는데 소론이하 삼색(三色)이 섞여 살았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노론은 조선중·후기의 기득권 정파이다. 풍수 지리적으로 좋은 지역인 북촌은 조선시대 사대부는 물론 권문세가와 왕족들이 모여 살았다.

하지만 현재는 으리으리한 집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일제 때 이 지역의 땅들이 분할되면서 큰 집이 작게 나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실제 주거를 목적으로 한 새로 지은 집들이 지어져 서로서로 지붕을 맞대는 지금의 모습이 탄생했다. 현재 약 1200여 동의 한옥이 남아 있다고 한다.

북촌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만 골랐다는 명소가 북촌 8경이다. 북촌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한옥에 깃든 운치를 맛보려면 눈 내린 겨울이 제일 좋은 것 같다.

고요하고 한적한 창덕궁 돌담길로 시작하는 북촌 8경 

2경인 원서동 골목 한옥지붕에 눈이 쌓이니 기와와 거북이가 새겨진 막새의 운치가 살아난다.
 2경인 원서동 골목 한옥지붕에 눈이 쌓이니 기와와 거북이가 새겨진 막새의 운치가 살아난다.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북촌3경인 계동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고풍스러운 중앙고등학교 교정.
 북촌3경인 계동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고풍스러운 중앙고등학교 교정.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계동을 지나는 북촌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잠시 후 돌담 너머로 창덕궁의 전경이 펼쳐졌다. 창덕궁을 자세히 구경 하려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겠지만, 밖에서도 이렇게 멋있는 전경을 볼 수 있다니…. 이곳이 '왜, 북촌 1경인지' 이해가 갔다. 조선시대 임금들이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거처했던 곳으로 광해군 때부터 270년간 정궁으로 사용됐다. 창덕궁이 자리한 동네 이름도 '용(왕)이 누워 쉰다'는 와룡동이다.

동양권의 각 궁궐들은 대부분 좌우 대칭적으로 배치돼 있지만, 창덕궁은 비정형적이면서도 자연과 가장 잘 조화된 건물 배치를 자랑한다고 한다. 중국의 웅장함이나 일본의 화려함보다는 자연미, 자연스러움을 좋아했던 우리 조상들답다. 하지만 지금은 우후죽순 솟아난 주변의 빌딩들로 그런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알 길이 없다.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북촌 2경인 원서동은 옛날 조선왕실을 돌보던 나인과 중·하인이 모여 살던 동네였단다. 궁중 여인들이 빨래하던 빨래터가 골목 안에 남아 있다고. 창덕궁 후원의 서쪽에 있다는 위치에 따라 원서정으로 불렀던 데서 유래된 원서동은 창덕궁의 뒤안길로 조용하고 고즈넉한 한옥 골목길이다. 한옥 집 기와지붕과 거북이 그림이 새겨진 막새에 눈이 살포시 쌓여 예스러운 운치를 더해준다.

어지러히 이어진 전봇대의 전기줄마저 정겨운 북촌 5경

북촌 4경의 명물 300살 먹은 노거수 회화나무가 한옥 집들 사이에 산다
 북촌 4경의 명물 300살 먹은 노거수 회화나무가 한옥 집들 사이에 산다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북촌 3경을 품은 동네 계동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방들이 많이 모여 있다. ㅁ자형의 전통한옥을 개조하여 공방과 전시실로 꾸민 작은 박물관들도 있어서 우리 전통문화의 세련된 향기를 만끽할 수 있다. 3경에는 이국적인 유럽식 건축양식의 석조건물이 멋스러운 중앙고등학교 또한 명물이다. 주말과 공휴일엔 학교를 개방하니 꼭 들어가서 걸어보면 좋겠다. 눈 내린 고풍스러운 교정은 한옥마을 만큼이나 아름답다.

1919년 독립 운동가들의 비밀 결사지였던 숙직실이 그대로 복원돼 있어 발길을 머물게 한다. 종로구 계동엔 100년 전통의 중앙고등학교 이외에도 1968년 문을 연 동네의 명물 목욕탕 '중앙탕'과 동네서점, 방앗간 등이 예쁜 공방, 카페들과 함께 어울려 있어 내 마음속에 북촌 9경으로 삼고 싶은 동네다.  

가회로를 건너 돈미약국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한옥밀집지역인 가회동 31번지가 펼쳐진다. 기와 지붕들이 파도가 넘실대는 듯하고 흡사 신명난 어르신들이 어깨춤을 추는 것 같은 장관의 북촌 4경, 5경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눈이 살포시 내려앉은 북촌의 기와지붕이 그려낸 형과 색, 선의 자연스러움은 그 자체가 작품이다. 8경 모두 아름답지만, 굳이 순위를 매기라고 한다면 5경에 1등을 주고 싶다.

북악의 산자락을 닮은 한옥 기와들이 발 아래로 펼쳐지는 북촌 5경.
 북악의 산자락을 닮은 한옥 기와들이 발 아래로 펼쳐지는 북촌 5경.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낮은 담과 북악(산)의 산자락을 닮은 처마, 좁은 골목이 이렇게 소박하고 아름답게 어울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예스럽고 한국의 미학을 체감할 수 있는 풍경이다. 왠지 동네 주민들이 식사할 땐 최고의 자연미와 질박한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우리 그릇 '막사발'을 쓸 것 같다. 사람들이 밀집해 사는 한옥의 경관과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발 아래로 수묵화 같은 그림이 펼쳐지는 5경의 언덕배기 골목길 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머리 위로 이리저리 뻗어있는 전봇대의 전깃줄 때문에 사진이 잘 안나온다고 투덜거린다. 사진으로야 옥의 티겠지만, 내겐 어지럽게 들어선 전봇대와 전깃줄마저 이웃간의 긴밀한 교류를 상징하는 듯해 정겨워 보였다.

처마를 서로 맞대고 빼곡하게 늘어선 예스런 한옥들 사이로 300살 먹은 아름드리 노거수 회화나무가 한옥 집들 사이에 든든하게 버티고 서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회화나무는 잡귀를 물리친다는 신묘한 나무다. 한자로는 괴화(槐花)나무로 표기하는데 발음은 중국발음과 유사한 회화로 부르게 되었다. 회나무를 뜻하는 한자인 '槐'(괴)자는 귀신과 나무를 합쳐서 만든 글자이다. 회화나무가 사람이 사는 집 부근에 많이 심은 것은 잡귀를 물리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궁궐의 마당이나 출입구 부근에 많이 심었다고.

가장 인기 좋은 하지만 예의가 필요한 북촌 6경과 7경

도시의 빌딩숲과 한옥 언덕길이 어울려 묘한 대비를 이루는 북촌 6경,7경.
 도시의 빌딩숲과 한옥 언덕길이 어울려 묘한 대비를 이루는 북촌 6경,7경.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삼청동 북촌8경 길에 보이는 이채로운 목욕탕 굴뚝에선 흰 연기락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삼청동 북촌8경 길에 보이는 이채로운 목욕탕 굴뚝에선 흰 연기락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외국인 관광객들도 흔히 보이는 인기 있는 곳이 북촌 6경과 7경의 한옥 골목 오름길이다. 처마 끝 사이로 보이는 서울시내의 빌딩숲 전경과 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멋들어진 풍경을 선사한다. 북악을 닮은 기와지붕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는 언덕길은 이상하게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 우편배달을 온 집배원 아저씨도 풍경이 되는 곳이다.

한옥 골목의 야경도 이채로워 밤에도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목소리를 높이거나 큰소리로 감탄하는 것은 골목에 사는 주민들에게 큰 민폐를 끼치는 행위이니 꼭 예의를 갖춰야겠다.

가장 북촌다운 풍경을 찍을 수 있는 이곳의 풍경은 저 멀리 남산 타워와 한옥이 어우러져서 과거와 현대를 잇는 이음여행의 절경이기도 한 곳이다. 게다가 불교 미술관, 가회 박물관, 매듭공방, 게스트 하우스 등 도심에서는 만나기 힘든 곳들이 더불어 있어 한옥마을 여행을 다채롭게 해준다.

물을 뜨러 주민들이 매일 오갔을 옛 우물터를 복원한 삼청동 한옥 골목길.
 물을 뜨러 주민들이 매일 오갔을 옛 우물터를 복원한 삼청동 한옥 골목길.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빼곡한 한옥들의 지붕과 경복궁, 인왕산, 청와대의 조망이 좌측으로 펼쳐지는 화개1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삼청동 길로 내려가는 돌층계길이 있다. 직사각형의 돌을 쌓아 만든 계단이 아니고 하나의 큰 바위를 깍아서 만든 계단이다. 요즘 시대 같으면 다 밀어버리고 인위적으로 만들었겠지만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갔던 조상들의 지혜와 미학을 엿볼 수 있다.

평범하고 수수한 생김새지만 수백 년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계단을 내려오다가 머리 위로 높이 치솟은 '코리아 목욕탕' 굴뚝이 이채로워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보게 된다. 빨간 벽돌의 길쭉한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나고 있다. 추운 겨울날이라 그런지 뜨끈한 탕속에 몸을 담그고 '목간'하고 싶은 마음이 저 굴뚝같이 솟는다. 옛날 삼청동 동네 주민들이 물을 뜨러 매일 오갔을 옛 우물터도 복원해 놓아 걸음을 멈추어 서게 된다.  

북촌 한옥마을은 꽤 넓기 때문에 무작정 찾아가면 골목을 헤맬 수도 있다. 재동초등학교 옆의 북촌관광안내소를 찾아가면 지도와 함께 자세한 안내를 들을 수 있다. 전용 지도는 물론이고 북촌 1경부터 8경까지 작고 귀여운 표지판도 있어 길 잃어버릴 염려는 없겠지만, 중간에 길을 잃어도 걱정은커녕 재미와 흥미가 더한 북촌마을 여행이었다.

덧붙이는 글 | ㅇ 위치 ; 3호선 전철 안국역 2번 출구 - 재동초등학교 - 북촌관광안내소 - 북촌 1경
ㅇ 문의 ; 북촌문화센터 02) 2148-4160
ㅇ 서울시 온라인 뉴스에도 송고하였습니다.

* 북촌 여행은 지난 2월 15일에 다녀왔어요.



태그:#북촌한옥마을, #북촌8경 , #계동, #가회동, #삼청동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